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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 "30년 내공 '전설의 주먹' 한 편에 담았다"

[인터뷰] 강우석 감독 "30년 내공 '전설의 주먹' 한 편에 담았다"

등록 2013.04.01 08:58

수정 2013.04.02 14:43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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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우석 감독 "30년 내공 '전설의 주먹' 한 편에 담았다" 기사의 사진

영화계에선 이 사람을 이름 대신 수식어로 부른다. 그 수식어가 열 손가락으로 꼽기에도 모자랄 정도다. 그만큼 그의 존재가 크단 의미다. 그의 이름은 한때 흥행 보증수표로 쓰이기도 했다. 그의 이름 석 자가 있으면 ‘흥행’이었다. 과장을 좀 섞으면 한때 한국영화는 ‘그’와 ‘그’가 아닌 영화로 나뉘었다.

성품도 대인배란 소문이 자자했다.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힘을 휘두르지 않았다. 대기업 계열의 투자 배급시장이 자리 잡기 전 그는 한국영화 지킴이를 자처했다. 한 대기업이 그의 회사를 거액에 인수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단박에 거절했단다.

유명 배우의 실명을 거론하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주춤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기 좋게 자신의 30년 내공을 쏟아 부은 결정체를 들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영화감독 강우석이다.

 강우석 감독 "30년 내공 '전설의 주먹' 한 편에 담았다" 기사의 사진

강 감독과의 인터뷰는 지난 달 초에 이뤄졌다. 웹툰 원작의 영화 ‘전설의 주먹’ 촬영을 마친 뒤 후반작업을 하던 시기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워낙 호탕한 성격이었지만 그의 얼굴에서 보기 힘든 자신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개봉까지는 한 달여가 남은 시점에서 기자와의 인터뷰를 자청한 이유가 먼저 궁금했다.

강 감독은 “오랜만에 초심으로 돌아가 봤다. 그냥 ‘재밌다’ 아니면 ‘정말 재미없다’ 둘 중 하나로 모아질 영화다”면서 “어차피 ‘강우석이가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고 소개해야 하고, 그냥 매도 먼저 맞자는 의미에서 빨리 만나고 싶었다”며 웃는다. 그와 동시에 그의 전작으로 얘기를 옮겼다.

그는 한국영화 최초의 1000만 시대를 연 ‘실미도’를 만든 인물이다. ‘투캅스’와 ‘공공의 적’ 시리즈 등 상업영화의 시리즈물을 연 선구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때 ‘한반도’ ‘글러브’ ‘이끼’ 등 솔직히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영화를 만들며 골수팬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그 역시 수긍했다.

강 감독은 대뜸 “어떤 영화가 실망이었냐”며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질문을 해왔다. 그는 “관객들이 실망했다. 그럼 나는 어땠겠나. 나도 괴로웠다”라면서 “타협이란 걸 해봤는데 나하고는 안 맞다는 것을 알았다. 때문에 ‘전설의 주먹’은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 300% 영화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의 자신감과는 반대로 또 다시 웹툰이다. 강 감독의 골수팬들은 ‘이끼’를 떠올릴 법하다. 강 감독 스스로도 ‘이끼’ 때를 떠올리며 “정말 죽을 맛이었다”고 말할 정도니 말이다.

 강우석 감독 "30년 내공 '전설의 주먹' 한 편에 담았다" 기사의 사진

우선 ‘전설의 주먹’ 원작은 상당히 어두운 내용이다. 강 감독 전매특허 스타일인 ‘재미’와는 거리가 좀 있다.

그는 “그냥 피해자들끼리 치고받는다는 기본 콘셉트로 가보자. 그걸 보면서 즐겨야 하나?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우리가 아는 루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주는 내용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원작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 전개를 귀띔했다. 때문에 러닝 타임도 상당히 늘어났단다. 그의 영화를 보면 대부분이 140분 내외였다. ‘전설의 주먹’은 무려 153분이나 된다.

강 감독은 “원래는 4시간 분량으로 가려 했다”면서 “인물들의 과거를 통해 현재의 개연성을 연결하려면 시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 영화는 상업영화다. 어쩔 수 없었다. 내가 타협할 수 있는 최대한의 러닝타임이었다”며 손사레를 쳤다.

‘전설의 주먹’ 포인트는 아무래도 ‘액션’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강 감독 역시 액션에 일가견이 있다. 여기에 최근 할리우드에 진출한 정두홍 무술감독이 함께 했다. ‘전설의 주먹’ 액션은 ‘안 봐도 비디오’ 혹은 ‘명불허전’이란 단어로 귀결될 듯 하다.

 강우석 감독 "30년 내공 '전설의 주먹' 한 편에 담았다" 기사의 사진

강 감독은 “정 감독과 ‘개싸움’으로 가자는 기본 콘셉트를 정했다”면서 “40대의 아저씨들이다. 승패가 결과인 싸움이 아닌 자아찾기가 중점인 싸움이다. 액션안에도 드라마를 넣기 위해 ‘개싸움’이란 콘셉트를 정했다. 아마도 굉장히 강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때 감독이었고, 제작자였다가 다시 현장 컴백을 선언했지만 예전의 명성만큼 따라주지 못해 맘고생도 분명히 했단다. 그래서 ‘전설의 주먹’이 그에겐 정말 큰 의미가 될 것 같다. ‘30년 내공’을 언급하며 그는 자신했다.

강 감독은 “처음 영화 제목에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제목만큼은 죽어도 포기 못한다고 했다”면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집어넣었다. 물론 ‘전설의 주먹’이 진짜 전설이 될지는 관객들의 몫이지만 말이다”며 허옇게 바래버린 머리를 쓸어 올렸다.

 강우석 감독 "30년 내공 '전설의 주먹' 한 편에 담았다" 기사의 사진

‘충무로 전설’ 혹은 ‘충무로 대장’ 강우석의 30년 내공이 어떤 ‘한방’을 내지를 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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