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네 연인의 사랑과 운명의 대서사시가 프랑스 뮤지컬의 독특한 색채 입고 국내 무대에 펼쳐진다.
‘타이타닉’ ‘스타워즈’를 제치고 미국 역대 박스오피스 흥행 1위를 기록한 비비안 리 주연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감동을 무대에서 다시 만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1936년 마가릿 미첼이 쓴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6개월 만에 100만부를 돌파했고, 그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후 1939년 영화로 만들어져 미국 내에서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주인공은 비비안 리와 클라클 케이블이었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십계’, ‘로미오 앤 줄리엣’,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프랑스 제작진이 뮤지컬로 제작한 작품으로 프랑스 최대 공연장인 ‘팔래 데 스포르 드 파리 (Palais des Sports de Paris)’에서 단 9개월 만에 90만 명이 관람하는 대성공을 거둔 뮤지컬이다.
남북전쟁이라는 격동기 속에서 살아나가는 네 연인과 운명, 사랑의 대서사시는 무대 각색이 쉽지 않은 방대한 스토리다. 그런 점에서 해외 고전을 특유의 감성과 웅장한 스케일을 섬세한 드라마로 표현해내는 프랑스 뮤지컬이었기에 구현이 가능했다.
스칼렛 오하라와 레트 비틀러를 중심으로 한 로맨스는 물론, 역사에 맞서 살아남은 다양한 인간군상과 강인한 생명력, 그리고 원작에서 부각되지 않았던 인본주의와 박애주의를 바탕으로 한 노예 해방 메시지는 뮤지컬만의 새로운 매력을 살렸다.
감동을 완성시킨 것은 ‘로미오 앤 줄리엣’의 제라르 프레스귀르빅이 작곡한 주옥 같은 넘버다. 대중적인 멜로디와 서정적인 분위기, 다름다운 가사로 유럽의 마에스트로로 불리는 그의 음악은 템포와 장르, 음색을 자유롭게 오가며 캐릭터와 배우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낸다. 서정적인 러브송, 스칼렛의 강렬한 의지가 담긴 솔로곡,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노예장의 빼어난 음악이 공연 전체에 녹아있는 작품이다.
◇ 웅장한 무대와 예술적 군무가 눈 앞에
프랑스 뮤지컬의 웅장한 무대와 화려한 군무가 아시아 최초로 국내 관객 눈앞에 펼쳐진다.
프랑스에서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원작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아시아 최초로 국내 무대에 오른다. 프랑스에 이어 벨기에, 스위스 등을 거쳐 많은 나라에서 막을 올렸지만, 아시아에서는 최초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의 제라르 프레스귀르빅, ‘태양왕’, ‘클레오파트라’를 통해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안무가로 인정받은 카멜 우알리, ‘십계’의 무대 제작진이 참여해 원작의 감동을 무대에서 재현한다.
지난 10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박영석 프로듀서는“4-5년 전에 영상으로 접하고 나서 왜 원작을 프랑스에서 제작했을까 눈여겨 봤다. 소설의 원작의 스토리라인에 충실하게 따르고 있었고, 프랑스 특유의 음악적 감성이 뛰어나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배경에 대해 전했다.
이어 그는 “스펙터클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의 넘버에 음악적 감성이 뛰어났고, 배역별로 많은 음악들이 안배 되었다는 점이 좋았다. 거의 안무와 연기 위주, 음악 위주로 되어있는데 하나하나 놓칠 수 없는 작품이라서 올려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밝히며 원작 뮤지컬을 한국에 옮겨온 동기를 설명했다.
◇ 한국적 색채 입혀 독특한 작품으로 재탄생
국내 무대로 옮겨온 프랑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어떤 모습으로 차별화 시킬까?
유희성 연출은 “한국적인 색채와 색감 등 한국적인 부분을 가미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원작팀의 협조를 받은 상태다. 텍스트는 그대로 따르지만, 미장센, 조명 영상 등에서 부분적으로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부분에 노력을 기울여 독특한 작품을 배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주안점을 설명했다.
서병구 안무감독은 “기존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사실적인 안무보다는 뮤지컬‘로트르담드 파리’나 ‘로미오 줄리엣’처럼 드라마와 안무가 분리되어,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뒤에서 군무를 펼치는게 프랑스 뮤지컬의 특징이다. 안무 스타일은 비보이, 왈츠, 현대무용, 또 흑인들의 아프리카 토속무용 들이 무대에서 구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뮤지컬 고유의 장점을 잘 살려, 거기에 우리만의 색채를 입혀 새로운 뮤지컬로 탄생시키겠다는 각오다.
◇ 주진모·김범래·바다·서현, 아시아 초연 빛내는 주역들
국내 무대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던 배우들이 모인다. 레트 버틀러 역에 주진모, 김법래가 스칼렛 오하라는 바다와 서현(소녀시대)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또 애슐리 역에는 마이클리, 정상윤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
원작인 프랑스 제작진의 까다로운 주문으로 국내 배우 캐스팅 작업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박영성 프로듀서는 “남,녀 주연배우의 목소리 톤이 맞아야 하고, 음악적으로 부합하는 배우여야 한다는 원작팀의 주문이 있었다. 레트 버틀러의 경우는 동명의 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강해서 영화 배우를 캐스팅 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영화배우의 느낌과 남성적인 느낌, 노래 실력을 갖춘 다수의 영화배우들과 접촉을 하고 오디션을 이어온 끝에 주진모가 최종 결정됐다”고 전했다.
이어 박 프로듀서는 “김법래는 뮤지컬 ‘로트르 담드 파리’에 출연 당시 뮤지컬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프랑스 팀에서 그 점을 높이 샀다”고 캐스팅 배경을 설명했다. 스칼렛 오하라 역의 바다 역시 뮤지컬 ‘로드트 담드 파리’에 출연해 프랑스 팀의 신뢰를 얻었다고 비춰진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이들이 까다로운 입맛에 맞는 엄선된 배우라는 것이다. 그들의 다양한 요구를 갖춘 최정의 배우가 뭉쳤다.
레트 버틀러 역을 맡은 주진모는 “레트 버틀러는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역할이다”고 운을 떼며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연기를 선보이겠다.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미워할 수 없는 레트 버틀러를 선보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어 그는 “항상 카메라 앞에서 연기했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뮤지컬 무대에 데뷔하게 되었다. 관객들과 하나가 되어 호흡을 느낄 수 있어 매력적이다. 열심히 하겠다”고 뮤지컬 데뷔 소감을 덧붙였다.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은 바다 역시 원작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게 주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바다는 “무대를 보러 오실 관객들이 기대하는 스칼렛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 원작과 초연에 대한 부담이 크다. 하지만 부담을 열정으로 채우겠다. 설렌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을 통해 뮤지컬배우로 데뷔한 서현도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에 나선다. 그는 이 작품을 위해 철저한 준비에 임했다고 밝히며 “원작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많이 분석했다. 스칼렛 오하라 역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준비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 원작 디테일·무대 미장센 살려 풍부한 볼거리 제공
국내 시장의 흥망은 소설과 영화에서 그린 방대한 스케일을 무대 위에서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달렸다.
한국 초연 무대에는 원작의 디테일과 상징적인 요소와 뮤지컬 무대의 미장센이 풍부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남부의 무도회, 애틀란타의 대(大) 화재 장면 등 원작의 명장면을 보다 강렬하게 선보인다.
‘태양왕’ ‘클레오파트라’ 등의 작품으로 극찬을 받은 프랑스의 대표적 현대안무가 카멜 우알리는 상징적이며 고난이도의 테크닉을 요구하는 안무를 완성했다. 릴리컬재즈, 비보잉, 아크로바트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모던 댄스의 볼거리와 30여명의 댄서들이 등장해 노예 군무와 전쟁 장면을 보다 역동적으로 표현하겠다는 각오다.
공개된 그림은 아직 없다. 제작진의 의도와 배우들의 포부처럼 프랑스의 큰 덩치를 얼마나 무대에서 잘 표현해내느냐, 또 무대에 오르기 까지 흘린 땀이 고스란히 무대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관객들의 높은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는 양질의 작품을 무대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남북 전쟁을 둘러싼 원작의 장대한 스토리를 화려하고 웅장한 스케일과 예술적 무대 연출로 표현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뮤지컬 대작이다. 2015년 1월 9일부터 2월 1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이슬 기자 ssmoly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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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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