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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 르노삼성, 佛 르노 생산 하청기지로 전락하나

‘총체적 난국’ 르노삼성, 佛 르노 생산 하청기지로 전락하나

등록 2013.12.17 18:32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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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사진=르노삼성자동차 제공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사진=르노삼성자동차 제공

국산차 5사 중 유독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가 사실상 프랑스 르노그룹의 생산 하청기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국내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는 반면 경력개발을 이유로 해외에 머무르는 인력이나 본사서 파견된 인력의 급여는 크게 늘었다. 게다가 대주주인 르노그룹의 연구·개발 예산은 갈수록 깎이고 있어 ‘하청기지 전락설’에 힘을 싣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지난해 국내에서만 구조조정을 이유로 800여명의 직원을 내보내는 등 전체 직원의 20% 이상(1169명)을 떠나보냈다.

르노삼성은 퇴직 직원에게 약 481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이는 2011년(227억원)보다 53%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이 기간 중에 르노삼성이 르노·닛산그룹으로 파견 보낸 인력 50여명과 르노·닛산에서 르노삼성으로 파견된 인력 30여명의 급여·복리후생비 명목으로 지출한 돈은 약 73억원으로 2011년보다 20억원 정도가 더 많아졌다.

차를 팔고도 얻은 돈도 이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르노·닛산 본사에 완성차와 부품을 팔고 연구 용역을 수행해 2조6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2011년보다 17.8% 줄어든 수치다.

연구·개발 예산도 줄었다. 르노그룹으로부터 연구 인력 인건비를 지원받는 르노삼성의 입장에서는 연구·개발 예산이 풍부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에 지원하는 연구·개발비는 2011년 1544억원에서 지난해 1437억여원으로 약 7% 줄었다.

연구·개발 직군 이외의 부서에서 진행하는 조사 연구비도 약 21억원에서 지난해 약 10억8000만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품질에 대한 연구·개발은 물론 제품 생산·판매와 관련된 각종 예산이 모두 줄어든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반전의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자동차 회사의 가장 큰 공략 카드는 멋진 신차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이렇다 할 신차를 내놓지 못했다.

2011년 여름 2세대 SM7을 출시한 이후 풀 체인지 신차를 출시하지 못했던 르노삼성은 르노 스페인공장에서 생산된 소형 SUV ‘캡처’에 ‘QM3’라는 이름을 달아 12월 초부터 국내 시장에 들여왔다.

QM3는 대중적인 가격과 높은 효율성에 힘입어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신차 인도 시점이 내년 3월로 예정돼 있어 ‘신차 바람몰이’를 이어가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르노삼성의 유일한 생산 라인인 부산공장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 스페인 등 해외 생산 라인은 계속 늘고 있지만 부산공장은 내수 판매량의 부족으로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판매될 차가 해외에서 생산되고 해외에서 판매될 차가 오히려 국내에서 생산된다는 아이러니까지 존재한다는 점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QM3는 스페인에서 생산돼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지만 르노·닛산이 르노삼성에 생산을 위탁한 닛산의 다목적 자동차 ‘로그’는 국내에 판매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의 생산 하청기지화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생산과 소비의 괴리 현상이 심화될수록 이 현상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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