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멋진 악당이 또 있을까.
명품조연 박혁권이 선사한 길태미라는 인물은 시청자들이 흔히 아는 악당의 전형과는 동떨저져 있다. 칼을 잘쓰는 삼한제일검이지만 외형적으로는 무시무시한 카리스마 보다는 화려한 메이크업과 경박스러운 말투, 그리고 아이 같은 순짐함까지. 허세와 허영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어ㅛ다.
이뿐이랴. 식탐에 보석탐 심지어 땅탐까지 하늘을 찌를것 같은 욕심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실소를 금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에서는 누구보다 날카로운 검술 솜씨를 선보이며 삼한제일검 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캐릭터와 그를 잘 살려 내는 박혁권의 연기력은 길태미를 매력적인 인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에 ‘악의 축’을 담당하며 각종 악행을 저질렀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악역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이토록 멋진 악당중의 악당으로 매주 월화 안방극장에 쏠쏠한 재미를 선사했던 박혁권이 최대의 위기를 맞으며 최후를 예고했다. 이에 그의 악당 연기에 흠뻑 빠진 시청자들은 구명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SBS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제작 뿌리깊은나무들)에서는 악행을 거듭하며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현 삼한 제일검 길태미(박혁권 분)가 죽음의 위기에 놓이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홍인방(전노민 분)에 대한 탄핵 상소가 시작되자 위험에 처하게 된 길태미는 자신의 집으로 몰려온 가별초의 눈을 피해 홍인방을 구해냈고, 함께 떠나자는 홍인방의 말에 “난 이성계를 죽이고 가야겠어” 라며 비장한 눈빛을 보였다.
이후 이성계(천호진 분)의 동태를 알아보려 비연각을 찾은 길태미는 병사들의 급습에도 개의치 않은 듯 등을 돌리고 앉아 화장을 하다 이내 섬뜩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병사들을 처단했고 수많은 시체들 사이에서 맛있게 국밥을 먹는 잔인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길태미의 앞에 나타난 땅새(변요한 분)가 “삼한 제일검 칭호는 여기 놓고 떠나거라 길태미!”라고 도발하자 그간 자신이 찾던 무사가 땅새임을 직감, 결연한 표정으로 달려가 합을 겨루는 모습을 보여 후의 일들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그간 악역임에도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아온 길태미가 결국 땅새와의 결투로 죽음의 위기에 맞는 모습을 보이자 많은 네티즌들이 안타까움을 표함과 동시에 위기의 순간에도 촐랑과 잔혹을 오가는 길태미의 두 얼굴을 자연스레 소화해내고 있는 박혁권의 연기력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에 길태미에게 최후의 시간이 다가오자 드라마팬들 사이에서 길태미를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많은 시청자들이 드라마 홈페이지에 ‘길태미를 살려주세요’라는 청원을 넣고 있고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길태미 외전’에 대한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박혁권이 죽음을 목전에 두며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는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매주 월, 화 방송된다.
홍미경 기자 mkhong@
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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