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종목토론실 게시판서 사전 공지없이···기준없이 투자자 입막아
기준없이 투자자 입막는 '네이버'
국내 최대의 인터넷 포털 네이버가 게시판의 글을 무단으로 삭제해 누리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네이버측은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특정인의 글만 일괄 삭제하거나 올리는 즉시 바로바로 삭제한 것으로 드러나 포털의 횡포라는 지적이다.
지난 21일 소액주주 조모씨는 자신이 투자한 종목과 관련한 글을 네이버 금융 내 종목토론실에 게재했다. 해당 종목은 현재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 있어 경영권을 얻기 위한 소액주주들의 연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조씨가 게시한 글에서 "소액주주 모임 카페를 만들었다"며 "작은 힘이라도 모아보자"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후 26일까지 조씨는 소액주주 모임을 독려하는 글을 해당 게시판에 9차례 올렸다.
그런데 26일 오전 네이버측은 조씨에게 사전 공지없이 게시한 글을 일괄 삭제했다.
게시물 삭제 후 조씨가 전달 받은 메일에는 '해당 내용이 게시판 용도와 맞지 않아 삭제했다'고 적혀 있었지만 글의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됐는지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았다.
조씨는 "흩어져 있는 소액투자자들이 모일 수 있는 방법은 인터넷뿐인데 게시판에서 글을 지우니, 점점 힘이 빠진다"며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위해서라도 게시판 운영이 확실히 돼야하는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마지막 글을 게시한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삭제 조치를 받았다"며 "그 많은 게시물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기 힘들텐데, 누군가 집중적으로 글을 지운다는 느낌이 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홍보실 남지용 과장은 "게시물을 관리, 감독하는 직원이 단순 광고성 글이라고 착각해서 글을 지운 것이다"며 "게시되는 글이 너무 많아 내용을 하나씩 확인할 수 없어 실수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 측과 작전 세력과의 관계를 의심하기도 했다. 게시물을 자의로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소액주주 박모 씨는 "작전 세력이 게시판 관리자나 회사 측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지 않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투자 관련 게시물에 대한 별도의 관리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터넷 증권 게시판은 작전 세력이 쉽게 투자자들을 현혹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고발한 불공정거래 중에는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한 사건도 있었다.
'투자자에 혼란을 줄 수 있는 게시물을 따로 관리하는 체계가 있냐'는 질문에 남 과장은 "금융 게시판뿐만 아니라 모든 게시판을 꼼꼼히 관리하고 있다"며 "메뉴얼이 있는지는 확인해봐야 알 수 있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박지은 기자 pje88@
뉴스웨이 박지은 기자
pje88@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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