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0일 ‘신용정책 국제 심포지엄’ 개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중앙은행은 신용정책으로 야기될 수 있는 도덕적 해이와 금융시장의 가격결정 과정에서의 왜곡, 정책 불확실성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총재는 30일 ‘신용정책 국제 심포지엄’ 개회사를 통해 “신용정책은 시장마찰로 인한 왜곡과 금융포용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들을 해소하는 데 유효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신용정책으로 인해 왜곡과 비효율이 초래될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앞으로 한은이 여러 자금지원 프로그램의 성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는 점도 공개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신용정책이 초래할 수 있는 시장의 비효율성을 줄이면서도 신용이 가장 필요한 부문으로 공급되도록 신용정책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뜻도 내비쳤다.
신용정책은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의 자산구성 변화를 통해 민간부문의 자금흐름이나 신용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으로 정의된다. 통상적으로 통화정책 및 거시건전성정책과 함께 중앙은행이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행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이날 김 총재는 “과거에는 신용정책이 경제성장과 발전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특정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는 데 주로 활용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주로 경제회복을 뒷받침하고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보완하는 보다 넓은 관점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거시경제 및 금융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의 역할과 정책수행의 범위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최근 활용되고 있는 신용정책의 구체적인 사례들로는 ▲신용경색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대출 자금지원 ▲국제무역을 지원하기 위한 무역금융 ▲경제인프라에 대한 장기투자자금 지원 ▲금융포용 관점에서 영세민의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한 지원 등이 꼽힌다.
김 총재는 “한은은 1990년대 중반까지는 성장가능성이 높은 부문에 신용이 배분될 수 있도록 신용정책을 운영했다”며 “이후 시장의 금융자금 배분 메커니즘을 촉진하기 위해 신용정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왔으며,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종전보다 작은 규모이나 신용정책을 유지해 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은은 기존 대출제도의 범위를 확대했다. 지난해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전환대출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올해에는 기술형 창업기업에 대한 은행대출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김 총재는 “미래의 금융·경제 환경도 현재 우리의 인식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면서 “비전통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조만간 전통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배경과 중앙은행의 책무가 확대되고 있는 점에 비춰 신용정책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유지함에 있어 통화정책을 보완하는 유용한 정책수단으로서 과거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은은 이날 서울시 남대문로 소재 본관 15층 대회의실에서 ‘중앙은행의 신용정책 수행경험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신용정책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일본은행, 유럽중앙은행(ECB),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주요국 중앙은행, IMF-ST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 우리나라 정부, 학계 및 연구기관 인사들이 참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신용정책 수행경험을 공유하고 중앙은행의 역할 변화 등 관련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
뉴스웨이 박일경 기자
ikpark@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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