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부정부패’ vs 野‘계파분열’···국민 눈엔 ‘도긴개긴’그들도 아는 권력 구조 한계···정책의 봄은 언제오나먹고 살 문제 집어삼킨 ‘성완종 파문’···국민은 ‘해탈’
포털사이트 정치 뉴스 댓글에는 정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글들도 점차 늘고 있다. ‘정치싸움’, ‘직권 남용’, ‘국민 볼모’라는 단어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정치는협상과 타협 이라는 본래의 목적이 이제는 싸워서 쟁취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적지 않은 네티즌들의 의견이다.
이같이 정치가 스트레스 온상이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동안 갈등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민 먹고살 문제 집어삼킨 ‘성완종 파문’
올 4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메모에 포함된 여당 정치인들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여론조사(1002명/95±3.1%p) 결과 84%는 ‘대부분 사실일 것’이라고 답했고 3%만이 ‘사실이 아닐 것’으로 답했다.
국민의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극에 달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국민에게는 정부와 여당이 연말정산 파동, 무상급식 중단과 같은 어려운 경제난국을 떠넘기더니 뒤에서는 수천, 수십억의 돈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먹었다는 의혹만으로도 큰 배신감에 휩싸일일이라는 평가다.
특히 야심차게 ‘부패척결’을 외치며 박근혜 정부 3년차 신임 총리로임명된 이완구 국무총리는 리스트에 올라 ‘수사대상 1호’로 낙인찍히면서 취임 70여일 만에 사퇴하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야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해당 사안을 ‘친박 실세들’의 대선·경선 자금 비리 게이트로 규정짓고 구석에 몰아세웠지만 성 전 회장에 대한 참여정부 시절 특별사면에 의혹이 제기되면서 역시 ‘성완종 블랙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있다.
◇‘친일’·‘종북’···이념 공방은 세대갈등으로
흔히들 ‘정치인’ 이라고 하면 권력의 욕망에 사로잡힌 냉혈한, 검은 돈이 담긴 ‘사과박스’ 혹은 ‘비타500 박스’, 당파·계파 갈등을 일삼는 싸움닭 등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곤 한다.
“멀쩡하던 사람들이 정치판에만가면 망가진다”는 혹독한 비난을 퍼부으며 유명한 사회인사들의 정치세계 입문을 적극 만류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지난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친일 발언 논란 이후 여야는 연일 ‘친일’, ‘좌파’, ‘종북세력’ 3가지 단어를 서로를 공격했다.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은 그 절정이다.
여당은 틈틈이 야당을 빗대 종북 발언 수위를 높였고 야당 역시 반발하며 여당에 맹공을 퍼부었다.
문제는 이 같은 여야 싸움에 등장하는 친일과 종북은 일반인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구로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온라인에 글을 올렸다가 “종북이냐”며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았다.
A씨는 일본과 미국의정상회담 이후 미국을 비판하는글을 올렸다.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에 대한 반응의 결과는 ‘종북세력’이었다. 그는 “정치적 성향이 없더라도 미국이나 현 정권에 비판을 하면 ‘종북’이라는 낙인을 찍는다”고 한탄스러워 했다.
반대 현상도 적지 않다. 강동구에 거주하는 B씨는 술자리에서 현정권을 비판하는 사람과 말다툼을했다. B씨는 “하도 정부를 비난하길래 대안도 없지 않느냐는 발언을 했다가 끝내 친일파 같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념 갈등은 세대간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식민지나 전쟁을 겪은 세대와 경험을하지 못한 세대들은 배려나 이해보다는 대립각 세우기에 여념이없다. 작금의 정치권이 보여주는갈등이 일반 국민들에게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與 ‘부정부패’ vs 野 ‘계파분열’···국민 눈엔 ‘도긴개긴’
이념 갈등 외에도 정치권은 부정부패와 계파갈등이라는 고질적문제점을 떠안고 있다.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은 부정부패의 사례가적지 않고, 진보를 표방하는 새정치연합은 계파 갈등이라는 해묵은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여권의 부정부패 의혹을 나타내는 대표적인사례가 성완종 리스트다. 이름만들으면 알 만한 복수의 여권 인사들이 다양한 액수의 검은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의수사는 그들을 향하고 있다.
임기를 1년 남겨둔 19대 국회에서만 살펴보더라도 새누리당은 송광호 의원이 철도비리로 실형을선고 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이재영 전 의원도 공직선거법 위반과 횡령 혐의로 징역형이 선고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출신의 현영희 전 의원 역시 공천을 대가로 돈을 건넨 혐의가 포착돼 벌금형을 받았다. 성 전 회장 역시 새누리당 의원이었으나 지난해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바 있다.
친노와 호남을 비롯해 각 계파로 갈라진 새정치연합의 집안다툼은 이미 널리 알려진 부분이다. 야당을 취재하는 정치부 기자들이 필수로 숙지해야 하는 내용이 ‘계파 구도’일 정도로, 새정치연합은 당대표나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뽑을 때마다 계파 셈법부터 한다.
이들의 생각에는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서로 도와 이익을 추구한다는 이 논리가 깔려있지만 툭하면 농성을 하고 걸핏하면 보이콧하는, 파행과 결렬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국민 눈에 정치인들의 일상은 ‘편가르기’, ‘싸움판’으로국한 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들도 인정한 권력 구조 한계···‘정책’의 봄은 언제 오는가
물론 정치권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이따금 흘러나온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전임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정치 오래 12년차에 가장 힘들었던 근본적인 것은 우리나라 정치 구조의 한계였다”라며 뼈대깊은 말을 남겼다.
또 “우리나라는 야당은 늘 덤비면서 싸우고 여당은 늘 방어해야하는 선거가 모두인, 선거에 지면당이 완전히 (혼란에 휩싸이고) 잘한 것으로만 평가받는 나라”라며 “이런식으로는 정당이 오래가지못한다. 너무 사람 중심으로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따끔한 훈수를뒀다.
게다가 지난 7일 새정치연합 신임 원내대표에 당선된 이종걸 의원이 ‘비노’인 데 반해 당 대표인 문재인 대표가 ‘친노’인 점을 고려하면 당내 가장 큰 계파 갈등으로 구분되는 친노와 비노간 싸움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양측이 견제를 통해 힘의 균형점을 찾아갈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파갈등 외에 새정치연합을 상징할 수 있는 긍정적인 단어들은 많지 않다.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어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정책연구소나 정책엑스포 등을 열어 정치보다 정책에 더 힘을 쏟아보자는 노력들도 행해지고 있지만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평이다.
문혜원 기자 haewoni88@
뉴스웨이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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