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운 용선료 협상이 최우선 산업은행 출자전환 여부에 관심현대·삼성 대우조선 인수 가능성인위적 구조조정 추진 볼멘소리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한계 상황까지 내몰린 현대상선과 대우조선해양이 포함된 해운·조선 업계가 첫 번째 타깃이 될 전망이다.
해운·조선 업계는 지난해부터 구조조정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조선·해운·석유화학·철강·건설 등 5개 산업 분야를 주요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한 바 있다.
유 부총리는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되지 않으면 정부가 액션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해운업종에서 제일 걱정되는 회사가 현대상선”이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장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너의 사재출연과 경영권포기 등을 거쳐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현대상선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이미 80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에 대한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채권단의 지원이 없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연간 2조원에 달하는 용선료 조정을 조건으로 감자와 출자전환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상선이 용선료를 20~30% 내리는 협상에 성공할 경우 한해 1600억~2400억원의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이 이달말까지 용선료 인하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면 자금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후 현대상선은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을 진행한 뒤 경영정상화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출자전환을 통해 정부가 구조조정 작업을 직접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진해운은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을 통해 1조2000억원을 확보하는 자구안을 마련해 채권단과 협의하고 있다.
해운업에 이어 조선업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선업계 구조조정의 핵심은 대우조선해양이다.
하지만 조선업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민간기업이어서 구조조정 작업이 순탄치 않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이 인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데 두 기업 중 어느 곳도 선뜻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그나마 현대보다는 삼성이 대우조선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반면 삼성중공업은 튼튼한 모기업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경남 거제시에 위치하고 있어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점도 있다.
삼성이 대우조선 전체를 인수하기가 부담스러울 경우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방산 부문을 분리해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대우조선 인수는 그룹 오너가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정부의 인위적인 해운·조선업계의 구조조정 추진에 대해 관련 업계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특히 한국 조선업은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업황이 침체되면서 위기에 빠진 측면이 있다. 따라서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다가 오히려 해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인력조정, 비핵심자산 매각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혹한기를 버티고 있다”며 “정치적인 이슈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다가 자칫 공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