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24시간 모든걸 기억하나요?”
사랑은 하나지만 남자와 여자에게 각각 다른 얼굴로 기억되기도 한다.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감독 이윤정)는 사랑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윤정 감독이 2010년 동명의 단편영화를 장편화한 작품으로, 교통사고 후 10년의 기억이 지워진 남자 석원(정우성 분)과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 진영(김하늘 분)의 이야기를 다룬 감성멜로 영화다.
영화는 시작부터 눈을 뗄 수 없다. 석원은 자신의 실종신고를 하러 파출소를 찾는다. 기억을 잃은 석원에게 세상은 온통 처음보는 모습이다. 누군가 집이라며 알려준 낯선 장소에 나를 친구라 부르는 사람이 나타나지만 처음보는 얼굴이다.
그러던 중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진영은 석원의 얼굴을 보자마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석원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진영의 뒤를 쫓지만 결국 놓치고 만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진영은 석원 앞에 나타나 인연을 맺는다.
석원과 진영은 이내 서로에게 빠져든다. 재밌는 점은 서로에게 빠지는 동기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 점이 흥미로운 이유는 후반부에 드러나며 관객을 납득시킨다.
이후 석원은 과거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씩 떠오르며 괴로워하고 진영은 지금의 행복이 깨어질까 불안해한다. 석원은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을 따라가며 자신에 대해 알고자하지만, 진영은 뭔가 감추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관객을 이끈다.
석원의 시선을 통해 전개되는 오프닝은 기존 멜로영화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함을 안긴다. 기억을 잃어 공허한 표정으로 등장하는 정우성의 묘한 눈빛과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김하늘의 첫 등장 역시 강렬하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사랑과 기억에 대해 말한다. 사랑의 기본적인 성격을 차근차근 짚어가며 영화는 관객에게 현재의 사랑에 대해 묻는다.
영화는 믿고보는 멜로배우 정우성-김하늘의 조합은 일품이다. 두 배우는 단순히 사랑이야기를 넘어선 영화에서 과거의 전사와 기억에 대한 복잡한 감정의 섬세함을 잘 살린다.
정우성의 눈빛은 관객을 후반부까지 이끄는 힘을 발휘한다. 김하늘의 눈물은 매 씬 상황에 맞게 결을 달리하며 관객의 이입을 돕는다. 어렵지만 과하지 않게 절제된 감정으로 호흡을 주고 받는 정우성과 김하늘의 연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완벽하게 몰입하게 만든다. 모처럼 믿고 보는 멜로영화의 귀환이 반갑다. 7일 개봉.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이슬 기자 ssmoly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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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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