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비춘 뒤 통통 튀는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으며 국민 남매로 등극했다. 깔끔하고 실력 좋은 멜로디는 귀를 달콤하게 만들었고,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발상의 신선한 가사는 폭발적인 공감을 샀다.
악동뮤지션은 사람들의 행동과 마음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자신들만의 감수성으로 표현해낸다. 독특한 생각이 느껴질 수는 있지만 결코 단순한 엉뚱함은 아니다. 순수함으로 보는 게 더 맞겠다. 이들은 어른들이 삶에 치여 잠시 잊고 살았던 것들에 집중하고 파고든다.
이들은 최근 새 앨범 ‘사춘기 상(上)’을 들고 왔다. 데뷔앨범 이후 약 2년 만이다. 역시나 트랙은 이찬혁의 자작곡들로 채워졌고, 자신들 겪었을 혹은 겪고 있는 사춘기를 색다른 시선으로 풀어냈다. 제 아무리 질풍노도의 시기라 한들 악동뮤지션의 시선을 거치니 지극히 순수함, 그 자체다.
실제로 마주한 악동뮤지션은 흐뭇하고 사랑스럽기 그지 없었다. 이들이 주고 받는 대화에서는 가식이 아닌 ‘진짜’ 남매만이 할 수 있는 말들이 오갔고, 그러면서도 자신들만의 확고한 생각과 기준이 느껴졌다.
Q. ‘사춘기 상’이 발매 직후 음원차트 줄세우기를 기록했다
이수현: 2년 동안 공백기가 있어서 고민도 많이 했는데 나오자 마자 좋은 반응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이번 앨범 주제인 사춘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이찬혁: 어른스러운 노래를 최대한 빨리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갑자기 보여드리기에는 풋풋한 모습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초원에서 노는, 그런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 저는 수현의 풋풋함에 업혀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좀 더 어른스럽고 아티스트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고 그래서 그 과정을 보여주게 됐어요. 사람들이 (과도기적인) 이번 앨범도 좋아해주신다면 사춘기를 잘 넘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Q. 악동뮤지션의 사춘기는 어땠나
이수현: 뚜렷한 사춘기의 때가 없었던 것 같아요. 사춘기를 보낼 적 가족도 화목하고 하고 싶은 음악도 하고 환경이 좋았어요.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도 받았고요. 별로 반항할 거리도, 나쁜 생각을 할 틈도 없었어요. 그래서 잘 넘겼다고 생각하는데 오빠는 잘 모르겠다더라고요.
이찬혁: (진지한 표정으로) 최근의 일인데 이게 사춘기 때문인지 다이어트 때문인지 헷갈렸어요.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 분명 있었어요. 녹음도 잘 안되고 짜증도 많아지고. 눈치를 많이 봤죠.
Q. 찬혁 군은 어땠을까
이수현: 오빠도 아빠와 의견차이가 있던 시기도 있었어요.
이찬혁: 의견차이라기보다 제가 심호흡이 많았어요. 생각이 정리 돼야 말할 수 있는 스타일이거든요. 아버지가 뭐 물어보면 ‘내가 이 말하면 이런 말이 돌아오겠지? 그러면 대화가 길어지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대답을 잘 못했어요.
이수현: 그게 한 시간이 걸려요. 속이 터지는 거죠. (웃음) 말 좀 해보라고 해도 안 하고. 그런데 오빠가 하고 싶은 말을 노래로 표현했고, 아빠는 그걸 듣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셨어요. 자신의 사춘기 이야기도 해주시면서 ‘너와 내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이해 못 했다’고 하셨어요.
이찬혁: 고1 때였는데, 꿈도 없고 장래희망도 없고 이에 대해 물어보면 막연하게 ‘저 춤 출까요?’ 이런 식이어서 아빠가 답답해하셨어요. 노래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꿈이 뭘까 생각도 하고 부모님에 대한 죄송한 마음, 저의 답답한 마음들이 다 드러났어요. 부모님이 제 노래를 통해 마음을 아시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이제는 노래뿐만 아니라 말로도 표현할 수 있게 됐어요.
Q. 실제 남매라서 좋은 점이 있다면
이수현: 저희는 서로 피드백이 빠르고 날카로워요. 무대에서 별로였던 건 오빠가 ‘이건 별로였어’라고, 노래 잘 못했으면 ‘이거 그러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했어’라고 말해요.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서로 많이 도와줘요. 주위 사람들은 모두 저희한테 잘했다고 해주는데, 저희는 파트너로서 예리하게 지적해줄 수 있어요.
이찬혁: 스케줄 다닐 때 계속 봐야 하고··· 남매가 있는 분들은 알겠지만 하루 종일 서로의 얼굴을 보고 노래를 부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집에서는 남매로서 대화를 하되 밖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파트너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남매로서 모습보다 남매의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가자는 거죠. (웃음)
이수현: 약간의 연기와··· (웃음) 좋은 거 있어요. 지방행사 다녀올 때 차 안에서 마음 놓고 얼굴을 막 하고 잘 수 있다는 것?
Q. 타이틀곡 ‘리-바이(RE-BYE)’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외 마음이 가는 곡이 있나
이찬혁: ‘새삼스럽게 왜’도 타이틀곡 후보였어요. 이 노래는 저희가 처음에 보여줬던 색깔이었고, 사람들도 저희 노래 중 상큼한 사랑노래를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는 다른 색깔을 보여주자 싶었어요.
Q. ‘가장 많은 도전정신이 깃들었다’ 싶은 곡이 있다면
이수현: 전체 다 인 것 같아요.
이찬혁: 특이하게 수록곡이 악동뮤지션의 색깔이고 타이틀곡이 다른 색이에요. 기존에 알았던 모습의 곡들을 좀 덜 들어주고 진화된 모습을 기억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에 그렇게 선택하게 됐어요.
이수현: 그렇다고 기존 악동뮤지션 색깔을 안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그것도 악동뮤지션의 한 색깔이니까요.
Q. 도전 때문인지 YG의 색이 덧입혀져 풋풋함이 흐려졌다는 말도 있다
이찬혁: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첫 번째 앨범 때도 다양한 걸 해보고 싶다고 했거든요. 그때는 소심하게 했다면 이번에는 대범하게 간 거에요. 우려의 말도 있었지만, YG가 아니었더라도 다른 편곡자 분들의 색깔이 묻어났을 거에요. 재즈틱한 노래 등도 분명 만들었을 것이고요. 지금도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많이 만들어놨고 천천히 보여주는 일만 남았어요. [사진=YG엔터테인먼트]
인터뷰②에 이어서...
이소희 기자 lshsh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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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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