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화의 KAI 인수설, 국감서 쟁점 구체화···남은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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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KAI 인수설, 국감서 쟁점 구체화···남은 변수는

등록 2026.10.20 15:59

김제영

  기자

한화 경영 참여 선언 후 쟁점 확대수은, 향후 계획 명확하지 않아우주·항공산업 경쟁력 컨설팅 논란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의가 정부의 정책 판단과 수출입은행의 지분 처리 문제로 모이고 있다. KAI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은 당장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장기적인 처분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았다. 한화그룹이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꾼 가운데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컨설팅까지 민영화 논란에 휩싸이면서 향후 정부가 어떤 산업 육성 방향과 지배구조 원칙을 제시할지가 관건이다.

20일 황기연 수출입은행장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AI 지분 매각 여부를 묻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현재 매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수은이 추진 중인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컨설팅 역시 KAI의 민영화나 매각을 염두에 둔 사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향후에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약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황 행장은 "앞으로의 부분에 대해서 영원히 어떻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단정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시점의 매각 방침은 부인했지만, 중장기적인 지분 운용 방향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논란의 중심에는 수은이 발주한 18억원 규모의 컨설팅 용역이 있다. 수은은 지난 8월 11일 나라장터를 통해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 용역' 입찰에 나섰다.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 검토라는 게 수은의 설명이지만, 한화가 KAI의 주요 주주로 부상하고 경영 참여 의지를 드러낸 시점과 맞물리면서 용역의 실제 목적과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윤 의원은 용역 제안요청서에 글로벌 앵커기업 육성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 마련이 포함된 점을 지적하며 특정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용역 추진 근거에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발표 이후 재정경제부가 요청한 후속 조치가 담긴 점도 거론했다. 수은이 자체 판단으로 이 같은 연구를 추진한 전례가 있는지, 용역이 KAI의 민영화나 지분 매각 검토와 연결되는지도 질의했다.

황 행장은 정책금융기관이 산업 지원 방향을 정하려면 시장과 산업에 대한 분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관련 연구를 수행한 사례가 있으며, 글로벌 우주·항공산업의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정부의 문제의식에 공감해 용역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연구를 통해 국내외 산업 현황을 파악하고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도 밝혔다.

이번 용역의 성격은 향후 KAI 지배구조 논의와 별개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전망이다. 수은은 매각을 전제로 한 연구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글로벌 앵커기업 육성 방안과 실행계획이 어떤 형태로 제시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 결과의 공개 범위와 실제 정책 반영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야 민영화 논란도 가라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AI를 둘러싼 지분 경쟁은 한화의 경영 참여 선언을 계기로 본격적인 정책 현안으로 부상했다. 수은은 KAI 주식 26.41%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를 합쳐 15.89%를 확보했다. 한화는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하면서 추가 지분 취득 가능성과 이사회 진입 여부를 둘러싼 관심을 키웠다.

14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한화의 KAI 인수시도에 반대하는 상경투쟁을 진행했다. 사진=이건우 기자14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한화의 KAI 인수시도에 반대하는 상경투쟁을 진행했다. 사진=이건우 기자


정부의 민영화 방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정부 차원의 KAI 민영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이 확인됐다. 한화가 보유 지분을 늘렸다는 사실만으로 회사 경영 전반을 좌우할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당시 지분 취득에 대한 심사에서 지배관계 형성이나 경쟁 제한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논의의 초점이 방산산업의 경쟁 구도와 국가안보로 옮겨갔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한화의 추가 주식 매입은 기업의 자유에 해당하지만,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만으로 KAI 최대주주 지위에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정부가 특정 기업의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정책을 정할 사안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방산기업 간 결합은 일반적인 기업 인수와 달리 국가안보와 핵심 기술, 공급망 안정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화의 항공기 엔진·전자장비 사업과 KAI의 항공기 개발·생산 역량이 결합하면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특정 기업으로 핵심 사업이 집중되면 시장 경쟁과 협력업체 생태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산기업 인수합병(M&A)의 안보 심사를 강화하는 방위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도 이런 논쟁이 산업 정책 차원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화 입장에서는 KAI와의 사업 연계가 항공·방산 분야의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고 수출 패키지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정부와 업계가 따져봐야 할 것은 사업 결합에 따른 시너지뿐 아니라 경쟁 제한 가능성, 협력사와의 거래 구조, 핵심 기술의 독립성 등이다. 기업의 투자 판단과 국가 전략산업의 운영 원칙이 충돌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수 있다.

한화그룹은 정부 주도의 KAI 민영화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정책 방향에 맞춰 인수나 통합 추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부가 민영화 방침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화가 추가 지분을 확보할지, 수은이 보유 지분을 계속 유지할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수은의 지분 운용 방침과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이 맞물려야 KAI의 향후 지배구조도 구체적인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감에는 김종출 KAI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한화의 경영 참여 계획을 설명할 한화 측 인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국방위 국감에서도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의 추가 증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았다. KAI 노조는 주요 이해당사자의 설명이 빠졌다며 국감이 충분한 검증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청와대 앞 집회에서 한화의 추가 지분 확보 목적과 경영권 확보 계획, 이사회 참여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을 요구할 예정이다. 수은의 컨설팅을 두고도 수행업체와 계약금액, 최종 과업 범위, 용역 일정, KAI 지배구조 개편이나 지분 매각 검토가 과업에 포함됐는지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핵심 변수는 수은의 지분 처리와 정부의 정책 방향, 한화의 추가 지분 취득 여부다. 수은이 현재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힌 만큼 당장 지분 매각이 추진되는 국면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처분 가능성까지 배제됐다고 보기 어렵다. 컨설팅 결과가 어떤 산업 육성 방안을 제시할지, 방산기업 M&A 관련 법 개정 논의가 어디까지 진전될지도 지배구조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KAI의 지배구조는 주주 간 지분 경쟁을 넘어 항공·방산산업의 수출 경쟁력과 국가안보, 협력업체 생태계가 맞물린 문제"라며 "수은의 컨설팅 결과와 정부의 정책 원칙이 구체화돼야 지분 처리와 경영 참여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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