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국정운영 동력···당 내 위치도 위태위태노동개혁·경제활성화 ‘풍전등화’···‘협상의 정치’ 필요
지난 13일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과반 확보 실패는 물론 원내 제1당의 자리도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며 참패했다. 22개월 가량의 임기를 앞둔 박근혜 정부의 국정 동력도 사실상 힘을 잃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번 20대 국회에서 안정적인 의석을 확보해 후반기 국정운영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 새누리당은 122석만을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123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에게 원내 다수당의 자리도 내줬다. 각종 개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추진력을 상실한 것이다. 더군다나 국민의당이 38석을 차지하며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 이제는 국민의당의 눈치까지 봐야 한다.
◇朴 대통령, 국정운영 동력 상실···책임론 불거질 듯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의 초점을 노동·공공·금융·교육 4대 구조개혁 완수에 맞출 계획이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를 위해 ’경제활성화‘ 법안들을 발의, 국회를 통과시켜 4대 구조개혁을 완수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법안들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야권과 노동계의 반발로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에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20대 국회에서 안정적인 의석을 확보,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과시켜 4대 구조개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더민주가 제1야당의 자리를 굳건히 한 데에 이어 원내 다수당으로 올라서며 이같은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하는 것과 동시에 책임론 후폭풍에 휩쓸릴지도 주목된다. 이번 총선 패배의 이유로 꼽히는 공천과정을 사실상 친박(親朴)계가 주도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공천에서 탈락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 중 7명은 총선서 승리, 국회 입성이 예정돼 있다.
현재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했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공천과정에서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론에 휩싸이며 당내 목소리가 작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친박계는 책임의 화살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돌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살생부, 옥새 파동 등으로 공천잡음을 확대시킨 것이 김무성 대표라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상실함과 동시에 당내 위치가 위태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옴에 따라 레임덕 현상이 빠르게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레임덕이란 대통령 등 정치 지도자 집권 말기에 나타나는 지도력 공백현상, 지도력 누수 현상을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입김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마지막 카드로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탈당 후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원들이 복당할 경우 원내 다수당 위치라도 찾아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새누리당을 탈당후 당선된 무소속 후보는 유승민, 안상수 등 총 7명이다.
◇노동개혁·경제활성화 ‘풍전등화’···‘협상의 정치’ 필요
이번 선거에서 야권이 내세운 '정권심판론'이 통한만큼 향후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와 정책 등에서 방향 수정이 불가피 해졌다.
정부여당이 총선 이후 드라이브를 걸려던 각종 개혁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책기조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던 노동개혁법 통과는 힘들어 보인다. 더민주는 물론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도 정부의 노동개혁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20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재발의 해 통과시킬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바 있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20대 국회에서 재발의 한다하더라도 상임위에서 통과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상임위 위원장을 맡을 수 있는 3선 의원인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상정 ·노회찬 정의당 의원 등이 모두 노동개혁안에 부정적 입장이라 정부여당에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쟁점 법안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을 우선 처리하고 여야간 조정안을 모색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과 비정규직 등 쟁점 법안에 이견이 많은 만큼 법안을 둘러싸고 큰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노동·금융·공공·교육 등 4대 구조개혁도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었다. 교육개혁에서 대학평가를 통해 정원감축을 유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학구조개혁법은 당장 법안을 발의한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이번 선거에서 패함에 따라 추진 동력의 구심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총선 직전 발의된 이른바 박근혜 정부 규제개혁의 완결판 규제프리존특별법 역시 앞날이 어둡다. 정부는 지난 3월 의원입법 형태로 법안 발의를 서두를 만큼 이 법안에 역점을 뒀다. 하지만 법안을 대표 발의한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데다 공동 발의한 국회의원 중 야권 의원이 없어 정부의 뜻대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어려워졌다.
여당이 20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한국판 양적완화 공약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운 경제민주화와 전면 배치될 뿐 아니라 야권 지도부는 한국은행이 직접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선거 직후 청와대는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길 바란다”며 "개혁과제 추진은 변함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험로가 예상된다.
한 정계 관계자는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3당 체제로 꾸려지면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여당은 야당과의 협상은 물론 제3당인 국민의당과도 전략적인 협력을 맺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남 기자 secrey978@
한재희 기자 han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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