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관악구 강남아파트 재건축 ‘삐그덕’

조합·시공사 마찰···법정 소송전 등 갈등 지속

서울 관악구 강남아파트 전경. 사진=서승범 기자 seo6100@

서울 관악구 강남아파트 재건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조합 측이 기존시공사인 SK건설이 시공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공사 해지를 주장해 법정 소송전까지 치달으면서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다.

12일 찾아간 강남아파트는 눈이 내리던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파트 벽면에는 “조합은 각성하라 주민들은 피눈물 난다” 등 조합원들의 원성이 담긴 문구들이 가득했다. 일부 가구는 재건축 추진이 오래된 단지임을 보여주듯 창문 곳곳이 깨지고 벽면도 뜯겨 있었다.

이 단지는 재건축이 진행된 지 약 10년이 지났다. 강남아파트 재건축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이 단지의 시공사가 바뀐 것은 5번. 늦어진 재건축사업 진행 속도 탓에 가구당 약 4000만~5000만원의 피해가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사업이 진척을 보이기는커녕 최근 들어 조합원과 SK건설의 마찰, 조합원들끼리 의견대립 등에 의해 더욱 불투명해진 상태다.

조합은 지난 3월 말 총회를 개최해 SK건설을 해지하고 한양건설 컨소시엄(한양건설·신일·현대아산·양우건설)을 새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에 대해 SK건설은 일부 조합원들로부터 받은 총회 결의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해 1차 판결에서 승소했다.

여기에 지난 7월 초에는 기존 조합장에 대한 해임 안건이 총회에서 의결되면서 사업은 더욱 표류하게 됐다.

조합에 대한 주민의 원성이 적힌 강남아파트 벽면. 사진=서승범 기자 seo6100

현재 대부분 조합원은 기존 계약을 취소하고 아예 처음부터 다시 재건축을 진행하기를 바라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시공사와 조합이 사업 진행은 안 하고 비용만 계속 사용해, 손해를 메우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계약을 다시 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비대위 관계자는 “아파트 100가구가 늦은 사업 속도에 이주금을 충당 못 하고 망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게 사업 속도도 더 빠를 것”이라며 “지자체 등에서 도와주고 싶어도 이미 조합이 설립된 상태라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한다. 아예 간판을 내려야 앞으로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현 시공사인 SK건설이 법적 시공권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강남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SK건설은 내년 1월 예정된 임원 선출 총회에서 새로 뽑힌 집행부와 본계약 협상 및 관리처분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SK건설 관계자는 “계약해지 총회를 열어서 소송이 진행됐는데 1심판결에서 시공사 무효는 판결로 무효처리가 됐다”며 “이 사업에 대한 시공사로써 새로 선출되는 집행부와 함께 협의를 통해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 관계자는 “SK건설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SK건설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대부분이다”며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그대로 밀어붙일게 아니라, 차라리 조합구성부터 처음부터 시작할 때 들어오는 게 주민으로부터 환영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서승범 기자 seo6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