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4년 버틴 결단···제조 버리고 소비재로B2C 기업으로 전격 탈바꿈하고, M&A 속도동시다발적 사업 확장, 시너지 등 성과 주목
'은둔의 태광'에서 '진격의 태광'으로 파격 변신
'은둔의 기업'으로 불리는 태광그룹은 1950년 출범 이후 최근까지 석화·섬유 사업을 축으로 사업 기반을 다져왔다. 기업 간 거래(B2B) 중심의 사업 구조를 유지하고 외형 확장보다는 사업 안정화에 방점을 두는 등 보수적인 경영 기조가 이어졌다.
하지만 안정세를 이어오던 태광도 보릿고개를 피하지 못했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 중국발 공급과잉 등 복합 악재로 주력 사업이 적자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창사 이래 가장 큰 경영 위기를 마주했다는 평가다.
실제 석화·섬유 부문을 영위하는 태광산업은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1045억원의 손실을 낸 이후 2023년 994억원, 2024년 272억원, 2025년 354억원까지 마이너스 실적을 이어갔다. 지난해 기준 4년간 누적 영업손실만 약 2700억원에 달한다.
위기를 느낀 그룹은 기존 핵심 사업을 축소하며 체질전환에 나섰다. 석화 부문에서는 지난해 울산 석유2공장의 프로필렌을 생산 중단한 데 이어 아세토니트릴과 아크릴 설비 가동률도 절반 이하로 줄였다. 2021년 태광산업이 LG화학과 합작해 설립한 '티엘케미칼'은 작년 말 청산하고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섬유 부문도 사정이 안 좋긴 마찬가지다. 한때 태광산업의 알짜 법인으로 통했던 태광화섬상숙유한공사(TKS)은 2022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이에 지난해 스판덱스 생산라인 가동을 일부 중단했다. 섬유 자회사 대한화섬도 경영 위기에 따라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그룹은 돈 안되는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신사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올 초 동성제약 인수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달에는 애경산업을 4475억원 규모로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화장품·헬스케어 분야로 보폭을 넓히며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려는 움직임이다.
호텔, 리조트 등 부동산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앞서 그룹은 작년 말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남대문' 호텔을 2542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 개발사업 확대를 위해 미래사업추진실 산하에 부동산TF를 만들고 전문 인력 영입에도 나섰다. 보유 자산이 많고 금융 계열사를 갖춘 점이 부동산 사업 확대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광그룹의 행보는 2023년 발표한 '10년간 12조원 투자 계획'에 따른 움직임으로도 읽힌다. 애경산업 인수를 노리던 지난해 7월에는 화장품·에너지·부동산 관련 기업 인수에 올해 말까지 총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공격적인 M&A(인수합병) 통해 태광그룹은 B2B에서 B2C 기업으로 무게 추를 옮기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행보가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닌, 70년 넘게 이어온 그룹의 DNA를 과감히 바꾸고 새롭게 정립하는 대전환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주력 사업의 경쟁력 악화에 대응해 성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신사업을 선정했다"며 "최근 뷰티와 호텔 사업 등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급격한 사업 확장···득일까 실일까
다만 일각에서는 태광그룹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업황 부진에 따른 사업 재편은 불가피하지만, 생존 전략으로 택한 소비재 산업 시장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국내 소비가 위축된데다가 소비재 산업이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시장 안착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잇단 M&A로 상당한 자금이 투입된 만큼 신사업의 성과 창출이 늦어지면 그만큼 사업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 간 시너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화장품·호텔·제약 등 사업이 대부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산업 구조와 핵심 경쟁력이 서로 달라 사업 연계 전략이 아직 불명확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신사업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사업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은 점도 향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최근 인수한 뷰티 기업이 상위권 수준의 브랜드 인지도를 갖췄기 때문에 사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는 크게 없다"면서 "또 홈쇼핑 채널을 통한 자체 유통망도 갖추고 있어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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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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