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 대책 전세난 되레 키워···부채 대책 따른 매수세 위축도 악재
지난 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9.2서민주거안정강화 방안’이 전월세난 해소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는 가운데 가을 이사철을 맞아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전세난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휴가철이 끝나 가을 이사철을 맞아 중개업소마다 전세 물건을 찾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지만 전세 물량은 씨가 마른 상황이다. 그나마 나오는 물건도 전셋값 인상분만큼 월세로 돌리는 ‘준전세‘나 ‘일반 월세’가 늘면서 전세 품귀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서울은 올해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3만7000가구)보다 46%나 적은 2만가구에 그쳐 전세로 나올 신규 공급 물량 자체가 줄어든다. 반면 강남 재건축 등 재건축 이주는 앞으로도 계속돼 전세시장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6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대비 0.26% 상승했다. 서민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북구의 경우 0.86%의 큰 오름폭을 보였다.
게다가 KB국민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전국주택매매 전세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올 들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6.46% 상승했다.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사상 처음으로 70%를 넘었다. 성북구의 경우 80%를 넘었고 일부 단지는 90%에 육박하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 S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요즘 하루 평균 10여 건 정도 전세 문의가 들어오는데도 집주인들이 대부분 월세로 돌리려 해서 물량이 없다. 가을 이사철에 결혼시즌도 겹쳐 전셋집을 찾는 신혼부부들까지 가세하면서 전세난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평구 은평뉴타운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 물량이 없다보니 곧바로 소진되고 전세가도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도 사정은 비슷한다. 물건이 없다보니 고가 전세도 빠른 속도로 계약이 이뤄진다.
강남구 일원동 H공인 관계자는 “일원동 샘터마을 전용면적 101㎡의 현재 전세시세는 7억5000만∼8억원인데 8억3000만원대에 나와도 계약이 된다. 전세 물건은 구경도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지난 6월 8억3000만∼8억4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지만, 현재는 1000만원 오른 8억4000만∼8억5000만원에 거래된다.
신도시도 전세물량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단지 삼성한신 아파트는 지난 6∼7월 전용면적 60㎡의 전세가가 3억4000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3억6000만원은 줘야 한다. 전용 84㎡도 한두달 전 4억8000만∼5억원이었으나 현재는 5억∼5억2000만원까지 올랐다.
분당구 삼평동 봇들마을 1·2단지 역시 전용 85㎡의 경우 6∼7월에는 5억원 중반에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6억원 짜리도 계약이 성사된다.
특히 전세물건이 귀하다보니 전세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돌려 내놓는 준전세(반전세) 계약도 늘고 있다.
삼평동 S공인 관계자는 “금리가 워낙 낮다보니 집주인은 전세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많이 돌리는데 임차인은 전셋집을 얻기 쉽지 않고 이사 비용이라도 아끼자는 생각으로 재계약을 하다보니 준전세가 많아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을 최악의 전세난을 예상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9.2서민주거안전대책이 사실상 강남 재건축 등 재건축 촉진 대책으로 알려지면서 전세난 해소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데다 정부 대출규제 강화 방침이 발표된 이후 매수세가 주춤하면서 전세 수요가 매매로 흡수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인상을 비롯해 중국 경기 침체 등도 국내 내수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일 미칠 수 있고, 국내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 경기위축도 염려돼 매매시장 위축에 따른 전세난 가중이 우려되고 있다. 이밖에도 올해는 재계약이 늘고 전셋값 상승세가 가팔라지는 홀수해여서 가을 전세난으로 인한 세입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김성배 기자 ksb@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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