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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녀, 칼의 기억’ 김고은, 이 배우의 밝은 기운이 즐겁다

[인터뷰] ‘협녀, 칼의 기억’ 김고은, 이 배우의 밝은 기운이 즐겁다

등록 2015.08.17 13:26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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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참 밝다. 천성이 밝은 기운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항상 웃는다. 주변을 밝게 하는 묘한 힘을 갖고 있다. 데뷔작부터 연이어 달려온 행보를 보면 지칠 만도 하다. 하지만 기운이 넘친다. 그는 언제나 웃는다. 그 웃음의 전염성이 아주 강하다. 얘기를 나누다 보면 참 묘할 정도다. 이렇게 해맑은 소녀 감성의 여배우가 어쩌다 그렇게도 어둡고 강렬하면서 심연의 감정폭을 뒤흔드는 작품에서만 연달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지 말이다. 일반적으로 배우들의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거나 혹은 성향이나 취향의 선택이 작품 출연에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 장르가 먼저 혹은 스토리가 먼저, 그것도 아니면 통상적으로 취향이 먼저 작용된다. ‘은교’의 치명적 매력, ‘몬스터’의 암울한 상황, ‘차이나타운’의 견디게 힘든 삶은 배우 김고은에게 그저 호기심의 단편이었을까. 이게 겨우 3편의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린 이 20대의 여배우는 스스로를 충무로 ‘세대 주자’의 꼭지점을 끌어 올렸다. 이병헌 전도연과 함께 한 ‘협녀, 칼의 기억’은 오롯이 김고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 121분의 쇼무대였다.

데뷔작부터 강렬했다. 그저 소녀의 마음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만 같은 이 여배우의 천진난만함은 치명적인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스크린을 물들였다. 현재 충무로 전 세대를 통틀어 김고은의 치명성을 따라갈 존재감이 있을까. 단언컨대 김고은을 뛰어넘을 여배우는 몇 손가락으로 꼽아도 고개가 갸우뚱할 후보들뿐이다. ‘협녀, 칼의 기억’은 그것을 완벽하게 증명해 냈다.

“에이, 저게 뭐라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웃음). 다른 선배님들이 보면 저 큰일나요. 하하하. 매번 그 질문들을 많이 하세요. ‘몬스터’ ‘차이나타운’ 때도 물어봐 놓고선(웃음). 자꾸만 힘든 역을 하는 건 아니에요. 아니 제가 그런 역만 고르는 것도 아니고. 저 사실 그렇게 생각이 깊은 편은 아니에요. 하하하. 그저 공감 가는 얘기일까. 그 정도 생각만 하고 시나리오를 봐요. 그저 공감이 되고 재미있겠다? 정도. 누구는 그러더라구요. ‘김고은이 연기한 배역은 다른 여배우들이 전부 피한 역할이다’. 하하하.”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이번 ‘협녀, 칼의 기억’에서도 그는 온갖 힘든 상황을 전부 온 몸으로 받아냈다. ‘은교’부터 ‘몬스터’ ‘차이나타운’까지 감정의 극단을 달리는 역할만 해온 김고은이기에 이번에 연기한 ‘홍이’도 보통은 넘어간단다. 여기에 절정의 무공을 연마한 고수이기에 하늘을 날라다녀야 하는 보너스까지 겹치게 됐다.

“제 촬영 분량만 80회 차에요. 그 가운데 전 모든 회차에서 와이어 촬영을 했어요. 끝내주죠. 하하하. 사실 뭐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체질인가? 근데 왜 안 힘들었겠어요. 촬영하고 나서 숙소에 돌아갔을 때 먹은 걸 다 토한 적도 있었죠. 육체적인 힘듦보단 정신적인 힘듦이 더 컸던 것 같아요. 홍이가 느끼는 분노와 복수 그리고 사랑과 애절함을 칼싸움을 하면서 표현해야 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가 왔던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김고은은 영화 속에서 엄청난 액션 분량을 소화해 냈다. 영화의 무술 액션을 총괄 담당한 신재명 무술 감독은 김고은에게 ‘천성적인 강단’이 있는 여배우라고 극찬했다. 처음 연습을 시작할 무렵 칼을 한 손에 들고 올리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그다. 팔굽혀펴기 한 번을 제대로 못할 정도의 저질 체력이었단 뒷얘기도 미디어데이에서 전했다. 하지만 그의 강단은 영화 속 홍이로 완벽하게 그를 바꿔놨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여배우라고 좀 덜 하는 것도 싫었어요. 봐주거나 또 그런 걸 기대하지도 안았구요. 신(재명) 감독님이 얼마나 지독하게 훈련시키던지. 아유. 제가 배우 분들 중에 제일 먼저 훈련에 참가했는데 저의 대역과 ‘월소의 대역분과 함께 똑같이 훈련했어요. 처음에는 진짜 울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죠. 저도 여자인데(웃음). 어떤 동작을 원하시면 처음에는 1분 버티기 2분 버티기 이렇게 시키다 10분으로 늘어나고, 어떤 때는 같은 동작을 100번을 시키시고. 어휴(웃음)”

그를 ‘악바리’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번 영화에서 제대로 증명됐다. 김고은도 스스로가 악바리의 절반쯤은 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몸은 고통스럽게 울고 싶을 정도로 힘들지만 현장에선 절대 힘든 표정을 짓지 않는다고. 어떻게 해서든 끝까지 끌고 가서 끝을 봐야 직성을 풀리는 게 오롯이 김고은의 악바리 근성이란다. 데뷔작 ‘은교’때부터 이런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생긴 것 같단다.

“실제 칼은 아니지만 무게가 2~3kg 정도되는 검을 휘두르니 얼마나 위험하겠어요. 합을 맞춘 상태에서 연기를 한다고 해도 무협이란 특성 때문에 조금만 방심해도 정말 큰 부상으로 이어져요. 저도 실제로 다친 적도 있구요. 칼에 긁히는 정도는 저 뿐만 아니라 병헌 선배님 도연 선배님 그리고 다른 스턴트 분들 모두가 달고 살았어요. 한 1년 동안 연습과 촬영하는 내내 온 몸이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은 듯한 기분이었요. 너무 힘들고 울고 싶은 데도 희안한 건 되게 즐거운 거에요. 웃기죠. 진짜에요. 하하하.”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영화 속 김고은은 전도연 그리고 이병헌과 함께 무술 고수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중국 무협 영화의 그것을 보는 듯한 유려함과 어색하지 않은 모습은 묘한 쾌감을 전달할 정도다. 쌍꺼풀이 없는 눈매와 갸름한 얼굴형은 영화 속 ‘홍이’처럼 그에게 중성적인 매력까지 더해줬다. 하늘을 날라 다니는 경공술, 특히 이병헌과 함께 한 이른바 ‘3초식’ 액션은 ‘협녀, 칼의 기억’ 속 명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 장면은 한 4일 정도 찍었나. 되게 어렵죠. 대사는 둘째 치고 합을 생각할 겨를 도 없었으니까요. 그거 외우는 게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그런데 한 1년 정도 되니깐 움직임 안에서 다음 동작이 조금씩 보이더라구요. 되게 신기했어요. 꼭 내가 무술의 고수가 되는 느낌이었죠. 검이 날 지배하는 게 아니고 내가 또 검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검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하하하. 무슨 진짜 무협 영화의 고수 같다. 그런데 진짜로 그런 순간이 왔어요. 촬영의 긴장감은 유지했지만 캐릭터로서의 긴장감이 없어지니 몰입이나 액션의 질이 더 틀려지는 거죠.”

연신 즐거웠다고 하는 김고은이지만 진짜 즐거움 속에 25세 여배우로서의 내적 고통은 분명했다. 특히 데뷔작부터 이번 ‘협녀’까지 엄청난 대선배들과 함께 한 그의 경력은 다른이의 눈으로 볼 때는 축복이지만 정작 스스로에게는 내려놓을 수 없는 짐이었다. 이번 ‘협녀’에서도 대범함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스스로의 불안감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그의 불안감을 씻어내 준 것은 대선배 이병헌과 전도연이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두 분의 조언이 아니면 사실 무너졌을 거에요. 병헌 선배님에게 제가 호통을 치는 대사가 있어요. 그 대사가 너무 어색해 미치겠는데 병헌 선배님이 ‘호흡으로 대사를 뱉어봐’라고 딱 한 마디 해주셨는데 안 되던 게 팍 풀리는 거에요. 도연 선배님도 제가 촬영 기간 동안 거의 매일 면담을 요청했는데 그럴 때마다 ‘지금도 충분해, 더 잘하려고 노력 안 해도 돼’라며 다독여 주셨어요. 두 분에게 너무 고마워요.”

연달아 감정 바닥까지 소모시키는 작품 속 역할을 맡아온 김고은이다. 20대의 달달한 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그의 소망은 스크린이 아닌 브라운관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소재로 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치즈 인더 트랩’의 주인공을 출연하게 됐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자꾸 선머슴 같다는 분들고 있는데, 저 정말 여성스러워요. 하하하. 진짜 멜로 하고 싶어요(웃음). 여러 관계자분들이 이번 인터뷰 기사를 읽고 좀 알아 주셨으면 해요. 흐흐흐. 뭐 ‘치인트’로 조금 맛을 볼 듯한데, 걱정이 되기도 해요. 드라마는 처음이고 일정도 엄청나게 힘들다고 들어서. 그런데 ‘협녀’도 잘 찍었는데 뭐 못견딜 만하겠어요. 하하하. 아자!!!”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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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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