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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기술자들’로 이미지 변신? 상남자로 보였나요?”

[인터뷰] 이현우 “‘기술자들’로 이미지 변신? 상남자로 보였나요?”

등록 2015.01.01 08:00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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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런데 따지고 보면 다들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배우 이현우를 보고 누가 ‘성인’이라고 생각하겠나. 고작해야 고등학생 혹은 수험생 정도. 영화 ‘기술자들’에서 이현우가 흡연을 하는 장면을 보고 흠칫 놀랐다. “아니 감독이 대체 제 정신인가”라고 말이다. 미성년자에게 흡연 연기라니. 하지만 인터넷에서 찾은 그의 프로필상 나이는 1993년생. 올해로 우리 나이 22세다. 타고난 동안 외모에 여러 오해도 많이 받았단다. 이번 인터뷰에서와 같은 경우는 부지기수란다. 그래서 이번 ‘기술자들’ 출연 뒤 ‘소년에서 남자로’ ‘상남자 변신’이란 기사 제목에 사실 아주 조금 불만이었다고. 이미 ‘상남자 중의 상남자’ 인데 말이다. 그런데도 그의 초승달 눈웃음은 여전했다. 동성인 남자조차 녹일 듯한 마력을 지녔다. 이현우는 박장대소를 치며 “난 여자 정말 좋아한다”고 손사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현우의 그 눈웃음을 보기 위해 ‘기술자들’을 보러 극장으로 달려갈 그의 팬들이 한 두 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벌써 데뷔 10년을 바라보는 ‘중견’(?)이다. 중견이란 말에 이현우는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다. 아역부터 시작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 ‘기술자들’에서의 김우빈 고창석 김영철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 했다. 또래 배우들은 꿈도 꾸지 못할 기회를 연거푸 잡았다. 조만간 개봉을 앞둔 대작 ‘연평해전’까지 더하면 영화 필모그래피가 제법 묵직하다. 하지만 이현우의 첫 마디는 ‘아쉽다’였다.

“오늘 인터뷰 전까지 두 번늘 봤어요. 너무 아쉬웠죠. 아니 아쉬워요. 지금도. 시나리오를 통해 제가 느낀 종배의 매력이 분명히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형들에게 묻히는 느낌이 강하더라구요. 이건 뭐 전적으로 제 잘못이죠. 글쎄요. 객관적이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제 연기를 보는데 객관적이 될 수 있겠어요(웃음) 특히 요즘 제 스스로의 연기에 관대하지 못하게 된 것 같아요.”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배우라면 당연히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하는 점이지만 이현우는 연신 아쉽다는 말을 되뇌었다. 그만큼 ‘기술자들’에 거는 기대가 상당했다. 앳된 그의 외모에서 범죄 영화의 아우라를 찾기란 누구라도 쉽지 않다. 스스로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그걸 깨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종배’란 인물이 이현우에게 다가왔고, 맞춤형 인물로 만들어 냈다.

“뭐 제가 아직은 이런 저런 의견을 내고 할 위치는 아니잖아요. 하하하. 감독님과 시나리올를 통해 종배를 만들어 갔고, 디테일한 부분은 감독님과 여러 대화로 시도를 해봤어요. 감독님의 주문은 ‘무조건 멋져야 한다’ ‘스타일리시’였어요. 하하하. 옷차림, 문신 등을 시도했죠. 직업이 해커라 손가락에 문신을 좀 해봤고. 말투와 욕도 그렇고. 감독님이 많이 믿어 주셨어요. 그런데 진짜 흡연은 곤욕이었어요. 어휴.”

비흡연자인 이현우는 이 영화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액션이나 촬영 일정, 감정 표현이 아닌 흡연을 꼽았다. 박장대소를 했다. 그러자 이현우는 ‘정말 비흡연자의 고충은 모른다’며 짐짓 삐친 듯한 표정이다. 너무 힘들어서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그의 곤욕스런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떠올랐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우선 담배를 피우시니깐 아실 텐데, 겉 담배를 피우면 흡연자들은 금방 안다고 감독님이 그려시더라구요. 이거 진짜 담배를 배워야 하나 고심을 했는데, 막상 촬영에선 금연초를 준비해 주셨어요. 준비해 주신 게 금연초 중에서도 가장 약한 거라는 데 어휴(손사래). 겉담배를 하니 느낌이 안 살고, 연기를 삼켰더니 지옥이 보이고. 하하하. 나름대로 ‘후’하고 불었는데 이게 그게 아니데요. 정말 흡연 연기는 너무 힘들었어요.”

담배를 피우며 욕을 하고 눈을 치켜뜨는 이현우, 아니 ‘기술자들’의 종배를 보고 있으면 속을 알기가 쉽지 않다. 영화 속에서도 종배는 ‘배신의 아이콘’으로 나올 정도다. 업계에서도 동료들을 속이고 등을 처먹는 못되고 나쁜놈계의 일인자다. 정작 이현우는 ‘종배가 그렇게 나쁜 놈 같지는 않던데’라며 웃는다.

“그게 참 뭐랄까. 좀 그래요(웃음). 사실 처음에는 아주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고 촬영에 들어갔죠. 해커잖아요. 도둑이잖아요. 나쁜놈이잖아요. 그런데 촬영을 하면서 느낀 게 그냥 나쁜놈이라고 하기에는 뭐가 좀 걸려요. 그래서 감독님하고 얘기를 해서 좀 건방진 개구쟁이 느낌을 넣어봤죠. 밝고 순진하면서도 알건 다 아는 능구렁이 어른 아이? 뭐 이런 느낌(웃음)”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의도적으로 나쁜 모습을 선택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신도 모르게 종배를 통해 스스로가 갖고 있는 착한 이미지를 깨고 싶었을 것 같다. 김홍선 감독도 ‘아직도 눈에 선한 게 보인다’고 몇 번 지적을 했다고. 물론 그 말이 강박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제 이미지를 깨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이현우란 배우의 이미지는 항상 그대로 있죠. 하지만 매번 제가 하는 작품 속에서 이현우가 아닌 그 배역으로만 보이고 싶은 욕구가 커요. 그런 모습을 찾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작품을 만날 때 마다 감독님들이 도와주시고 있구요. 그런 점에서 보자면 ‘기술자들’이 저랑 참 잘 맞았던 거 같아요.”

잘 맞았단 얘기는 이현우가 막내로서 ‘형님’들과 함께 한 현장에서의 공부도 큰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다. 연기적 후배이지만 형님인 김우빈부터 김영철 고창석 임주환 등 쟁쟁한 스타들이 현장이 즐비했다. 그에게 매번 비슷하겠지만 이번 현장은 놀이터이면서도 학교였고 교실이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어휴 그럼요. 그냥 대선배님들 연기하는 것만 봐도 너무 배울 게 많아요. 다른 분들이 인터뷰할 때 그런 말씀 많이 하시잖아요. 그런데 진짜로 그래요. 눈빛과 호흡 조절 등을 직접 볼 수 있잖아요. 우빈이 형도 대단했어요. 형의 감각에는 제가 두 손 두 발 다 들었죠. 괜히 대세가 아니란 말을 느낄 수 있었어요. 주환이 형은 정말 유쾌하게 재미있는데 촬영만 들어가면 다른 사람으로 변해요. 그 집중력이 무서울 정도였죠.”

대선배 김영철의 포스는 영화 속이나 현실이나 대단할 것 같았다. 그의 압도적인 카리스마는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이현우는 ‘절대 아니다’며 손사래다. 자신이 알고 있는 분들 가운데 가장 다정다감하신 분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사실 어릴 때 사극에서 두 번 뵜었죠. 그때는 정말 무서웠는데 이번에도 같이 한다는 말에 겁을 좀 먹은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감독님이 ‘현우씨가 진짜 잘못알고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현장에선 함께 촬영하는 분량에서 저나 우빈이 형이 좀 힘들어 하면 먼저 저희를 배려해 주셨어요. 그냥 젠틀이 몸에 배어 있으세요. 그래도 좀 웃긴 게 종배가 조사장(김영철) 앞에서 좀 까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장면을 찍을 때는 진짜 잘 안되더라구요. 하하하.”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말문이 터지자 한도 끝도 없이 세어 나오는 이현우의 입담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그는 새해가 오면 ‘연평해전’의 개봉으로 또 다시 관객들고 만난다. ‘기술자들’에 이어 이젠 군대로 간다. 그리고 실제 군입대도 언젠가는 해야 한다. 영화로 먼저 군대를 경험했으니 실전에선 정말 잘하리라.

“앞으로 진짜 ‘상남자’스런 느와르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저 진짜 잘 할 자신 있는데. 하하하. 누군가는 사이코패스 역할도 어울릴 것 같다고 하시고. 뭐 딱히 피하고 싶은 장르는 없어요. 아 노출 심한 영화는 아직요. 제가 벗으면 관객들이 오시겠어요? 하하하.”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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