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가시죠’..법인카드 접대비 2011년에만 1조4천억

기업들이 룸살롱 등 호화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접대비가 연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손원익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접대비 현황과 정책 과제’ 보고서를 보면 2011년 호화 유흥업소에서 결제된 법인카드 사용액은 1조4137억원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국세청과 한국신용평가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됐다.

유흥업소 법인카드 결제 규모는 지난 2007년에는 1조5904억원, 2008년 1조5282억원, 2009년 1조4062억원, 2010년 1조5335억원 등으로 매년 1조4000억~1조5000억원대를 유지했다.

특히 2011년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유흥업소 업종별로 보면 룸살롱이 923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단란주점 2331억원, 나이트클럽 507억원, 요정 438억원 순이었다.

2011년 코스피 상장 기업 668개의 기업당 평균 접대비는 연 4억9500만원이었다. 현행 세법상 접대비는 매출액이 100억원 이하면 0.2%(2000만원), 매출액 100억 초과~500억원 이하 0.1%, 매출액 500억 초과 0.03% 비율로 한도가 인정된다.

접대비 한도 초과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제약업체들이었다. 의료계의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이 접대비 현황을 통해서도 드러난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이후 6년간 접대비 한도 초과 상위 10개 기업 60곳 가운데 49곳이 제약업체였다. 특히 2007년에는 접대비 한도 초과 기업 10곳이 모두 제약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업체를 제외하면, 주류 제조업체와 농약제조업체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보고서는 이같은 접대비 사용액이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에 전가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손 연구위원은 “제약업과 주류 제조업의 과도한 접대 행위는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접대비를 축소해 지하경제 양성화에 간접적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제도적 유인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현빈 기자 bbee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