전문가 칼럼 전략자산으로서의 조선업 인력

전문가 칼럼 양승훈 양승훈의 테크와 손끝

전략자산으로서의 조선업 인력

등록 2026.10.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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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미 관세협상의 결과로 대미투자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가 MASGA라는 이름으로 배정되어 있다. 마침 미국에서 한국에 버금가는 속도와 생산성으로 배를 짓고, 글로벌 방산 네트워크를 확장하겠다는 포부로 한화오션이 필라델피아의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미국의 선박 생산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즉 설계부터 인도, 그리고 정비까지 살펴본 국내 전문가들은 여러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우선 숙련 생산직 인력이 없다. 늦어도 1990년대 이후로 미국 조선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의미가 없을 만큼 산업으로서 쇠퇴했고, 그저 정부가 발주하는 물량 정도를 소화해 왔다.

인건비는 한국의 두세 배를 줘야 한다고 하지만, 그 자체로 매력이 되지 않기에 청년들은 조선소를 기피한다. 조선소는 험하고 위험한 일이 여전히 많다. 비슷한 임금을 자동차 공장이나 서비스업, 플랫폼 노동에서 받을 수 있다면 그쪽이 훨씬 안전한 선택지다. 배를 만드는 것의 자부심은 업종의 축소 속에서 희미해졌다.

두 번째로 엔지니어도 구하기 힘들다. 생산직의 용접이나 도장기술만큼 설계 엔지니어들의 노하우도 현대적인 선박 생산에서 중요하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업종이 축소되면서 엔지니어들은 다른 분야를 찾아 떠난 지 오래다. 스톡옵션과 높은 연봉을 내건 실리콘밸리·선벨트의 첨단 산업이 즐비한 가운데, 얼마를 줘야 옛 산업도시의 엔지니어링 센터를 채울 수 있을까.

두 가지 문제를 한국의 고숙련 생산직들과 엔지니어들이 파견 가서 전수를 통해 해결해보려 했지만, 세 번째의 난관도 존재했다. 바로 생산 인프라다. 현대 조선소들은 큰 크레인으로 큰 블록을 한 번에 탑재·용접해 도크 회전율과 생산성을 높여왔다.

그런데 작은 블록을 만들어서 대형화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한국식으로 사외에서 블록을 제작해 줄 업체가 없다. 결국 작은 블록들을 도크에서 조립하다 보니 생산성이 떨어진다. 대형 크레인을 설치하려 해도 지반이 약해 보강공사부터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부지가 모자라 인근 땅을 새로 임차하고 있는 형편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현대화된 공법으로 한국에 버금가는 생산은 일단 쉽지 않다. 그래서 한국에서 블록을 만들어 조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한국에서 일단 '시범'으로 건조하는 조건으로 군함 시리즈마다 첫 2척씩 수주를 가져오는 '브릿지'는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이 각서로 길을 열었다. 그러나 조선소를 둔 지역구의 고용을 지키려는 의회가 가로막고 있다. 하원은 이미 국방수권법안에 전투함의 해외 건조 금지를 명기했다.

물론 현안은 결국 일정 수준에서 정치적으로 풀릴 것이다. 여전히 한국이 건조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인 해법도 찾자면 풀릴 것이다.

오히려 걱정은 미국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정규직 생산직을 좀처럼 뽑지 않으니, 하청노동자가 되기를 원치 않는 청년들은 조선소로 향하지 않는다. 기계공학이나 화학공학 전공자들은 다른 산업을 더 선호한다. 그나마 국내 기업들이 설비와 R&D에 열심히 투자하는 것이 다행이지만, 이 역시도 시장상황이 좋지 않을 때 기조가 흐트러지면 급격히 위축될 수도 있다.

미국이 다시금 조선업을 소환하는 이유는, 제해권, 즉 바다를 관리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큰 전략자산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배를 건조할 수 있는 한국의 역량은 귀중하다. 거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전략적 가치와 노동시장의 문제를 함께 고려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고 해도 조선업은 여전히 많은 사람의 손끝 숙련도를 요구한다. 좀 더 좋은 고용의 지위, 더 좋은 처우를 제공하는 것은 비단 노사관계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올해 조선 3사 임금단체협상은 삼성중공업만 타결되었고, HD현대중공업은 잠정합의안이 부결되었으며, 한화오션에서는 고공농성까지 벌어지고 있다. 자율교섭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그 이상도 내다보는 정책적 개입도 필요해 보인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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