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석유공 등 지방 근무 돌입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계획에 따라 에너지 공기업의 지방이전이 속속들이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수도권시대가 막을 내리고 지방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 에너지 공기업 수도권시대 마무리···지방시대 개막 = 대표적인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삼성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이달 말까지 전남 나주 혁신도시로 본사 이전을 완료한다. 지난 7~9일 원전·해외사업부를 시작으로 14~16일 신성장 동력 부서, 전력계통 부서, 21~23일 기획·관리·영업부서, 27~30일까지 직속부서 등 본사 직원 약 1400여 명이 이동할 계획이다.
한전은 내달 1일부터 나주 본사에서 정상근무에 돌입한다. 나주 혁신도시 이전을 계기로 한전KDN, 한전KPS, 전력거래소 등과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에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에너지 기업 복합단지 빛가람 에너지 밸리를 조성하고 에너지특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가스수급을 책임지는 가스공사는 10월 경기도 성남 사옥에서 대구혁신도시로 이전을 완료했다. 이를 계기로 대구를 울산지역 석유 클러스터와 연계해 국내 최대 에너지 벨트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지방 이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지리적 문제점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극복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석유공사는 난항을 겪었던 안양 평촌신도시 소재 구(舊) 사옥 매각 계약을 체결하면서 울산혁신도시로 순탄하게 이전할 수 있게 됐다. 이달 3일부터 12일까지 부서별로 울산 이전을 완료해 정상 업무를 개시했다. 내달 3일에는 신사옥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개청식을 가질 계획이다.
발전 자회사들의 지방이전도 분주하다. 서부발전은 내년까지 충청남도 태안군으로 본사를 이전한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 동평지구에 위치한 본사 사옥은 올해 12월까지 준공 목표다. 남부발전은 10월 부산국제금융센터로, 중부발전은 11월 충남 보령시 대천동 소재로 본사를 각각 이전을 완료한 상태다.
발전자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본사를 이전한 남동발전은 지난 3월 경상남도 진주에 위치한 광주·전남 공 동혁신도시로 이전을 완료해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동서발전도 5월 울산혁신도시로 이전해 채용 인원의 일정비율을 울산지역에서 할당·채용하는 등 균형발전에 힘쓰고 있다.
◇ 세종시 이전 공무원들의 고충 오버랩 = ‘장거리 출장’, ‘기러기 아빠’, ‘무료한 주말’... 본사 이전을 완료한 공기업 직원에게도 세종시로 이전한 공무원들이 느꼈던 고충이 오버랩된다. 오히려 자립도시로 구색을 갖춘 “세종시는 천국이다”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A 공기업 직원은 “혁신도시라고는 하지만 완벽히 기틀이 갖춰진 곳으로 이전한 것이 아니라 새로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불편한 점이 있다”며 “본사를 제외한 주변은 허허벌판이라 해가 빨리지는 겨울철에는 퇴근길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B 공기업 직원은 “아무래도 편의시설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시내에 있는 영화관도 지점마다 시스템이 달라 서울에서 100% 누렸던 것을 기대할 수 없다”며 “아이들 교육 문제도 걱정돼 자녀와 함께 이주한 직원들끼리 공부방을 만들어 과외 수업을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기러기 아빠, 장거리 출장 등에 대한 문제도 반복됐다. C 공기업 직원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서울 출장이 많다”며 “공무원들이 세종시에서 서울에 가듯 우리도 국회, 언론 등의 외부 업무로 서울에 오고 가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지출이 염려된다”고 전했다.
D 공기업 직원은 “전체적으로 공공기관 직원 10%만이 가족 동반 이전한 상태라 상대적으로 많은 직원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며 “주말마다 버스, KTX 등을 이용해 서울에 올라가야 하니 교통비가 많이 들어 생활비가 늘었다”고 했다.
이 직원은 “기차표가 없어 가족을 보러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찍 출근하거나 늦게 퇴근해 금요일에 조기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선택제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기차표) 황금 시간대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지방이전을 계기로 구축한 혁신도시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E 공기업 직원은 “사실 (혁신도시에 모여있는 공기업이) 유관 공기업은 아니다 보니 업무적으로 크게 겹치는 게 없다”며 “공사마다 고위 업무만 하는 수준이라 혁신도시를 조성했다고 해서 플러스 되거나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김은경 기자 cr21@
뉴스웨이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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