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전략공천·단일화···野 선거전략 패착

기동민·권은희 일관성 없는 전략공천

기계적 단일화,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김한길·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 사진=새정치연합 제공

여야의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던 7·30재보궐선거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여당의 TKO승으로 끝났다. 야당은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지리멸렬했고 심지어 텃밭마저 내줬다. 선거전 초반부터 지적 혹은 노출됐던 문제들을 애써 무시한 야당 지도부는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30일 치러진 7·30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전국 15곳의 선거구 중 1/3도 안 되는 4곳을 확보했다. 승부처였던 수도권에서 6곳 중 1곳을 얻는 데 그쳤고 충청권 3곳과 영남권 2곳은 손도 써보지 못했다. 텃밭인 호남 3곳 중 1곳을 새누리당에 점령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여야 모두 선거를 준비하던 이달 초만 해도 분위기는 야권 우세에 가까웠다.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세월호 참사의 여파와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는 박근혜 대통령, 권력 분화 조짐이 보이는 여당 등 야권에는 호재가 줄줄이 이어졌다.

물론 여권의 고유한 문제에서 기인한 반사이익을 야권이 얻어가는 부분이 컸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여야 공히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선거 결과가 말해주듯 새정치연합은 이를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했다. 정권심판론을 강화하는 선택을 내린 이들은 수권정당을 지향하는 제1야당으로서의 대안 제시가 전무했고, 유권자들로부터 오히려 ‘심판’을 당했다.

이와 달리 여권은 강한 위기감 속에 기민하게 움직였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내세웠던 박 대통령을 선거 전면에서 감추는 대신 개별 후보들의 역량을 최대한 어필하는 전략을 구사해 대성공을 거뒀다.

무엇보다도 새정치연합의 최대 패착은 이해하기 어려운 전략공천으로 꼽힌다. 최대 격전지로 예상됐던 서울 동작을 공천을 두고 광주 광산을에 선거사무소까지 차린 기동민 후보를 갑작스레 끌어올려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과 마찰을 야기한 데다 막상 광주에는 권은희 후보를 공천함으로써 여권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선거전 후반 정의당과 극적으로 이룬 후보 단일화 역시 유의미한 결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노회찬 정의당 후보는 스타급 정치인의 체면을 구겼고 손학규 후보는 수원에서 정치 신인에게 치명상을 입었다.

새정치연합은 ‘당 대 당’ 차원의 연대가 아닌 개별 후보들 간 단일화로 그 의미를 축소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유권자들에게는 결국 피로감만 높였고, 이는 냉정한 투표 결과로 나타났다.

이창희 기자 allnewgu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