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모델·AI 연산 인프라 중심 기업에 집중 투자엔비디아 의존 낮추는 K-엔비디아 전략 부각
국민성장펀드가 최근 업스테이지·리벨리온·퓨리오사AI에 투자를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통점은 세 회사 모두 인공지능(AI) 챗봇이나 에이전트 같은 서비스 기업이 아닌 AI 모델과 반도체 등 산업 기반 기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국민성장펀드의 투자 방향이 단순 AI 서비스 확대보다 국가 AI 경쟁력을 좌우할 인프라 구축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는 업스테이지·리벨리온·퓨리오사AI 등 국내 AI 생태계 핵심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 규모도 적지 않다. 업스테이지에는 5600억원, 리벨리온에는 2500억원, 퓨리오사AI에는 8000억원이 각각 투입됐다.
해당 펀드는 정부가 조성을 주도한 공모펀드로, AI·반도체·바이오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 육성에 투자하는 정책형 금융 상품이다. 정부가 조성한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과 민간 자금 75조원을 합쳐 총 150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업계에서는 세 기업이 모두 AI 생태계의 기반 기술을 담당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업스테이지가 AI 모델을,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가 AI 연산 인프라를 각각 담당하고 있어서다. 업스테이지는 국내에서 드물게 독자 LLM(거대 언어 모델) 개발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경쟁에도 참여하며 한국형 AI 모델 구축에 나서고 있다. 생성형 AI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해외 빅테크 모델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어와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리벨리온·퓨리오사AI는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를 이끌 'K-엔비디아'로 주목받고 있다.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서비스에서 인프라로 이동하면서 GPU를 사실상 독점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AI 연산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영향이다.
리벨리온은 2020년 설립된 AI 반도체 팹리스(설계전문)다. AI 모델이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추론 용도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만드는 데에 특화됐다. 또 퓨리오사AI는 AI 추론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국내 팹리스 기업이다. 2021년 1세대 NPU(신경망처리장치) '워보이'를 출시한 데 이어 2024년 HBM(고대역폭메모리) 기반 2세대 NPU '레니게이드'를 선보였고, 올해 초부터는 양산에 들어간 상태다.
세 기업은 막대한 선행 투자가 필요한 분야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독자 AI 모델 개발과 학습에 필요한 GPU·데이터 확보 비용 부담이 크고, 리벨리온·퓨리오사AI 역시 수년간 연구개발과 양산 과정을 거쳐야 해서다.
업계에서는 국민성장펀드가 단기 수익보다 국가 AI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 영역에 정책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AI 반도체와 기초모델 분야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투자 회수 기간도 길어 민간 자금만으로는 육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책 자금이 초기 시장을 뒷받침하며 국내 AI 생태계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3분기에 조성될 2차 국민성장펀드의 투자 방향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급 규모와 시기 모두 미정이지만 정부가 AI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AI 모델·반도체·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영역에 대한 지원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AI 반도체 분야의 투자 대상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성장펀드가 수천억원 규모의 대형 투자를 집행하는 만큼 투자 기업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가치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하이퍼엑셀·모빌린트 등 후발 주자들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기업 규모 측면에서는 아직 국민성장펀드 투자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는 국가 전략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큰 영역"이라며 "개발 비용은 막대한데 상용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기업 규모와 투자 가치가 어느정도 확보된 곳에 투자를 진행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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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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