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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증권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포커스]그 많던 증권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등록 2014.05.23 08:42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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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4만명↓
직무 경험 살릴 재취업처 전혀 없어
투권인, 직무 경험 살릴 수 있어 주목
실제 수익 높지 않고 영업도 어려워
회사내 구조조정 후폭풍 대책도 필요
IFA도입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요원

전례 없는 불황을 겪고 있는 증권사들이 비용감축을 위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갈 길을 잃은 증권사 직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영업사원의 경우 직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직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어 증권사 직원들의 한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직무 경험 살릴 수 있는 이직 자리 없어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 직원수는 3만9147명으로 지난해 말 4만231명에서 약 1000명 가까이 줄었다.

자료 = 금융감독원자료 = 금융감독원


전체 증권사 직원수가 4만명 이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증권사 직원이 급감하는 것은 증권업계 불황 때문이다. 수익 감소에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비용 감축을 위한 희망퇴직, 지점 축소 등에 나서면서 증권가의 매서운 ‘실직’ 바람이 분 것있다.

실제 SK증권(200명), 동양증권(600명), 한화투자증권(350명) 등의 증권사들이 대규모 인력감축을 했고 대형사인 삼성증권도 최대 500명, NH농협증권과의 합병을 앞둔 우리투자증권도 최대 400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문제가 되는 점은 증권사를 떠난 전(前) 증권맨들의 새 직장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증권사 직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증권사를 그만 둔 이들은 세 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직무 경험을 이어갈 수 있는 다른 증권사에 취직하는 것, 자산운용사 및 투자자문사 등 타 증권업종으로 이직하는 것, 증권과 관계없는 직장에 취직하거나 사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증권사에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며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직업을 찾는 것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이 뚜렷한 직장을 준비해 놓지 못하고 희망퇴직을 신청한다는 뜻이다.

서울 여의도에 근무하는 한 증권사 직원은 “과거에는 증권사 이직이 쉬워 희망퇴직을 실시해도 다른 증권사로 이동했지만 지금 거의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인력을 감축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정말 드물다”고 말했다.

1년 전에 희망퇴직을 통해 증권사를 떠났다는 전 증권맨은 “회사에서 받은 돈을 대부분 사업 투자에 잃고 현재는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며 “내 주변을 봐도 직무 경험을 살려 이직을 하는 등은 아주 드문 일이다”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직원은 “예전만큼 증권업의 매력이 없다보니까 아예 희망퇴직을 원하는 일부 직원들도 있다”며 “하지만 이들 가운데서도 뚜렷한 대안 없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주목 받는 ‘투권인’···일각에선 우려
증권사들의 희망퇴직이 이어지면서 직무 경험을 발휘할 수 있는 ‘투자권유대행인’이 주목 받고 있다.

투자권유대행인이란 정직원은 아니지만 지점 등에서 고객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특히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몇몇 증권사에서 희망퇴직자를 대상으로 투자권유대행인 전환을 추진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삼성증권은 희망퇴직 실시를 발표하면서 투자권유대행인으로 전환한 직원에 대해서는 사무공간, 고객기반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고 NH농협증권 역시 원하는 직원에 한해 투자권유대행인 전환을 해주기로 했다.

삼성증권 투자권유대행인 모집 포스터. 사진 = 삼성증권삼성증권 투자권유대행인 모집 포스터. 사진 = 삼성증권


하지만 일각에서는 증권사 직원의 투자권유대행인 전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투자권유대행인의 수익이 생각만큼 높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개인마다 편차가 큰 경우가 많아 수익이 많은 사람을 보고 쉽게 생각했다 아예 이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권유대행인 관련 카페에는 “월 50만원의 적립식펀드를 1000계좌 유치해도 이를 통해 받는 수익은 30만~40만원이다”며 “300만~400만원을 벌려면 매월 5억원의 자금이 들어와야 가능하다”는 조언을 남겼다.

지난해 증권사를 그만두고 투자권유대행인으로 영업을 시작했다고 밝힌 전 증권사 직원은 “생각보다 계약을 맺은 회사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지 않는다”며 “증권사 직원일 때와 영업력에 차이가 확실히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투자권유대행인이 확대되는 것이 장기적인 시장 발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권유대행인의 확대가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권유대행인은 실적에 따라 수익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무조건 팔자’식의 무책임한 영업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권유대행인은 말 그대로 권유만 할 수 있고 계약과 관련된 법적 책임이 없다”며 “무리한 계약 유치가 문제를 낳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갈 곳 없는 증권맨에 ‘남은 자’ 불안도 커져

그 많던 증권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기사의 사진


여의도를 떠난 증권맨들의 이직이 쉽지 않아 지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성과제도 등을 도입해 이른바 ‘실적 부진자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는 회사 직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크다.

실적 부진자 프로그램를 실시하고 있다는 회사의 한 직원은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되면 거의 대부분 회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안다”며 “증권사를 관두면 할 수 있는게 없는데 언제 짤릴지 모른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부진자 프로그램을 통해 실직하게 됐다고 밝힌 전 증권맨은 “회사의 경영 악화를 개인에게만 돌리는 행위였다”고 지적하면서 “믿었던 회사가 나를 필요할 땐 실컷 썼다가 어려울 땐 버렸다고 생각하니 비참한 기분이 든다”

이렇다 보니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일부 회사에는 노동조합 등 내부 직원들과 갈등의 모습을 빚기도 한다.

실제 대신증권 노조는 회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규탄하며 생존권 사수를 위한 시위에 도입해 있는 상태고 얼마나 전 노사간 합의를 이끌어낸 우리투자증권도 희망퇴직을 놓고 갈등을 이어왔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회사와 개인 모두 구조조정 여파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떠난 직원들을 차치하더라도 남은 직원들의 업무 수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같이 일했던 동료가 업계를 많이 떠나면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며 “회사 내부 분위기도 가라앉아있는데, 또 일까지 많아지면서 모두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또 일각에서는 증권업계의 실질적인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독립투자자문업자(IFA) 등을 하루 빨리 도입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독립투자자문업자는 현행 1개 투자회사에 존속돼 해당 회상의 상품에 대해서만 상담을 할 수 있는 제도를 개선해, 복수의 회사 상품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권유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가 도입되면 증권업계의 직무 경험이 있는 퇴직자들의 새로운 일자리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한 증권 유관기관 관계자는 “퇴직자들이 갈수 있는 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IFA제도 도입 등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직무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 초기 IFA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시장 발전 차원에서도 긍정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pje88@

뉴스웨이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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