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정상화 위해 40대 임원 17명 세대교체···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9월14일 현대오일뱅크의 수장이었던 권 사장을 그룹기획실장 겸 현대중공업 사장에 임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분기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로 1973년 회사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이에 따라 권 사장이 긴급투입됐다. 그러나 3분기에는 2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권 사장이 취임하기 이전에 발생한 손실이기 때문에 권 사장은 책임에서 자유로웠다. 권 사장은 사상 처음으로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컨퍼런스콜까지 진행하며 4분기부터는 흑자를 내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실적은 이후에도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권 사장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현대중공업의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구조조정의 마법사로 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조정은 자연히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권 사장이 취임하면서 19년 연속 무파업을 이어온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을 비롯해 구조조정까지 진행하는 것이 노조의 반발을 샀다.
권오갑 사장은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2007년부터 2010년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장(부사장)을 거쳐 2010년부터 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근무했다. 특히 권 사장은 정유4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은 현대오일뱅크의 내실을 추구하며 영업이익률은 가장 높은 회사로 만들었다. 현대오일뱅크는 내수시장 점유율이 18% 수준에 머물렀지만 권 사장이 취임한 이후 22%까지 올랐다.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급여 전액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권 회장은 아직까지도 법정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으로 무보수로 일하는 게 금지됐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임단협을 해를 넘겨 올해 2월 설명절 이전에 가까스로 체결했다. 노조가 권오갑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권 사장은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다했다.
마침내 지난 6월에 인위적인 인력중단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권 사장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의 전면 중단 ▲실질적인 대표 책임경영체제 구축 ▲미래기획위원회 구성 ▲특별 격려금 100만원의 조건 없는 지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권 사장은 “지난 8개월 간 어려운 상황이 이어져왔으나 이는 오직 현대중공업을 살리기 위한 충정이었음을 이해해달라”며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일은 스스로 앞장서서 고쳐나갈테니 임직원 여러분들도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회사 실적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2분기 현대중공업은 매출 11조9461억원, 영업손실 1710억원, 당기순손실 2424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2.3%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1172억원 늘어났지만 영업손실은 214억원 감소하며 손실 폭을 줄였다.
권 사장은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주식갖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실적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7월30일 직접 2억원어치의 현대중공업 주식을 장내 매수하기도 했다.
현재의 실적 부진이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추가적 손실 발생탓이다. 또한 선박 2000척 달성기념으로 임직원에게 특별격려금과 퇴직위로금 등 967억원을 지급하면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반드시 흑자를 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2, 3분기 연속으로 조단위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실적은 나아지는 모습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나감에 따라 하반기 실적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권 사장은 25명이 퇴임하고 37명을 새롭게 상무보로 선임하는 임원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취임 2년차를 함께 헤쳐나갈 임원진을 새롭게 구성한 것이다. 특히 권 사장은 상무보 신규선임자중 40대를 46%인 17명이나 채우면서 임원의 세대교체를 이뤘다.
떠힌 ‘조선사업본부’의 승진 및 신규선임을 강화해 조선업 정상 지위를 지켜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여파로 실적부진에 빠졌지만 권 사장의 진두지휘로 서서히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젊은 조직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만큼 조선해양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사장은 지나달 새롭게 포함된 임원을 포함해 전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위기 극복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날 권 사장은 “하반기에는 반드시 흑자 전환을 이뤄내 회사가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임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므로 모든 역량을 결집해 달라”고 말했다.
이제 권 사장의 최대 과제는 2년 연속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와의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는 일이다. 권 사장이 노조와의 갈등을 서둘러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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