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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김윤석 “통제·계산하고 이성 가지고 연기” (인터뷰)

‘검은 사제들’ 김윤석 “통제·계산하고 이성 가지고 연기” (인터뷰)

등록 2015.11.03 00:02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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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은 사제들' 김윤석 / 사진= 이수길 기자 leo2004@영화 '검은 사제들' 김윤석 / 사진= 이수길 기자 leo2004@


‘세시봉’ ‘극비수사’ 등 올해 벌써 두 편의 작품으로 관객을 만났던 김윤석이 이번에는 사제복을 입고 돌아왔다. 한 해 동안 세 편의 작품이라니. 불혹을 훌쩍 넘긴 배우의 행보라고 보기에 무리가 따라 보이지만, 직접 만난 김윤석은 ‘작품이 좋아서’라고 일축해버렸다.

도대체 얼마나 작품이 마음에 들었길래 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그래서 지난 10월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 제작 영화사 집)을 통해 신부로 변신한 김윤석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검은 사제들’은 악령에 씐 소녀를 구하기 위해 구마 의식을 치르는 두 명의 카톨릭 사제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령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게 하는 로마 카톨릭 교회 예식인 구마의식을 비롯해 사제, 주제, 12형상 등 국내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경한 소재가 등장한다.

“이 작품은 프랑스 한국 영화제에서 단편을 상영, 대상을 받은 작품을 장편으로 만들었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설겠지만 이미 외국에서는 많이 등장한 소재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예식을 밟아가는 장면이 매우 밀도 있게 그려져 호기심을 끌었다. 단 한 마디도 허투루 쓴 대사가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단숨에 읽어버리는 시나리오가 드문 편인데, 이 작품은 한방에 다 읽었다”

엑소시스트 영화는 할리우드에서는 숱하지만 국내에서는 첫 시도다. 한국에서 통할까?

“새롭고 독특하다고 하지만, 나라 면적 대비 십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우리 영화는 종교에 관한 소재를 통해 인간의 희생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아무도 몰라주더라도 누군가 함으로써 이 세상이 나아지는 행동을 통해 이 세상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이 우리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영화 '검은 사제들' 김윤석 / 사진= 이수길 기자 leo2004@영화 '검은 사제들' 김윤석 / 사진= 이수길 기자 leo2004@


'검은 사제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2015년 서울.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소녀(박소담 분)가 있다. 또 잦은 돌출 행동으로 교단의 눈 밖에 난 김신부(김윤석 분)는 모두의 반대와 의심 속에 소녀를 구하기 위한 자신만의 계획을 준비한다.

“아무런 보상도 없고 아무도 몰라 줄 텐데 분연히 일어서는 김신부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보면 범죄자 일뿐이다. 그걸 무릅쓰고 해야 한다는데 마음이 매력이 느껴졌다. 또 사나리오 속 장소에 대한 설정도 훌륭했다. 멋있는 성당이 아닌 서울 시내 한 복판 빌딩과 빌딩 사이 2m도 안되는 틈 사이, 도시의 사각지대에서 악령을 쫓는 의식을 치른다는 설정이 매우 독특했다. 어둠은 결코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 있다는 영화 전체의 흐름과 딱 일치하는 설정이었다”

김신부는 교단과 주위에서 끊임없이 의심을 받고 심지어 감시까지 받는다. 그런 상황에서 뚝심 있게 의지를 밀어 붙이는 김신부와 배우 김윤석 간의 묘한 일치감이 영화는 보는 또 다른 재미로 드러난다.

“나는 특정 종교 신자는 아니다. 하지만 기도하면서 자기와 만나는 시간을 갖곤 한다. 그것은 종교 의식이 아닌 자기를 소중히 대하는 시간이고 걱정을 내려놓고 자기를 소중히 가꾸는 시간이다. 그런 시간을 가끔 갖는데, 아마도 이 영화에서 그런 시간을 보냈던 인간 김윤석의 모습이 투명돼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영화 '검은 사제들' 김윤석 / 사진= 이수길 기자 leo2004@영화 '검은 사제들' 김윤석 / 사진= 이수길 기자 leo2004@


‘검은 사제들’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구마예식 장면. 실패해도 성공해도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예식을 준비하는 김신부와 최부제. 보이지 않는 적들과의 싸움에도 흔들림 없이 임무를 이어가는 김윤석은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을 만드는 중심이 된다.

“장문의 기도문을 처음 접했을 땐 매우 어색했다. 어떻게 외웠냐고 자주 물으시는데, 연기자인데 그 정도는 할 수 있다. 또 신부님 만나 뵙고 여쭤봤다. 신부님이 하시는 말이 본인이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분이 한다고 믿고 하라고 하시더라. 만약 그 대사에서 제 의지를 다하면 웅변이나 연설이 돼 버렸을 것이다”

구마 의식 장면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극의 몰입도 높이는 하이라이트 장면. 때문에 연기하는 배우들 조차도 힘겨웠을 것이다.

“당시 촬영이 끝나고 나니 신경이 곤두서서 잠이 오더라. 아무리 촬영이라지만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와 싸우는 장면이었던 만큼 신경이 예민해 지더라”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구마 예식을 치르는 장면일까? 돌아온 답은 “노”였다.

“정 신부의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김신부를 키워왔던 정 신부가 ‘범신아 하지마라 아무것도 없다. 허망하다 인생 헛살았다 하지마라’고 하는 장면에서 김신부는 흔들렸을 것이다. 마치 미래의 내 모습인것 같아 짠했다. 의지를 떨어트리는 얘기는 물론이고 아무도 찾아주지 않은 차가운 병실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편하게 살고 싶다는 갈등이 일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신부와 최부제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정의를 지켜내는 사람들의 희생 정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느끼길 바란다”

지난 2009년 ‘전우치’ 이후 강동원과 두 번째 호흡이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김윤석과 강동원의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를 높인다.

“오랜만에 만남이라고? 우리(강동원 과)는 자주 만나왔다. 별 느낌 없다. 강동원 연기? 내일 모레 오십인 아저씨가 강동원의 연기를 어떻게 평가하겠나. 단지 우리나라 남자들은 군대라는 핸디캡을 극복해야 하는데, 군대를 마치고 돌아오고 난 뒤의 남자라면 한결 달라진 모습일 것이다. 때문에 군대를 다녀온 강동원의 연기는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 볼 수 있다. 연기적으로 달라진 점은 모르겠으나 내적인 파워가 강해졌을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다.(영화의 스포일러를 위해 자세한 언급은 피하겠다)

“마지막 장면? 해피엔딩으로 봐주면 좋겠다. 큰 희생을 치렀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어떤 면에서 성장 영화일 수도 있다”

영화 ‘검은 사제들’은 다소 어둡고 보는 내내 힘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영화를 이끄는 김윤석의 몸놀림은 매우 영민해 보이고 진중하다. 덕분에 한껏 움츠러든 어깨가 펴지면서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한 시간 정도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다소 긴장감 도는 이야기로 시작한 인터뷰가 마지막에는 박장대소하며 끝났던 것처럼 말이다.

홍미경 기자 mkhong@

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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