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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로 외환은행장 이임사 ‘사랑하는 KEB를 떠나며’

[전문]윤용로 외환은행장 이임사 ‘사랑하는 KEB를 떠나며’

등록 2014.03.20 11:01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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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씀
존경하는 외환가족 여러분!

세월은 정말 빠른 것 같습니다.

제가 25개월 전에 첫 출근했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제 여러분께 작별의 인사를 드리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 동안 제가 은행장으로서의 역할과 소임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은, 일선 영업점과 본점의 직원부터 임원진에 이르기까지 성실하고 묵묵하게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해 주신 우리 KEB 임직원, 오직 여러분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저희 8000여 모든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2년에 대한 회고
사랑하는 외환가족 여러분!

조금 전 상영된 동영상을 보고나니, 또 이 자리에 서서 여기 계신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뵈니 여러분과 함께 해 온 지난 2년간의 소중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9년여의 론스타 시대가 끝나고, 2012년 2월 외환은행이 하나금융그룹에 편입된 이후, 은행장으로 취임한 저는 우선 피인수로 인한 정서적 혼란에 빠져 있던 직원과 조직을 추스르고, 약화된 고객기반과 영업력을 회복하기 위한 준비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의 고객기반을 다시 확대하기 위하여, 여러 차례에 걸친 캠페인 진행 등 일선 영업점의 각고의 노력에 힘입어, 지난 2년 동안 총고객수가 8백만을 넘어섰고, 활동성 고객수도 300만에 육박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 10여 년 간 정체되었던 영업상황을 감안하면, 이제 그 침체의 고리를 끊은 것이 중요하며, 시간이 갈수록 더 큰 결실을 맺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또한, 무역보험공사, 중소기업청 등 유관 기관과의 '각종 업무협약 및 출연'과, '사기충천 프로그램', '매일매일 부자대출' 등 새로운 상품 출시를 통해 과거 대기업 위주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고객의 비중을 늘리기 위한 토대도 마련하였습니다.

우리의 핵심역량인 해외부문과 외국환의 강점을 더욱 키워나가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였습니다.

론스타 시절 제약되었던 해외 네트워크 확대를 재개하여 2012년 12월에는 아랍에미레이트의 아부다비에 우리나라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지점을 개설하였고, 터키·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선제적이며 심도 있는 진출을 확대하였습니다.

특히, 지난주에는 인도네시아의 KEB-Hana 통합현지법인과 호주 시드니 지점 개점식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이번 출장을 통해 저는, 해외영업에 있어서도 선제적 진출뿐만 아니라 현지에 맞는 새로운 상품 및 영업전략과 시스템 구축 등을 더욱 고민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화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우리의 전통적 우위분야인 외국환과 무역금융에서도 아직은 시장점유율과 노하우 측면 등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은행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강화되고 있어 이를 수성하고 진일보할 수 있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2012년에 출시하여 전임직원의 합심노력으로 13개월 만에 100만장을 돌파한 2X카드는 ‘우리도 밀리언 셀러 히트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우리 모두를 한데 묶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2X카드를 통해 취약한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올리고, 고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얻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영업 경쟁력 강화 이외에 제가 노력을 기울인 한 축은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본점 조직 슬림화를 통해 영업인력을 확충하고 사업부제를 과감히 폐지하여 개인·기업간 영업 시너지를 도모하고 사일로(Silo) 문화의 폐해를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거의 매반기 조직개편을 하게 됨에 따라 여러분이 많이 혼란스러웠던 점도 있었을 것입니다.

인사측면에서는 영업점과 본점의 순환 발령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균형 잡힌 인재를 육성할 기반을 구축하였으며, 조직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 온 직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 풍토를 정착시키고자 하였습니다.

작은 것부터 아껴보자는 '3.3.9 운동' 등을 통해 저수익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비용절감 마인드도 전행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들은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은행은 거대한 항공모함과 같습니다. 항공모함이 한 순간에 방향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마냥 느긋하게 기다릴 시간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바른 방향이라고 생각되면 아주 속도감 있게 나아가야만 합니다. 그래야 예정된 시간에 우리의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외환가족 여러분!

이러한 노력 이외에 지난 2년 동안 저와 여러분의 몸과 마음을 힘들게 했던 여러 사안들도 떠오르게 됩니다.

2012년에는 7개월에 걸친 세무조사와 국회 국정감사, 그리고 시작된 가산금리와 관련한 감독당국의 검사는 새롭게 출발하는 우리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였습니다.

2013년에는 검사의 결과로 '기관경고'를 받게 되었고, 바로 1년전 어제인 3월 19일 본점 압수수색부터 시작된 검찰수사와 기소, 그리고 금감원 종합검사 등 참으로 어려운 일들이 단기간에 그리고 한꺼번에 몰아치면서, ‘비가 오면 퍼붓게 마련이다(It never rains but in pours.)’라는 속담을 실감케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어려움들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헤지펀드의 지배하에 있던 그 긴 시간의 폐해가 어떻게 아무 일도 없이 쉽게 극복이 되겠습니까? 강산도 변한다는 그 10년의 세월을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치된 마음으로 모두의 지혜를 모아 현명하게 대처하였습니다. 또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잘못된 점을 개선하고, 우리의 체질을 더 단단하고 강하게 만드는 계기로 만들었습니다.

또 다른 큰 어려움은 그룹 내에서의 자리 잡기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지주회사체제에 편입되면서 겪게 되는 당연한 현실과 업무처리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그러한 경험이 없었던 우리들은 오해를 하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적도 있었고, 같은 그룹의 가족인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서먹서먹함에 따른 어색함과 경계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것도 저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만나고, 성장배경이 다른 두 은행이 어찌 아무런 어려움 없이 금세 조화를 이루겠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그룹 내 다른 회사들과의 시너지와 상생협력 부문에서도 크고 작은 많은 진전을 이루어냈습니다.

또, 많은 만남과 업무 속에서 우리는 친해지고 서로 상대방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정서적 갈등과 업무상 갈등은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2년 전의 외환 하나은행과 지금의 외환 하나은행은 엄청나게 달라졌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이러한 진전을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여러모로 도와주신 김정태 회장님과 하나금융그룹 임직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조직 내 소통도 많이 활성화되었다고 믿습니다.

저는 우리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조찬행사가 없는 날은 가급적 영업점을 방문하였고, 사무실에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영업점의 직원들과 통화했습니다.

어제부로 저는 전국의 모든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직원과 통화하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저는 밝은 얼굴의 여러분을 보면서 힘을 얻었고 그래서 오늘까지 잘 마치게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또한, 금년 1월과 2월에는 영리더들과 네 차례에 걸친 간담회를 통해 KEB와 우리들이 나아갈 길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보람된 일중의 하나였습니다.

이제 외환은행의 영리더들은 전국의 영업점과 본점에서 KEB 변화와 재도약의 불씨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금까지 말씀 드린 모든 것들은 하나 하나 저에겐 큰 행복이었고, 여러분과 함께한 소중한 추억입니다.

최근에 주위의 아는 분들이 저에게 '외환은행 직원들의 표정과 응대가 달라졌다'고 많이 말씀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들의 고객에 대한 자세는 분명히 달라졌고 이것은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한 직원 여러분의 관심과 끊임없는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웠던 상황에서도 많은 성과를 이루어 낸 우리 임직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당 부 말 씀
사랑하는 외환가족 여러분!

비록 제가 은행을 떠나기는 하지만, 여러분께 2가지만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 산업은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제반 규제는 강화되고 있는데다 금융의 공공성도 강조되면서 수익성은 자연스럽게 악화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습니다.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된 금융자본주의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의 금융인들은 이제 ‘은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큰 변화의 물결에서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저는 그 답을 '조직문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변화의 큰 물결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러한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강력한 기업문화를 정립'해야겠습니다.

조직 구성원의 정신과 행동양식은 그 조직의 조직문화에 의존합니다.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들은 모두 그들만의 강하고 건전한 기업문화가 확고히 정착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변화와 혁신을 더 이상 두려워말고 보다 큰 틀에서 은행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정착시켜 나갈 고민을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가 아니라 다른 시각,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려는 '혁신의 마인드'와 '변화의 시도'가 필요합니다.

조직 구성원 상하좌우간의 원활한 소통, 고객에 대한 신뢰 확보,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과 책임, 직원 상호간의 존중과 배려, 능력과 역량을 펼칠 공평한 기회 등 우리에겐 바람직한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풀어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새로운 조직문화의 정립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조직문화 개선작업에 적극 참여하셔서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또 한가지는 '그룹에 대한 열린마음과 시너지 창출'입니다.

은행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4대 지주 체제하에서 대형은행들은 물론 증권·보험 등 다른 금융기관들과도 업종을 넘나드는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나은행을 더 이상 내부의 경쟁자로만 감성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닙니다.

조금만 눈을 돌려도 우리의 경쟁자는 다른 금융 그룹사, 나아가서 해외의 글로벌 금융사들입니다.

외환과 하나가 힘을 합쳐서 함께 해야만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더 큰 것, 더 많은 것을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이제 그룹에 편입된 지도 3년차에 접어들었고, 앞으로 KEB의 진정한 발전을 이루어내고 여러분이 그룹의 주역이 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아주 분명합니다.

보다 대승적 견지에서 열린 마음으로 그룹 내 다른 회사들과의 시너지 창출에 속도를 내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 외환은행 직원 여러분은 인재의 보고라고 할 만큼 자질과 역량이 뛰어납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유연한 사고와 강한 실행력'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면에서도 지금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만 더욱 속도를 내었으면 합니다.

하나은행이 잘 하는 것이 있다면 과감하게 받아들이십시오.
그리고, 우리가 잘 하는 것도 하나은행에 전수해 주십시오

과감하고 용감하게 도전하면 그래도 50%의 성공확률이 있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100% 실패뿐입니다.

존경하는 외환가족 여러분!

제가 여러분과 같이 훌륭한 직원들과 더 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소임이라는 것이 있고 법화경(法華經)의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란 말처럼 ‘사람은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되고 헤어진 사람도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된다.’고 합니다.

외환은행에 대한 저의 소임은 은행이 재도약 할 수 있도록 땅을 다지고, 철근을 세우고 벽돌을 쌓는 등 기반을 구축하며 구조물을 완성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이제 지붕을 올리고 안을 채우는 마무리 공사는 신임 은행장께 부탁 드려야겠습니다.

김한조 신임 은행장은 여러분의 선배이며 제가 같이 일을 해봐서 잘 알지만 업무역량과 리더십 등 모든 부문에서 탁월한 분입니다.

우리 KEB의 미래를 책임지고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잘 해내리라 믿을 수 있었기에 저는 은행을 떠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저의 후임으로 김한조 은행장이 오시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쁘고 든든하게 생각합니다.

◇맺음말씀

사랑하는 외환가족 여러분!

제가 은행을 떠나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KEB의 변화와 발전을 늘 성원하며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미력하나마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끝까지 도울 것입니다.

저는 KEB와 여러분을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또,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 것입니다!

얼마 전 어느 직원이 저에게 "행장님은 정말 최고였습니다."라는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이에 저는 오늘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여러분의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하시기를 기원하며, 모두 건승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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