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소리는 코코와 소리 두 명으로 구성된 여성 듀오다. 지난 1월 ‘다크서클’로 가요계의 첫 발을 내디뎠으며, 올해 첫 신인가수이기도 하다.
처음에 이들의 무대를 본 뒤 그야말로 ‘헉’했다. 국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파격 콘셉트와 무대의상, 개성 넘치는 노래까지. 인형처럼 한껏 웨이브를 줘 양갈래로 높게 묶은 머리, 쌍둥이 마냥 닮아 있는 비주얼은 독특해 자꾸 눈길이 갔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코코소리를 만났다. 두 사람이 들어오는데 또 한 번 ‘헉’했다. 실제로 만난 코코소리는 인터넷에서 봤던 진한 화장과 과장된 비주얼은 온데간데 없고, 귀엽고 청순하며 수수한 모습이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주문한 음료가 나왔는데, 멤버들의 것은 아직 나오지 않아 장난스레 “회사에서 음료 못 먹게 해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코코소리는 천연덕스럽게 “저희는 엄청난 걸 시켜서요”라고 받아 치는 센스를 보였다.
그 순간 직감했다. 내숭 없는 매력에 한바탕 수다를 떨겠구나! 실제로 인터뷰는 한 시간 넘게 진행됐고, 코코소리는 자신들만의 생각을 또박또박 전달했다. 강한 임팩트와 달리 다가가기 쉬운 코코소리였고, 재미있으면서도 진중한 반전매력의 소유자였다.
◆ ‘절묘해’, 인묘관계를 다루다
코코소리는 29일 정오 새 싱글앨범 ‘절묘해’를 발매했다. 데뷔곡 ‘다크서클’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준비기간이다.
“이번에 빠르게 컴백한 것 같아요. 쉬는 타임 없이 자주 활동하자는 게 데뷔 전부터 목표여서 나름 순조롭게, 빨리 진행됐다고 생각해요”(소리) “‘다크서클’은 준비를 오래 했기 때문에 이번에 더 빨리 나온 것 같아요. ‘절묘해’는 ‘다크서클’ 활동하며 콘셉트와 가사 등 미리 어느 정도 잡혀 있었어요.”(코코)
코코소리 신곡 ‘절묘해’는 데뷔곡 ‘다크서클’을 작사 작곡했던 가면라이더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곡이다. 경쾌한 리듬과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인데, 사람과 고양이의 관계를 가사로 풀어내 독특하다. 제목의 ‘묘’도 한자로 ‘고양이 묘’ 자를 쓴다.
“보통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그리는데, ‘절묘해’는 인묘관계를 담았어요. 고양이라는 동물이 나한테 마음을 줄 듯하면서도 잘 모르겠잖아요.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고양이를 사람으로 대입해 생각해도 비슷하고요.”(소리)
“회사에서 키우는 투투라는 고양이가 있어요. 투투를 소재로 곡을 만들려고 하다가 이 노래가 나오게 됐어요. 원래 곡 제목이 ‘묘해’였는데 임팩트가 없는 것 같아 ‘절묘해’로 바꿨죠.”(소리)
‘절묘해’는 여러 번의 변주를 통해 다양한 장르를 담아낸다. 어떻게 들으면 트로트 같기도 하다가 댄스 곡 같기도 하고, 중간에는 분위기가 급격하게 변하며 멤버들의 포효소리가 담기는 등 다소 충격적인 사운드도 가미됐다.
“포효소리 녹음하고 다음날 목이 쉬었어요. 록이나 헤비메탈이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이렇게 잠깐만 해도 목이 쉬는데.”(코코) “있는 힘껏 목에 힘을 주고 수십 번 했어요. 두 마디 따려고요. (웃음)”(소리)
“노래에 반전이 있어요. 신나게 따라 할 수 있는 멜로디로 가다가 갑자기 헤비메탈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노래 중간에 ‘코코소리’라고 외치는 구절도 있는데 지난 데뷔앨범에도 그렇게 했었어요. 저희를 알릴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소리)
◆ 더욱 강력해진 B급코드
뮤직비디오 또한 독특하다. 영상 속 코코소리는 음식점 아르바이트생과 손님 1인 2역을 해낸다. 각자 캐릭터에 맞는 특이한 의상을 입고 한 편의 꽁트 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소속사에서 키우는 반려묘 투투도 특별 출연을 해 보는 재미를 높였다.
“노래에 변주가 있잖아요. 그 멜로디의 느낌에 맞춰 뮤직비디오 분위기도 바뀌어요. 종업원으로 변신한 저희가 주문을 받는데, 손님으로 분한 저희가 엄청나게 주문을 해대서 결국 화가 나 변신을 하는 거죠.”(소리)
“포인트는 투투에요. 사실 ‘다크서클’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 투투가 하루종일 촬영을 했는데, 감독님께 뭘 밉보였는지 통편집이 됐어요. (웃음) 이번에는 연기실력을 길러서 드디어 등장하는 거죠!”(코코)
또한 ‘절묘해’ 뮤직비디오는 알록달록한 색감 또한 돋보인다. 이에 대해 소리는 “좋아하는 색감의 뮤직비디오를 찾아보니 감독님이 일본 분이셨다. 타다 타쿠야라는 분인데 알고 보니 일본에서 동방신기, 빅스, 일본그룹 HKT48 등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분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무대의상 또한 타다 타쿠야 감독이 소개해준 디자이너를 통해 고르게 됐다고. ‘다크서클’ 때는 광택이 도는 메이드 의상으로 사랑스러움을 강조했다면, 이번에는 영롱한 비닐 소재와 반짝이 의상으로 힘 있는 개성을 표현했다.
“비슷해 보이는데 재질은 달라요. 지난 의상은 천연 라텍스여서 고무장갑을 쓴 느낌이었어요. 그때에 비하면 이번 앨범은 진짜 편한 거에요. 잘 늘어나요. 또 노출이 없어서 덜 신경 써도 되고요.”(코코, 소리)
전체적으로 일본풍의 화려함과 코스프레 의상의 디테일함과 독특함이 느껴진다. 음악과 애니메이션, 코스프레까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색 삼합이다.
◆ 코스프레하는 걸그룹 보셨나요
코코소리는 공식 유튜브 및 네이버 TV캐스트 등 동영상 채널을 통해 ‘애니메이션 연구소’ 콘텐츠를 연재하고 있다. 데뷔와 함께 시작해 현재 약 50회 가까이 꾸준히 업로드 됐다. 이들은 각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분해 작품을 소개하고 OST 커버, 성우 따라잡기 등을 하며 다양한 매력을 발산한다.
“특히 더빙을 해보고 싶었는데 해보니 재미있었어요. 성우로서 재능을 찾은 것 같아요. (웃음) 지금까지 했던 건 다 저희가 해보고 싶어서 한 아이템들이에요. 스태프 분들과 매번 회의를 통해 정하거든요.” (소리)
“사람들이 댓글로 애니메이션을 추천해주기도 해요. 저는 미니언즈를 좋아하는데 언제가 해보고 싶어요. 코스프레가 걱정이긴 하지만요.”(코코)
“추천 의견을 반영했더니 영상에 대한 반응이 더 좋더라고요. 주로 어린 친구들이 봐주는 것 같아요. 저희 노래 춤을 커버하는 어린 친구들도 꽤 있던데 귀여워요. 그게 저희가 원하는 모습이거든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음악이요.”(소리)
코스프레를 하는 가수, 결코 흔치 않은 모습이다. 코스프레라는 것이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지만 대중적인 측면에서 보면 모든 게 부합하지는 않기 때문. 즉 대중가수로 활동하며 대중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코코소리만의 개성이 됐다.
여기에 코코소리만의 독특한 코드와 자신감이 더해지니 화룡점정이 됐다. 혹자는 한 번 보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물었다.
소리는 “처음 보고 솔직하게 ‘병맛이야’라고 하실 수도 있는데 그것도 관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다. 코코는 “우리가 즐거워야 보는 사람도 즐겁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코코소리 같은’ 코코소리
코코소리는 확실한 콘셉트 만큼 소신과 주관이 뚜렷했다. 그래서 롤모델을 물어보는 것도 조금은 망설여졌다. 그래도 물어봤더니 웬걸, 1970년대 후반부터 활동한 일본 여성듀오 핑크레이디가 자신들의 롤모델이라고.
“핑크레이디를 보고 우리도 저런 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봤을 때 ‘뭐지? 특이하다’라고 생각했는데 자꾸 빠져들었어요. 저희보다 더 독특한 음악을 하셨거든요. 옛날에 데뷔하셨는데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활동 당시 미국에도 진출하셨고요.”(소리)
“50세가 넘었는데 아직도 활동하세요. 오히려 처음 데뷔했을 때보다 지금 더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부르시는 것 같아요. 끊임 없이 성장하시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존경스러워요.”(코코)
핑크레이디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이며 사뭇 진지하게 말을 잇던 코코소리였다. 핑크레이디는 이들의 모티브이기도 한 셈이다. 코코소리는 이를 바탕으로 소속사 대표와 함께 아이디어를 주고 받고 상의하며 작업을 한다. 직접 음악과 퍼포먼스를 구상하기 때문에 더 애착도 가고 책임감도 있다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리고 남녀노소 따라 할 수 있는 그런 그룹이 되고 싶고, 핑크레이디처럼 오랫동안 사랑 받고 싶어요. 이번 노래도 열심히 재미있게 준비했으니 들어주시는 분들도 그걸 느끼셨으면 좋겠어요.”(코코)
“저희는 다양한 색깔이 많이 투입된 곡을 불러서 딱히 정해진 장르가 없거든요. 들었을 때 느껴지는 대로 ‘코코소리만의 음악이구나’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장르 자체가 코코소리인 거죠. 더 나아가 ‘코코소리 같다’는 수식어가 생겼으면 좋겠어요.”(코코) [사진=몰레]
이소희 기자 lshsh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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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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