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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사장 공모에 국토부가 안보인다

LH사장 공모에 국토부가 안보인다

등록 2016.03.15 07:41

수정 2016.03.15 09:20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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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국토 장관 등 팽 당해
한만희·김경식·이충재 등 거물급 지원 안해
기재부 출신 강호인 장관 힘 못쓴다 불만도

LH 진주 사옥(출처=LH)LH 진주 사옥(출처=LH)



국토교통부 출신 이재영 사장이 돌연 사퇴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자리에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 외압으로 이재영 사장이 물러났다는 LH 외압설이 여전히 일파만파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국토부 출신 유력 고위 관료들이 LH가 진행한 사장 공모에 대거 지원을 하지 않은 까닭이다.

정치권의 LH외압설이 불거지면서 힘 있는 실세들의 ‘보이지 않은 힘’에 대해 부담을 느낀 이들이 스스로 입후보 마저 꺼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토부 장·차관 인선에서 청와대 등 정치권에서 ‘팽’당한 국토부 관료들이 이번에도 찬밥 신세가 짙어지면서 관가 안팎에선 새누리당에 대한 불만 등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국토부·LH·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영 사장 후임으로 물망에 올랐던 한만희 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차관(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를 비롯, 김경식 전 국토부 차관,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서종대 한국감정원장 등 국토부 고위 관료 출신들이 최근 사장 공모에 지원서를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H 관계자는 “10여명 안팎의 인사들이 공모에 지원서 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후보자 물망에 오르더 라도)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인사는 사장 선임이 사실상 불가하다”고 밝혔다. 국내외 주택·건설·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에서 전문성을 쌓은 유력 후보자들이 지원서 조차 제출하지 않은 셈이다. 이는 전임 사장이 국토부 주택토지실장 출신인 이재영 사장이라는 점에서 의외라는 분석이다.

한만희 전 차관은 일찌감치 고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고, 김경식 전 차관도 개인 사정을 이유로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충재 행복청장과 서종대 감정원장도 능력을 떠나 현직인 점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관가 안팎에선 최근 정치권의 외압설이 이들이 공모 지원 의지를 꺾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다. 이재영 사장이 임기를 4개월 남기고 느닷없이 그만둔 게 최근 새누리당 공천심사에서 낙마한 실세 후보자에게 제시할 카드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에 적지않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미 정치권 실세나 이들과 가까운 낙하산 후보가 이미 사장으로 점지돼 있다면 굳이 지원서를 제출해서 눈 밖에 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렇다보니 국토부 안팎에선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국토부 장·차관 자리도 기재부 와 정치권 출신들에게 사실상 뺏긴 상황에서 LH사장마자 사실상 국토부 출신이 배제되고, 낙하산을 타고 내려 올 인물을 마냥 기다려야하는 입장이 되어버렸기 때문.

일부에선 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마저 드러내고 있다. 국토부 퇴직 한 고위관료는 “공무원으로서 일하다보면 나도 고생하면 (선배들처럼) 좋은 자리에 갈 수 있다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기도 한다. 이런 믿음이 깨진다면 박봉이지만, 국민을 위해 헌신한다는 마음으로 일하겠다는 직원들의 의지가 쉽사리 꺾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국토부 고위 관료도 “LH사장 자리는 간단한 자리가 아니다. 주택정책 전문가가 가서 제대로 일을 해야 하는 자리다. 이번에 지원한 분들이 전문가라서 지원했다고 믿고 싶다”고 토로했다.

지나친 인사 보안도 불만의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선 최소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인사정도는 미리 알기도 했으나 최근엔 전혀 감도 잡지 못하고 있다. 인사권을 쥔 윗선에서부터 철저히 쉬쉬하고 있어서다. 연장선상에서 LH사장 임명 제청권을 가진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기획재정부 출신이라 국토부 출신들을 위해 힘을 쓰거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LH 임직원들도 전혀감을 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금융부채를 크게 줄이고(17조원
), 통합 LH의 재도약을 발판을 마련했다 평가를 받는 이재영 사장이 돌연 사임하자마자 정치권에서 낙하산 인사설이 나오자 얼이 빠진 표정이다. 일부 직원들은 CEO인선에 대해 관심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냉소적인 반응마저 보이고 있다.

국토부나 LH내부 출신이 수장(首長)자리에 오른다면 업무 효율측면에서 낭비가 적을 테지만 낙하산 얘기가 나오면서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LH 한 직원은 “사장이 누가 되든 별로 관심이 없다. 주어진 일이나 충실히 할 뿐”이라며 오리무중인 LH사장 인선에 대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사장 인선 관련 LH임원추천위원회는 10여명 안팎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서류와 면접심사를 한다. 이달 중 후보자를 3~5배수로 걸러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한다.

기재부 공운위는 후보자를 2배수로 압축해 국토부로 넘기면 국토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청, 대통령이 LH사장을 임명한다. 이렇듯 공모형식을 띄지만, 사실상 정치권이나 정부와의 사전 교감이 없이는 사장이 되기 힘들어 공모 절차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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