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2014 연기대상, 쪼는 맛 없이 싱겁게 끝나나

시상식의 묘미가 레드 카펫 위 여배우들의 아름답고 섹시한 자태라고? 아니다. 시상식의 묘미는 누가 수상을 할지 쪼는 맛이 일품이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수상할지 혹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상을 받게 될지 말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수상자가 발표 봉투를 열고 수상자를 외치는 순간까지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시상식의 진짜 묘미다.

올 한해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울고 웃긴 드라마와 배우들을 위한 2014 연기대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연기대상은 지상파 방송국 3사의 자존심 대결인 동시에 올 한해 드라마를 총 결산하는 만큼 수상자가 누가될지 여부에 귀추 주목되고 있는 상황.

사진= KBS1 '정도전', SBS '별에서 온 그대', MBC '왔다 장보리'

하지만 올 연기대상은 조금 싱거울 예정이다. 예년에 비해 저조한 성적표를 보인 지상파 3사의 드라마국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대상 수상자를 일찌감치 점찍어 놓았으니라 짐작된다.

올해 월화, 수목극에서 연달아 실패의 쓴잔을 마신 KBS는 올초 작품성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던 KBS1 대하드라마 '정도전'(극본 정현민, 연출 강병택, 이재훈)에 대상을 안길것이 예상된다.

KBS 한해 드라마를 살펴보면 중박 이상의 드라마들이 더러 있지만 하반기 들어 대작 혹은 화제작으로 꼽힌 '트로트의 연인' '내일도 칸타빌레'와 '아이언맨' 등이 부진하면서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다.

조선 왕조를 설계한 정도전의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그린 대하사극 KBS ‘정도전’은 명품 사극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정도전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때문에 올초 사극 열풍은 물론이고 중장년층 남성들을 안방극장으로 끌어 들였다. 또 조재현, 유동근, 박영규 등 주연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드라마 속 정도전의 민본사상은 현실 정치에 염증을 느낀 대중들에게 정치의 의미를 되돌아 보게 했다는 평이 많았다.

다만 KBS의 고민은 '정도전'에서 용호상박 팽팽한 연기 대결을 펼쳤던 조재현과 유동근 두 배우중 누구에게 대상을 안길 것이냐다. 정도전 역을 맡았던 조재현과 이성계 역을 맡았던 유동근은 명품 연기자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연기 내공으로 '정도전 열풍'을 견인 했다.

올해 지상파 3사중 가장 좋은 성적표를 내며 평일 10시대 드라마 왕좌를 다수 석권하며 드라마 왕국의 자존심을 세운 MBC는 '왔다 장보리'(연출 백호민 극본 김순옥 제작)의 수상이 유력하다.

'왔다 장보리'는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을 쓰기고 했지만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30%대를 훌쩍 뛰어 넘어 40%대 시청률까지 넘보며 막장 드라마 전성기를 이끌었다.

특히 국민 악녀로 떠오른 이유리의 극악한 연기는 보는 이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 물론 대항마로 작품성과 화제를 잡은 '마마'의 송윤아가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지만 국민 악녀 연민정을 누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SBS 역시 만족할만한 성적표를 받아보지 못한 올해 '별에서 온 그대'(극본 박지은, 연출 장태유, 제작 HB엔터테인먼트)에게 대상을 안겨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별에서 온 그대'는 3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열풍을 넘어 신드롬으로까지 이어졌으며 천송이(전지현 분), 도민준(김수현 분)의 옷과 드라마에 등장하는 소품, 책 등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뿐만 아니라 중국 대륙으로 그 인기가 넘어간 '별에서 온 그대'는 전지현, 김수현 광고 대박은 물론이고 치맥열풍 등 각종 한류 열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이어갔다.

또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한국 드라마의 회당 판매가는 약 1만 달러(한화 약 1000만원) 정도였던 수출 판권이 '별에서 온 그대' 인기로 인해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치솟아 오르며 3만 5000 달러에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

SBS의 고민은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와 도민준 중에서 누구에게 대상의 영광을 안길것이냐다. 드라마 한편으로 CF의 여왕 자리를 다시 꿰찬 관록의 전지현이 수상할지 급부상하고 있는 김수현에게 안겨 내년을 기약(?)할지 여부만이 남은 것으로 전망된다.

홍미경 기자 mk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