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채집 91명 중 79명 투여···8명은 배양 과정서 목표 세포 수 미달2차 치료 임상 3상, 무작위 배정일부터 평가···투여 전 질병 진행도 반영
큐로셀이 국산 첫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 '림카토주' 국내 임상에서 완제품 품질검사(QC) 방식을 개편해 환자 세포 채집부터 치료제 준비까지 걸리는 기간을 중앙값 49일에서 20일로 앞당겼다. 해외 제조소에 의존하는 한국노바티스의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와 차별화하기 위해 큐로셀이 2023년 상장 당시 내걸었던 '16일 공급' 전략 가운데 신속검사의 단축 효과를 실제 환자 데이터로 입증한 것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말기 혈액암 환자에게 쓰이는 CAR-T 치료에서 공급 속도는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핵심 변수다. 환자 개개인의 면역세포로 약을 새로 제조하는 동안 림프종이 급격히 악화해 투약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톨릭혈액병원(서울성모병원) 연구진이 올해 5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온콜로지(Frontiers in Oncology)'에 발표한 킴리아 국내 진료 기록 분석에 따르면, 백혈구 성분채집술을 마친 재발·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 96명 가운데 17명(제조 실패 동반 4명 포함)이 투여 전 질병 진행으로 사망했다. 무사히 투여받은 환자 79명도 치료 결정부터 실제 투여까지 중앙값 49일(세포 채집부터 투여까지 중앙값 40일)을 기다려야 했다.
제조 기간을 버텨내고 투여에 성공하면 장기 생존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미국혈액학회(ASH)가 4일(현지시간) 공개한 림카토 임상 2상 장기 추적 초록에 따르면, 유효성 평가 대상 환자 73명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으며 추정 3년 전체생존율(OS)은 53.5%, 무진행생존율(PFS)은 29.8%를 기록했다. 전체반응률(ORR)은 75.3%, 완전관해율(CR)은 67.1%였다. 특히 영상 검사에서 암이 관찰되지 않는 완전관해 상태를 6개월 이상 유지한 장기반응군 32명은 추정 3년 전체생존율이 81.6%, 3년 무진행생존율이 63.0%에 달했다. 이번 분석의 추적 관찰 기간은 중앙값 14.6개월(최장 44.5개월)이며, 생존기간은 환자에게 림카토를 실제 투여한 시점부터 산출했다.
자가 유래 CAR-T 치료제인 림카토는 환자 혈액에서 채취한 T세포에 암세포(CD19)를 인식하는 유전자를 도입한 뒤, 투여에 필요한 세포 수만큼 체외에서 증식시켜 만든다. 대한암학회 국제학술지 '캔서 리서치 앤드 트리트먼트(CRT)'와 임상 2상 본논문에 공개된 환자 흐름도를 보면, 스크리닝을 거친 113명 중 백혈구 성분채집술을 받은 환자는 91명이었고 이 가운데 실제 림카토를 투여받은 환자는 79명(86.8%)이었다. 나머지 12명은 제조 실패(8명), 투여 기준 미충족(2명), 기타 사유(2명)로 투여받지 못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제조에 실패한 8명은 환자별 T세포 기능과 상태 차이로 배양 과정에서 목표 세포 수를 확보하지 못한 사례다. 실제 투여가 이뤄진 79명 중에서도 목표 용량의 절반 미만을 투여받은 환자 3명, 투여 전 측정 가능한 기저 병변이 없었던 환자 2명, 두 사유에 모두 해당한 환자 1명 등 총 6명은 최종 유효성 분석 모집단(73명)에서 제외됐다. 안전성 분석에는 투여 환자 79명 전원이 포함됐다.
치료제 준비 기간을 절반 이하로 끌어내린 비결은 완제품 출하 전 품질검사(QC) 공정 전환이었다. 김원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팀이 지난 6월 온라인 초판 공개에 이어 10월 22일 자 미국혈액학회 국제학술지 '블러드(Blood)'에 정식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임상 도중 당국 승인을 거쳐 약 28일이 소요되던 배양 기반 검사를 하루 만에 결과가 나오는 유전자증폭(PCR) 기반 신속검사로 대체했다. 이에 따라 각각 28일이 걸리던 마이코플라스마 검사와 복제가능 바이러스 검사가 1일로 단축됐고, 별도의 무균시험 기간도 14일에서 7일로 줄어들면서 전체 QC 소요 시간이 3~4주 단축됐다. 그 결과 기존 배양 검사법을 적용한 환자 59명은 세포 채집부터 치료제 가용 시점까지 41~77일(중앙값 49일)이 걸린 반면, PCR 신속검사를 적용한 20명은 18~25일(중앙값 20일)로 대폭 줄었다.
큐로셀은 앞서 2023년 10월 기업공개(IPO) 당시 설명자료에서 제조 7일, 품질검사 7일, 병원·공장 간 왕복 운송 및 채취·투약 각 1일(총 2일)을 합쳐 '공급기간 16일'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환자 세포를 대전 소재 자체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공장에서 직접 가공해 해외 항공 운송 시간을 없애고, 완제품 제조 후 출하 검사 대기 시간까지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지난 5월 열린 품목허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상업화 단계에서 세포 채집부터 환자 투여까지 걸리는 기간(베인 투 베인 타임·Vein-to-Vein time)을 최단 16일 수준으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림카토주 허가사항에는 "이 약은 제조 및 출하에 보통 3~4주 정도 소요된다"고 명시돼 있다. 일선 의료진은 림카토 투여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환자 체내의 림프구를 줄이는 전처치 항암요법(림프구 제거 화학요법)을 시행하며, 권장 투여 시점은 전처치 종료 후 2~5일 뒤다.
경쟁 약물인 킴리아 역시 국내 공급 기간을 단축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한국노바티스가 지난해 9월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국제학술대회(ICBMT)에서 발표한 국내 출시 4년 성과 자료에 따르면, 환자 세포 채집부터 완제품의 병원 도착까지 걸린 기간은 국내 도입 초기 평균 31.7일에서 2025년 1분기 평균 27.3일로 약 15% 단축됐다. 이는 공휴일이나 병원 측 요청으로 배송이 지연된 사례를 제외한 수치(2025년 1분기 분석 대상 23건)다. 길리어드의 CAR-T 치료제 '예스카타' 또한 해외 허가 임상에서 세포 채집부터 제품 배송까지 중앙값 17일을 기록했다. 결국 국내 환자가 어느 치료제를 얼마나 신속하게 투여받을 수 있는지는 림카토 정식 출시 이후 실제 의료현장의 '세포 채집부터 투여까지' 소요 기간을 동일 잣대로 비교해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지난 4월 29일 식약처에서 국산 42호 신약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림카토주는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 후 재발하거나 불응한 성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및 원발성 종격동 거대 B세포 림프종(PMBCL) 환자의 3차 이상 치료제로 쓰인다. 지난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거쳐 9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평가금액 이하 수용을 조건으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으며, 10월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큐로셀은 연내 건강보험 급여 등재와 상업용 첫 환자 투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공급 속도 단축은 큐로셀이 추진 중인 적응증 확대 임상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큐로셀이 2차 치료제로 사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지난 10월 30일 식약처에 변경승인을 신청한 임상 3상은 재발·불응성 성인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 약 136명을 림카토 투여군과 표준치료군에 1대 1로 무작위 배정해 유효성을 비교하는 시험이다.
주목할 점은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무사건생존기간(EFS)을 실제 약물 투여일이 아닌 '무작위 배정일'부터 산출한다는 점이다. 두 치료군 모두 ▲사망 ▲질병 진행 ▲배정 후 9주 이내 완전관해·부분관해 미달성 ▲유효성 우려에 따른 새로운 항암치료 시작 가운데 가장 먼저 발생한 시점까지를 EFS로 집계하며, 표준치료군에서 배정 18주 이후 유효성 부족으로 새 항암치료가 필요할 경우 림카토 투여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설계에 따르면 림카토 투여군에 배정된 환자가 치료제 제조를 기다리다 병이 악화할 경우, 투여 전에 발생한 질병 진행까지 임상 3상 성적표에 불리하게 반영된다.
큐로셀 관계자는 "현재 환자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허가-평가 연계제도'를 통한 건강보험 급여 등재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연내 급여 적용 및 본격적인 상업용 투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관련태그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