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하는 업체 늘어나···신사업도 지지부진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세가 크게 꺾이면서 시장에서 이탈하는 사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해외 브랜드들이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휠라코리아가 아웃도어 사업을 접기로 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휠라코리아는 아웃도어 부문의 지속되는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 18일 영업을 중단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휠라코리아는 지난 2010년 아웃도어 시장 성장세가 고점을 찍기 시작하던 당시 시장에 진입한 후발주자다. 사업 초기에는 잠시 성장세를 이어가는 듯했지만 시장 성장 프리미엄을 전혀 누리지 못한 채 3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다.
그 사이 휠라의 누적 적자는 계속 불어났고 결국 5년만에 사업 철수라는 결단을 내리기까지 했다.
휠라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까닭은 아웃도어 사업이 생각만큼 성장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한국아웃도어산업협회에 따르면 2005년 1조원대였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09년 35% 성장한 2조4300억원으로 2조원을 돌파한 후 꾸준히 30% 이상 성장해 2012년 32.1% 성장한 5조75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3년 성장률은 11.3%로 꺾였고 지난해에는 전체 7조원 규모를 돌파했지만 성장률은 9.4%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올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열중한 만큼 지난해보다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10% 초반의 성장률에 그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후죽순 등장했던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잇따라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그 동안 성장세를 틈타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유혈’에 가까운 치열한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초 약 6년간 전개해온 영국 아웃도어 브랜드 버그하우스 사업을 접었다. 대신 자체 SPA 아웃도어 브랜드 루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에프엔에프(F&F)도 최근 디스커버리가 인기를 끌고 있긴 하지만 이에 앞서 론칭 했던 ‘더도어’를 철수하기도 했다. 아마넥스도 부도 위기에 처하면서 2012년 론칭했던 노티카 사업을 정리했고, 라페스포츠는 스페인 아웃도어 브랜드 터누아를 운영하다가 부도를 맞았다.
특히 이들 후발주자뿐만 아니라 업계 순위 상위권에 포진한 국내 주요 업체들도 모두 실적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노스페이스를 전개하는 영원아웃도어의 2014년 매출액은 5321억원으로 전년보다 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542억원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6% 줄었다.
블랙야크는 매출액 5724억원에 영업이익 810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보다 1.4%, 26.7%씩 감소하는 등 역신장했다. 네파도 지난해 매출 4732억원으로 전년 대비 0.6% 소폭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929억원으로 21.4%나 감소했다.
K2를 전개하는 케이투코리아도 매출액은 전년보다 2% 늘어난 4074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1%나 줄어든 935억원을 기록했다. 밀레는 매출액이 3061억원으로 전년보다 7.8% 올랐지만 영업이익이 268억원으로 전년 대비 45%나 하락했다.
문제는 아웃도어 업체들이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사업들조차 난항을 겪거나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업체들이 2~3년전부터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해 세컨 브랜드 육성에 나섰지만 ‘제살 깎아먹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블랙야크의 마모트, 밀레의 엠리밋, 네파의 이젠벅, K2의 아이더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트렌디한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모브랜드들이 시장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라이프스타일을 접목한 젊은 스타일의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경계가 모호해지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도 더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대대적인 비전 발표를 통해 해외 본격 진출을 선언했던 네파는 아직 프랑스 샤모니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외에 이렇다 할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해외 진출 시장인 중국에서도 내년 초에 웨이하이 직영점 진출 이후 3년만의 매장을 열 계획이다.
또 올해 초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를 인수하며 가을겨울 시즌께 국내에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었던 블랙야크도 당초 계획을 다소 수정했다. 나우의 부채 수준이 높아 회사를 우선 정상화 시켜야 하는데 이 작업이 다소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세가 꺾인 것은 사실”이라며 “무분별한 시장 진출 후 철수한 업체들이 많은 만큼 신사업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혜인 기자 hij@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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