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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유승준에게 더욱 가혹할까

[포커스] 왜, 우리는 유승준에게 더욱 가혹할까

등록 2015.05.30 08:00

수정 2015.05.30 08:32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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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현원 프로덕션사진=신현원 프로덕션


‘스티브 유’ 유승준이 병역기피 논란으로 고국인 한국에서 추방 된지 13년만에 한국의 대중들 앞에 조심스레 섰다. 하지만 진실에 진심을 더해 사죄했고, 해명했지만 대중들이 유승준을 향한 마음은 여전히 차갑고 또 단호했다. 앞서 다른 병역기피로 물의를 일으켰던 연예인들과는 다른 무게감의 시선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같은 죄목에도 불구하고 유승준, ‘스티브 유’에게만 유독 더 가혹한 잣대가 세워지는 것일까.

◆ 눈물에 또 눈물···두 번의 생방송 통한 사죄+해명

유승준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방송에 대해 언급하며 “진실만을 말하겠다”며 “떨리고 조심스럽지만 진실하고 솔직한 마음으로 대중들 앞에 서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듯 했다.

그는 19일 오후 10시 30분 아프리카TV를 통해 방송되는 유승준의 인터뷰는 편집 없이 생중계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혹시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진실에 대한 왜곡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방송을 기획한 신현원 프로덕션 관계자는 “이번 생중계를 통해 유승준이 과거 병역 문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예고해 대중들의 시선을 끄는데는 일단 성공했다.

이후 유승준은 19일과 27일 두 차례 아프리카TV를 통해 13년만에 대중들과 마주했다. 19일 이뤄진 첫 번째 생방송에서 유승준은 90분 가량의 시간동안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와 각종 논란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날 유승준은 다소 초췌한 모습에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표정으로 국민들을 향해 90도로 인사했다. 그리고는 이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좋아리며 “어눌한 말솜씨로 제 마음을 전달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사죄하는 마음에 무릎을 꿇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영주권자임에도 과거 병역기피 의혹을 받게 된 사연부터 미국 시민권 취득 과정등의 경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돈이 궁해서 나오게 된 것 아니냐는 일련의 주장들에 대해 중화권에서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한 점을 들며 조목조목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했고, 당시 소속 회사에서 유일한 수입원이 본인이었으며 앨범 발매 계약을 했던 외부 상황도 설명했다.

사진=아프리카TV사진=아프리카TV


특히 당시 논란에 재빠른 대응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상황 판단이 안 됐다. 내가 피해자인 줄 알았다”며 “그땐 그 문제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게 제일 바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 문제도 있지만,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유승준이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가족을 봐서라도 직접 해명하는 자리를 가졌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유승준은 “국민을 우롱하거나 기만하거나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군대를 가고자 했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가지 못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일련의 행동들과 빨리 뉘우치지 못한 점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며 첫 번째 방송을 마쳤다.

첫 번째 생방송이 끝났지만 병무청과 법무부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병무청은 유승준이 이미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외국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논의할 가치가 없다. 법적으로 입대가 불가한 사람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법무부 역시 “유승준에 대한 입국금지 해제나 국적 회복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 22일 유승준이 출입국관리소 측과 접촉했다는 보도에도 법무부는 “공문을 보낸다고 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소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에서 병무청은 지난해 군입대를 문의했다는 유승준의 발언에 “2002년 이후 단 한 번도 병무청에 입대 의사를 전달한 적이 없다”고 전했고 이에 유승준 측은 두 번째 인터넷생방송을 통해 첫 번째 생방송 이후 불거진 일련의 의혹들에 대해 해명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후 27일 두 번째 방송에서 유승준은 세금 기피 의혹과 입대 의사를 표명한 적 없다는 보도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하며 “나는 현재 미국과 중국에서 모두 납세의 의무를 충실히 하고 있다. 세금 문제와 관련해 명백하고 깨끗하게 살았다. 클리어 하다고 자부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해 한국 군대 관계자 육군 소장에게 문의했다. 그 분이 ‘아주 좋은 결정했다. 매우 기쁜 소식이다’라고 하셨다. 입대 하겠다는 마음은 진심이다. 거짓말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하나하나 해명해 나가던 유승준은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결국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오열하며 흐느꼈다. 대중들은 그 모습에 다시한번 ‘측은지심’을 갖게 됐다.

 왜, 우리는 유승준에게 더욱 가혹할까 기사의 사진


◆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엎친데 덮친 유승준의 ‘방송사고’

하지만 두 번째 생방송이 끝난 직후, 유승준은 타인에 의한 의도치 않은 방송사고로 진심이 녹아있던 눈물과 오열의 노력들이 한 순간에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방송이 끝나자 한 관계자가 “씨XXX”라는 욕설을 포함한 말이 그대로 방송을 탔다. 유승준의 인터뷰가 모두 끝난 뒤 방송 이후 화면은 꺼졌으나 마이크가 켜져 있어 욕설 등의 대화가 그대로 송출 된 것. 이후 일부 네티즌들은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며 유승준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보냈다.

“지금 기사 계속 올라오네” “왜냐하면 애드립을 하니까” “세번째 이야기는 언제하냐 그러는데요?” “아 씨” “XX새끼” 등의 욕설이 담긴 적나라한 대화가 그대로 방송됐고, 이후 상황을 감지한 스태프는 다급한 목소리로 “야 이거 안 꺼졌잖아. 마이크 안 꺼졌네” 등의 소리가 잠시 흘러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신현원 프로덕션 측은 “방송이 끝난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이야기 한 게 아니라 스태프들 간에 대화가 마이크를 통해 전달된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불편하셨으면 사과 드리고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신현원 프로덕션 측의 이러한 사과에도 네티즌들의 화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유승준 본인이 잘못은 아니지만 또 다시 의심받고 비난을 온 몸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타인의 잘못에 의도치 않은 논란에 악재를 맞이하며 유승준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사고가 있었던 두 번째 방송 이후에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 된 가운데, 법무부와 병무청 입장 역시 변하지 않았다. 병무청은 유승준이 언급한 육군 소장에 관해서도 “접촉한 사실 몰랐고 그 육군 소장이 누구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조사 할 이유도 없다. 육군 소장이 병무청 대변인은 아니지 않느냐”고 냉정하게 반박했다. 법무부 역시 “아직도 유승준에 대한 입국금지 해제나 국적회복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잘라 말하며 유승준의 국적 회복의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사진=Mnet사진=Mnet


◆ 수많은 연예인들의 ‘병역기피’, 왜 유독 유승준에게만 더 가혹할까

지난 2002년 병역 기피 의혹으로 입국금지를 당한 유승준을 향한 대중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꼈고 그는 순식간에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유승준은 중화권에서 활동하며 성룡이 대표로 있는 JC그룹 인터내셔널 소속 배우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런 그가 13년 만에 갑자기 대중들 앞에 나선다는 소식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건들지 말아야 할 ‘군대’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그가 행한 행위에는 비난 받아야할 이유가 다분했다.

앞서 국내에서는 과거 꽤 많은 인기 유명 연예인들이 ‘군 병역 기피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렸었다.

배우 송승헌과 장혁도 한 차례 병역 기피로 홍역을 앓았지만 지금은 배우로써 활발히 활동하며 과거의 흔적을 지워나가고 있다. 가수 싸이는 두 번 입대라는 사상 초유의 행보(?)로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면죄부를 받은 상태였으며, 이후 ‘강남 스타일’ ‘젠틀맨’ 등의 히트곡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섭렵하는 월드스타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승승장구 중이다.

또 MC몽은 자신의 치아를 발치하면서 입대를 거부해 대중들에게 매서운 화살을 맞으며 오랜 기간 자숙했지만 지난해, 5년만에 새 앨범을 발매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물론 MC몽도 여전히 거센 여론의 반대 속에 방송에는 얼굴을 비추지 못한 채 프로듀서 및 작곡가로만 활동 중이지만 그가 앨범을 낼 때마다 음원차트를 석권하는 인기를 끌며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유독 유승준, ‘스티브 유’에게만은 여전히 냉정하고 가혹한 잣대를 세우는 걸까.

유승준의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중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뉴스웨이 취재 결과 대부분의 대중들은 유승준의 진심어린 해명에도 불구하고 ‘배신감’과 ‘괘씸죄’를 물며 냉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유승준의 이번 사건을 접한 김 모(남성·26)씨는 “당시에 거짓말을 하면서 나라를 떠난 사람이 이제 와서 진실을 말하겠느냐. 병역의무를 해야 하는 나이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병역 의무를 하지 않아도 될 나이인 지금에 와서 자존심이 허락한다는 건 무슨 논리냐”라며 “20대 남성들이 꼭 해야 할 의무인 군대를 기만한 짓, 계획적으로 도피한 게 큰 잘못이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왜, 우리는 유승준에게 더욱 가혹할까 기사의 사진


당시 유승준을 응원했던 팬이었다는 이 모(남성·37)씨는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이라는 이미지가 컸던 유승준이었다. 병무청 홍보대사로 활동하던 유승준의 행동에 더욱 큰 배신감을 느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정 모(남성·32)씨는 “유승준은 병역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말하고선 해외로 도피했다. 유승준처럼 병역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하는 사람이 늘어났던 걸로 알고 있다. 그 때문에 병영법 자체도 바뀌었다”며 “해외에 콘서트를 간다고 병무청 보증인을 세웠고, 이후 해외로 도피한 후 입국을 안했다. 그 때문에 신체검사 판정 기준까지 바뀌었다. 본인은 ‘그런 의도 아니었다’ ‘몰랐다’라고 해명했지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죄질은 나쁘다. 유승준 때문에 신체검사 판정 기준도 바뀌었다. 많은 미필자들이 피해를 봤다”고 유승준에 대한 반감의 이유를 들었다.

실제로 당시 유승준이 병역을 거부하고 미국으로 가면서 한국 국민들의 ‘분노’를 반영한 병영법이 제정됐다. 이는 원정출산과 병역기피를 막기 위한 법이었지만 이 법으로 수많은 한인 미국시민권자들(특히 젊은이들)이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격이 됐다. 당시 대한민국에 큰 영향력을 끼치던 연예인, 공인 유승준이었기 때문에 대중들은 더욱 더 그를 용서하기 힘든 것이다.

유승준은 입대를 지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이를 수락해서라도,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 한국땅을 밟고 싶다며 기회를 달라고 수차례 선처를 호소했다. 그 눈물의 호소에는 분명 고국을 향한 진한 그리움이 묻어있었다. 피해자는 아니지만 지난 13년의 시간동안 받았던 심적 고통이 조금은 가늠 될 것이다.

이번 방송으로 유승준은 13년 전 ‘병역기피 논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모두 쏟아냈을 것이다. 그로인해 13년 동안 침묵했던 말들을 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그에게는 큰 의미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한국땅을 밟게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며, 판단은 대중들의 몫이다.

유승준. 그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병역기피 논란으로 입국금지를 당해 13년간 고국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스티브 유’가 아닌 대한민국을 대표 할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의 삶이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김아름 기자 beaut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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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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