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방송된 SBS 주말극장 ‘기분 좋은 날’(극본 문희정/ 연출 홍성창/ 제작 로고스필름) 최종회 44회 분에서는 한 지붕 두 가족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해피엔딩 결말’이 담겨지면서 안방극장을 훈훈하게 물들였다.
“그래서 오늘도 ‘기분 좋은 날’이다”라는 이상우의 내레이션과 “날씨 좋다. 기분이 좋다”라는 최불암의 마지막 대사는 평범하면서도 소박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에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아이를 낳으러 분만실로 들어가는 정다정(박세영 분)의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렸던 서재우(이상우 분)는 3년 후 두 자녀를 둔 듬직한 아빠가 되어있던 상태. 하지만 다정에게 해외 출장을 함께 가자고 조르며 여전한 닭살 애정을 드러냈다. 한송정(김미숙 분)과 남궁영(손창민 분)은 가족들의 축복 속에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고는 세 딸들에게 좋은 부모로서의 본보기를 보여줬다.
이순옥(나문희 분)은 치매증세가 심해져 가족들 중 딸 김신애(이미영 분)를 제외하고는 알아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게 됐지만, 남편 김철수(최불암 분)는 자신을 “요양사 김철수”라고 말하며 따스하게 보살펴주는 등 변치 않는 부부애를 과시했다.
자신을 엄마라고 불러준 강은찬(정재민 분)에게 눈물을 흘리며 고마움을 전했던 정다애(황우슬혜 분)는 강현빈(정만식 분), 아들 은찬과 완벽한 세 식구로 탄생했다.
한다인(고우리 분)은 유지호(홍빈 분) 대학생이 되자 한눈팔까 노심초사하며 결혼하겠다고 졸랐고, 만삭이 된 이소이(정혜성 분)는 분가하고 싶다는 서인우(김형규 분)를 말리고는 시어머니 신애에게 당당히 불고기를 요구하는 모습으로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서민식(강석우 분)과 신애는 손녀, 손자를 돌보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모든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 화기애애한 일상으로 마지막까지 감동을 선사한 ‘기분 좋은 날’이 남긴 것들을 짚어본다.
◆ 보면 볼수록 행복을 유발하는 ‘착한 드라마’의 탄생
‘그대 웃어요’, ‘내 마음이 들리니’, ‘보고 싶다’ 등 감성 필력의 문희정 작가와 감각적이면서도 탄탄한 연출력의 홍성창 PD의 첫 의기투합인 ‘기분 좋은 날’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며 착한 웰메이드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 복수, 악행 등 자극적인 막장 요소를 과감히 버리고 순수하고 정감 있는 따뜻한 드라마를 만들어낸 것. 매회 시청자게시판에 줄줄이 이어지는 시청자들의 진심어린 응원 글들은 파격과 충격을 오가지 않는 ‘착한 드라마’로도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던졌다.
◆ 각양각생 네 커플의 ‘깨알 조화’
부모의 반대를 이해시키고 애절한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각양각색 4커플을 연기한 이상우-박세영-정만식-황우슬혜-고우리-김형규-홍빈-정혜성은 색깔 있는 연기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이상우는 4차원 청정남에서 둘도 없는 착한 남편으로 박세영은 모태 솔로녀에서 현모양처로의 변화를 연기하며 닭살 신혼부부를 가감 없이 그려냈다.
아들 딸린 이혼남을 연기한 정만식과 노처녀 약사 황우슬혜는 난관을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 ‘난독증’이 있는 아들 은찬에게 진실된 부모로 감동을 선사했다.
연상연하 커플로 주목받은 고우리와 홍빈은 아이돌 가수의 이미지를 벗고 당당하게 연기자의 위치로 올라섰으며, 천방지축 김형규와 제멋대로였던 외동딸 정혜성은 가족의 품안에서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 역대급 연기 신(神)들의 환상적인 조화
대한민국 대표 관록의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력은 ‘기분 좋은 날’을 이끌어주는 큰 무게중심이었다.
중년층의 사랑을 맛깔스럽게 연기한 김미숙과 손창민의 꿀잼 로맨스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터. 고집스럽지만 뜨끈한 정이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고스란히 녹여낸 최불암과 파킨슨병에 걸려 치매에 걸린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한 나문희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었다.
또한 고아로 자랐지만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넒은 마음의 강석우, 극초반 철없는 모습으로 풍파를 일으켰으나 속정 깊은 이미영의 맹활약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 시대를 초월한 바람직한 가족상의 모색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며 살아가는 현세대에게 결혼의 의미와 바람직한 가족상에 대해 되새겨보게 했다는 점에서 ‘기분 좋은 날’은 차원이 다른 드라마였다.
세 딸을 가진 이혼녀와 결혼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중년남이 이뤄낸 꽃중년 로맨스와 60년 해로를 한 노부부의 눈물겨운 황혼 신혼기, 자신들을 버린 아버지와 이혼 후 낳은 이복남매에 대한 용서와 화해는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게 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가족들과 서로를 다독이며 이겨내는 한 지붕 두 가족의 진정성 넘치는 가족애는 시청자들에게 남다른 울림을 안겨줬다.
제작사 로고스필름 측은 “막장드라마의 범람 속에서 ‘기분 좋은 날’은 대한민국을 따뜻하고 훈훈한 감동으로 물들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기분 좋은 날’을 통해 시청자 여러분들 마음에 힐링과 공감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동안 시청해주시고 많은 응원을 건네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홍미경 기자 mk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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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mkhong@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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