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마친 팬택은 올해 한 발 빠른 제품화로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한국 벤처기업의 신화’로 불리던 팬택이 화려한 성장세만 이뤄왔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6년 모토로라의 레이저폰이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휩쓸며 큰 타격을 입었고 은행들의 자금 회수로 국내 자금줄이 끊겨 버리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연 매출만 2조원에 달하던 팬택은 결국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수모를 격기도 했다.
그러나 팬택은 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발 빠르게 대응해 국내외 시장점유율 및 소비자 신뢰를 회복했다.
워크아웃 중에도 연구개발비(R&D)를 매출의 10%대로 투입하는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박병엽 부회장의 4000억원 규모의 개인 지분 반납과 전 직원의 단합으로 워크아웃 기간 동안 흑자 매출을 달성하며 2011년 12월 31일, 5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데 성공했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팬택은 첨단 기술로 무장한 '베가' 브랜드를 앞세워 확고한 2위 자리를 굳히겠다는 목표다.
또한 2011년부터 2년 연속 달성한 스마트폰 300만대 판매 기조를 올해도 유지하며 LTE 스마트폰 300만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잡고 있다.
이 같은 목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첨단 기술의 가치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는 게 팬택의 전략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인정받는 제조사로서 입지와 위상을 높여나간다는 구상이다.
박병엽 부회장은 지난 22일 세계최대 모바일반도체 업체인 퀄컴을 제3자로 보통주 5230만4631주를 발행하는 약 26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퀄컴의 팬택 투자는 단순한 투자에서 벗어나 R&D 여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글로벌 사업 확대의 발판도 마련하게 됐다는 의미도 가지게 됐다.
삼성-애플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불황의 직격탄으로 지난해 3분기 6년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업황은 위축됐지만 이럴 때일수록 R&D 투자 확대와 해외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팬택으로선 글로벌기업 퀄컴 효과를 등에 업고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의 청신호를 켜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여세를 몰아 팬택은 올해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준우 팬택 부사장은 “퀄컴이 팬택 기술력을 인정한 것”이라며 “오랜 기간 논의한 결과이며 향후 상호 긴밀한 협력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공동 마케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의 R&D의 효과도 보고 있다. 팬택은 지난 28일 풀HD 스마트폰 ‘베가 넘버6’를 국내 업체 최초로 공개했다.
베가 넘버6의 사양은 현존하는 스마트폰 중 최고 수준이다. 갤럭시노트2의 5.5인치보다 큰 1920×1080 해상도의 5.9인치 화면과 전후면 풀HD 카메라, 1.5㎓ 쿼드코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2기가바이트(GB) 램, 32GB의 저장공간을 갖췄고 지상파 DMB와 롱텀에볼루션(LTE)망을 지원한다.
베가 넘버6는 기존 HD급 디스플레이보다 2.3배 또렷한 화질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풀HD 화질로 초당 30프레임을 촬영할 수 있는 1200만 화소 전면 카메라, 1300만 화소 후면 카메라를 통해 선명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대화면 스마트폰을 한 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V 터치’ 기술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이 기술은 엄지손가락 하나로 동작시킬 수 있는 뒷면의 터치패드를 통해 앞면 기능인 화면 전환, 전화 받기, 애플리케이션 등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제품 뒷면에 터치 패드를 장착해 6인치에 가까운 큰 화면에도 전화기를 든 손으로 사진 넘기기, 전화받기를 실행할 수 있다.
마치 PC에서 여러 개 화면을 동시에 띄우듯이 9가지 기능을 화면에 창 형태로 띄워 사용할 수 있는 ‘멀티 미니 윈도’ 기능도 돋보인다.
'베가 넘버6'는 기능은 향상됐지만 자사의 제품이나 경쟁사의 5인치대 스마트폰보다 15만∼25만원 정도 저렴한 84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이윤을 적게 남기더라도 판매량을 늘려 베가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베가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전력투구할 예정이다. 국내 시장에서 베가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혀 타깃층 대상의 맞춤형 마케팅으로 충성 고객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팬택의 브랜드파워 향상에 주력한다. 해외 시장에서 보급형 제품으로 브랜드 저변을 넓히는 데 집중했던 팬택은 올해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을 진출시켜 브랜드 가치를 올릴 예정이다.
특히 팬택은 해외 주요 사업자와의 긴밀한 파트너십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해외 사업자의 주요 제조사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제품당 판매 대수를 늘려 수익 구조 안정화도 꾀한다.
해외에서는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으로 현지 소비자들과의 직접 소통을 강화하고 다양한 프로모션도 진행할 예정이다.
'제2의 팬택 신화'를 위해 재도약 중인 팬택의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웨이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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