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계획 발표 D-1···긴장·불안감 커지는 산업계

政, 26일 취약업종 구조조정 발표 예정

해운·조선업계, 초연함 속 불안감 피력

“대량 실업, 꼭 막아야 한다” 한목소리

한진해운이 주채권인 산업은행에 자율협약 신청서와 함께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포기 각서 등을 제출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로비에서 직원들이 콘테이너선 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구조조정 위기에 봉착한 주요 기업들의 한 주 시작이 무척이나 뒤숭숭하다. 당장 회사의 존폐가 걱정되는 기업이 있는가하면 앞으로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대강의 갈피도 잡기 어려운 상황인 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26일 조선업과 해운업, 석유화학업과 건설업, 철강업 등 5대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구조조정 계획에는 각 업종별 기업의 통·폐합이나 세부 사업 조정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조조정 계획 발표를 하루 앞둔 25일 각 기업들의 관계자들은 태연하면서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포함된 업종들의 기업은 지난 몇 년간 구조조정의 불안감 속에서 지내왔기에 이번 구조조정 발표에 대해서도 크게 내색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그동안 단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기업 간 통·폐합 등의 현실화 문제에 대해서는 너나할 것 없이 상당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가장 분위기가 뒤숭숭한 곳은 해운업계다.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마저도 25일 채권단에 자율협약(공동관리)을 신청하면서 아시아 해운 시장의 한 축이던 대한민국 해운업계가 40여년 만에 붕괴를 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양대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직원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동요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업무에 임했다. 그러나 직원들끼리 시시각각 보도되고 있는 업계 동향 뉴스를 주의 깊게 보며 회사의 앞날을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한 업체 직원은 “회사의 합병이라는 것은 정부가 주도해서 나선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선사의 운영은 어디까지나 시장의 논리에서 생각해야 할 일인데 정치인들의 어줍잖은 산수로 해결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의 직원은 “가장 걱정되는 것은 직원들의 고용 문제”라며 “대학생 시절이던 20년 전 외환위기 때 실업대란을 간접적으로 경험했지만 이 문제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은 할 줄 몰랐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산업 전체의 생사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산업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이 일할 곳이 있어야 국가 경제 전체가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정부에서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조선업계 역시 초연함 속에서 불안감을 피력하기는 똑같았다. 조선업계는 조선과 플랜트 등 각 사업부문별 통·폐합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현재의 조선 빅3 구도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세부적으로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인 만큼 앞으로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업계 전체를 살리는 구조조정이라면 무엇이든 찬성하지만 대량 실업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특히 조선업의 메카인 영남권의 지역경제를 생각한다면 구조조정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가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