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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드러낸 철도 민영화···국민 합의는 없었다

[포커스]발톱 드러낸 철도 민영화···국민 합의는 없었다

등록 2013.12.04 07:30

수정 2013.12.04 09:27

성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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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정부조달협정 개정 밀실 재가
국회 비준 절차도 무시 비난여론 빗발쳐
철도 운영 전반 외국자본 참여 길만터줘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고양기지 차량검수고. 사진=코레일 제공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고양기지 차량검수고. 사진=코레일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을 재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철도 민영화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5일 국무회의에서 WTO의 GPA 개정안을 국회 보고없이 의결했다. 이달 3~6일 열리는 WTO 9차 각료회의를 전후해 GPA 개정안을 WTO에 기탁하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WTO 가입국은 국내 철도 산업·정부조달사업에 국내 기업과 똑같은 조건에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탓에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결국 철도민영화로 이어지는 수순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비밀작전 버금가는 ‘밀실 재가’=박 대통령이 유럽 순방 중이던 지난달 4일 프랑스 기업인들에게 도시철도 개방을 포함한 GPA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 날인 5일 정부는 GPA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처리했다.

이 같은 사실이 7일이 지난 뒤에서야 알려지면서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지난달 15일 재가했다. 정부는 그럼에도 대통령 재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최근 재가 사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정치권에선 이번 사안이 헌법 등에 비춰 국민 경제 생활에 현저히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재가를 미루고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박 대통령의 재가가 내려진 상태에서 뒷북만 치고 있던 셈이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GPA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와 대통령의 재가 사실을 최근 언론을 통해 알았다”며 “해당 상임위인 외교통일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 등 어느 곳에도 보고하지 않았고 이런 소통의 부재가 ‘밀실 재가’ 의혹을 키웠다”고 꼬집었다.

이번 GPA 개정안에는 ▲공기업 구매상품 양허 확대와 서비스 양허 개방 ▲공기업 양허기관 확대 ▲국방부·방위사업청 조달 관련, 국가안보와 국방 관련 서비스·건설 협정 적용제외 규정 삭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수서발 KTX의 경우 한국철도공사가 자회사를 설립해서 민간자본이 여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어 운영 전반에 대해 외국 업체가 참여할 길이 열리면 외국자본에 의한 민영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철도민영화 아니다” 글쎄?=철도민영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청와대가 긴급 진화에 나섰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달 27일 WTO의 GPA 개정안과 관련해 국회 동의를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면서 박 대통령의 ‘밀실 재가’ 논란을 반박했다. 철도민영화에 대한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조 수석은 외국과 조약이나 협정은 국회에서 상의토록 한 통상교섭절차법의 대상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통상교섭절차법은 지난해 시행됐지만 GPA 개정은 그 전에 타결돼 이 법에 적용되는 조역·협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철도민영화에 대해서는 “조달협정이라는 것은 발주를 하는 데 있어 국내외에 차별을 두지 않는 것”이라며 “경쟁의 폭이 커지면 그만큼 가격은 내려가 정부나 지자체 등 운영주체에서 보면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싸게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운영주체가 누구든 간에 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공급한다면 그만큼 소비자에게 호평을 받을 텐데 이것이 왜 민영화라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며 “조달협정을 잘 활용하면 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시민단체 등은 이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GPA 개정안에는 고속철도를 개방대상에서 배제하는 내용이 없는데다 가격이 내려가면 서비스의 질 역시 떨어질 뿐만 아니라 안정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도 통상절차법상 정부에서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 없다고 해석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국회는 서명된 조약이 통상조약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정부의 비준동의안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해 정부의 해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성동규 기자 s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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