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권위 내려 놓고 완성한 '오너 드라이빙'···메르세데스-벤츠 S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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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 내려 놓고 완성한 '오너 드라이빙'···메르세데스-벤츠 S 450

등록 2026.07.11 07:19

권지용

  기자

직렬 6기통 엔진·9단 자동변속기의 완성도 효율성 높인 실내 정숙성·최고 연비 18km/L스탠다드 휠베이스가 선사하는 실용적 가치

메르세데스-벤츠 S 450. 사진=권지용 기자메르세데스-벤츠 S 450. 사진=권지용 기자

신제품 출시를 앞둔 시점은 언제나 기묘한 공기를 만들어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플래그십, S클래스의 부분변경 모델이 국내 출시를 목전에 둔 지금이 딱 그렇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화려하게 조명받을 신형의 첨단 기술과 변해버린 외모에 쏠려 있을 때, 역설적으로 기존 모델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꽤나 흥미로운 일입니다. 화려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 작품의 핵심 주제를 조용히 복습하는 시간과도 같죠.

대형 세단 시장의 최정점에서 군림하는 S클래스이지만, 이 세계에도 저마다 역할이 존재합니다. 그동안 뒷좌석의 안락함을 극대화한 롱바디 모델을 주로 경험해 왔다면, 이번에 만난 주인공은 원초적인 S클래스라 할 수 있는 'S 450 스탠다드 휠베이스' 모델입니다. 공도에서 수없이 마주치던 차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남은 시승차라는 안내를 받고 마주한 이 녀석의 실물은 사뭇 다른 긴장감을 자아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S 450 사진=권지용 기자메르세데스-벤츠 S 450 사진=권지용 기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부분은 황금 비례에 가까운 측면 실루엣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길거리에서 S클래스를 목격하지만, 그중 절대다수는 뒷문이 길게 늘어진 롱바디 모델입니다. 반면 스탠다드 휠베이스는 앞문과 뒷문의 크기가 정직하게 대칭을 이루며 떨어집니다. 거대한 함선 같았던 육중함 대신, 사륜구동 세단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단단하고 야무진 비율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멀리서 볼 때는 그저 익숙한 S클래스인 줄 알았으나, 막상 1대 1로 대면하자 한결 군더더기 없고 예쁜 비율이 도드라집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쇼퍼 드리븐이 아닌, 자신의 취향을 명확히 알고 스티어링 휠을 직접 쥔 오너 드라이버의 세련된 도구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과장된 장식을 배제하고 본질적인 실루엣만으로 승부하는 명작 영화의 미장센처럼, 외관에서 풍기는 비례감은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실내로 들어서면 담백한 고급스러움이 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인테리어를 구성하는 가죽과 마감재의 조합은 화려한 기교 대신 단정함을 택했습니다. 가죽의 질감은 몸을 포근하게 감싸 안으며, 대시보드를 길게 가로지르는 거대한 디스플레이와 야간을 화려하게 수놓는 앰비언트 라이트의 완성도는 여전히 동급 경쟁 모델들을 압도합니다. 2열 공간 역시 과도한 가변식 시트 대신 정갈하게 정돈된 구성을 보여줍니다. 쇼퍼 드리븐으로서의 화려한 수식어를 덜어낸 자리에는 오롯이 운전자에 집중할 수 있는 아늑함이 들어차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밀도가 워낙 높다 보니, 실내 공간 자체만으로도 S클래스라는 이름의 무게감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귀족적인 골격과 품격은 형태를 바꾼다고 해서 쉽게 가려지지 않죠.

메르세데스-벤츠 S 450 실내. 사진=권지용 기자메르세데스-벤츠 S 450 실내. 사진=권지용 기자

이 차의 진짜 진가는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바퀴를 굴리기 시작할 때 비로소 만개합니다. 보닛 아래 자리 잡은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은 왜 수많은 자동차 애호가들이 이 파워트레인에 찬사를 보내는지 단박에 증명합니다. 가속 페달에 가해지는 압력에 따라 엔진은 단 한 치의 히스테리도 부리지 않고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회전 질감을 토해냅니다. 이 매끄러운 가속감은 운전자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이 엔진과 맞물린 9단 자동변속기의 로직은 영리함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시속 80km 근처에 도달하자마자 변속기는 최고 단수인 9단 기어를 적극적으로 물려버립니다. 계기판 RPM 게이지는 바닥에 붙어 떨어질 줄 모릅니다. 엔진 힘이 워낙 넉넉하니 극도로 낮은 회전수를 쓰고도 차체를 가뿐하고 매끄럽게 밀어붙입니다. 낮은 RP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세팅 덕분에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과 진동은 자연스레 줄어들죠. 주행하는 동안 창문을 타고 넘어오는 외부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파워트레인이 만들어내는 정숙성의 수준이 대단히 높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S 450 2열. 사진=권지용 기자메르세데스-벤츠 S 450 2열. 사진=권지용 기자

영리한 세팅은 고스란히 연비로 귀결됩니다. 대형 플래그십 세단을 타면서 효율성을 따지는 것이 낯설 수 있지만, 오늘날의 기술력이 이룩한 성과를 확인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고속 위주 주행을 반복하는 환경에서 거구의 세단은 13.8km/L라는 준수한 성적표를 남겼습니다. 백미는 자동차의 효율성을 극단적으로 시험할 수 있는 자유로 정속 주행이었습니다.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정속 주행을 이어가자 연비 게이지는 믿기 힘든 숫자를 향해 치솟기 시작했고, 최종적으로 화면에 찍힌 숫자는 무려 18km/L에 달했습니다. 낮은 회전수를 끈질기게 유지하는 변속기와, 상대적으로 무게를 덜어낸 스탠다드 휠베이스만의 가벼움이 시너지를 낸 결과물입니다. 시내에서도 교통이 원활하다면 연비가 두 자릿수 밑으로 잘 내려가지 않더군요.

이번 시승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주인공은 뜻밖에도 공회전 제한 장치(ISG) 시스템이었습니다. 통상적으로 가솔린 대형 세단의 ISG는 에어컨이나 히터 등 전력 소모가 많은 공조 장치가 가동되면 배터리 보호를 위해 엔진을 금방 다시 깨우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S 450의 ISG는 놀라울 정도로 끈질기더군요. 무더운 날씨 탓에 실내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놓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교차로에서 붉은 신호를 받아 차가 멈춰 서자 엔진은 소리 없이 숨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가 긴 신호 대기가 모두 끝나고 출발 신호가 켜질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벤츠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배터리 매니지먼트 기술이 얼마나 높은 완성도에 도달했는지를 체감할 수 있더군요. 멈춘 순간마저도 완벽한 휴식으로 만드는 기술이야말로 S클래스가 가진 진짜 저력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S 450. 사진=권지용 기자메르세데스-벤츠 S 450. 사진=권지용 기자

영화가 끝난 뒤 극장 문을 나설 때, 화려한 액션보다 주인공의 담담한 독백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S 450 스탠다드 휠베이스가 바로 그런 차입니다. 쇼퍼 드리븐을 위한 몇몇 거창한 장비들을 덜어내고 담백함을 택한 구성은, 오히려 오너 드라이버에게 완벽한 결론으로 다가옵니다. 군더더기 없는 차체 비율 덕분에 도심 골목길을 돌거나 주차를 할 때 스트레스가 현저히 적다는 실용적인 이점이 온전히 운전자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S 450 스탠다드 휠베이스는 화려한 옵션보다 차체 밸런스와 파워트레인, 주행 질감 등 S클래스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모델이었습니다. 부분변경 모델은 여기에 새로운 디자인과 최신 디지털 기술까지 더해질 예정이죠. 현행 모델이 여전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만큼, 곧 출시될 신형 S클래스에 대한 기대감도 자연스럽게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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