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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그만의 특별한 찌질함 그리고 카타르시스

[인터뷰 ①] 윤상현, 그만의 특별한 찌질함 그리고 카타르시스

등록 2016.05.17 07:42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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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욱씨남정기’ 윤상현 인터뷰.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JTBC ‘욱씨남정기’ 윤상현 인터뷰.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배우 윤상현은 꾸밈 없고 진솔하며 편안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정도를 지키며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윤상현과 만났다, 캐주얼한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한 윤상현은 원래 알고 있던 사이 마냥 자연스럽게 기자와 융화됐다. 실례가 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약간 귀여운 인상에 파마머리, 여유로운 너스레, 재치 있는 입담이 더해져 ‘윤상현’이라는 한 사람이 완성됐다.

그는 따뜻한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최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욱씨남정기’에서 상대 여자배우였던 이요원이 극중 즐겨 먹던 커피다. 윤상현은 “대체 이요원이 먹는 커피는 어떤 건지 궁금해서 시켜봤다”고 센스 넘치는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어나갔다

심지어 인터뷰를 하던 도중 윤상현이 고개를 까딱이길래 뭔 일인가 싶었더니, 창 밖으로 극중 윤상현의 아버지 역할을 맡았던 임하룡이 지나가고 있었다. 놀라운 인연에 “임하룡 선생님도 오시기로 했냐”고 물었더니 100%로 우연이라고. 이 남자, 인생 자체가 훈훈하고 유쾌한 시트콤 그 자체다.

‘욱씨남정기’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갑과 을의 관계를 철저히 파헤치고 색다른 시선을 통해 그려냈다. 갑질에 당하는 을들이 허무맹랑하게 복수를 하는 흔한 이야기가 아니다. 갑은 변하지 않으며 누구나 을에서 갑이 될 수 있다. 드라마는 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그리며,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진짜’ 승리를 거두는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대본을 보고 연기를 하면서 느끼는 게 많았어요. 아무렇지 않게 흘려 보낸 것들, 그렇지만 짚고 가야할 것들이 다 대본에 있었어요. 시청자들한테도 그렇고 나에게도 도움이 많이 됐죠. 그냥 재미있는 코믹 드라마가 아니에요. 대본 받기 전 ‘어떤 캐릭터냐’고 물어봤더니, 찌질한 캐릭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싫다고 했는데 차원이 달랐어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좋았고, 신선했어요.”

JTBC ‘욱씨남정기’ 윤상현 인터뷰.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JTBC ‘욱씨남정기’ 윤상현 인터뷰.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윤상현은 극중 남자 주인공 남정기를 연기했다. 남정기는 하청업체 러블리코스메틱의 만년 과장에 소심하고 착해빠진 성격이다. 상사 옥다정(이요원 분)을 만나 회사의 성장과 함께 주체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끌어나가게 된다.

그는 ‘욱씨남정기’를 통해 전매특허 소심-찌질-코믹 3요소를 모두 드러냈다. 캐릭터와 배우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윤상현에 연기가 스며들어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그만큼 드라마에 애착이 많은 듯도 보였다. 심지어 종방연 때는 눈물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본 처음 받았을 때부터 애착이 가서 한 신 한 신 열심히 촬영했어요. 배우들, 스태프들과 정이 많이 들었는데, 특히 이요원과는 친해진 지 이제 얼마 안 됐거든요. 정이 들만 하니 드라마가 끝난 거에요. ‘아, 이 사람들을 못 보는구나’하고 울컥했어요.”

그는 이렇게 종방연에서 운 것은 처음이었다. 윤상현에게 ‘욱씨남정기’는 단순한 작품 그 이상이었다. 배우들과 호흡도 뛰어났다. 그는 유재명에 대해 “호흡이 좋았다. 그렇게 재미있는 분인지 몰랐다. 평소 때는 양반이다가 소년 같은 면이 있다”며 “나랑 동갑인데···”라고 말했고, 취재진들은 일제히 놀라 웃음이 터졌다.

이에 윤상현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나이 더 많아보이는 사람한테) 반말을 하니”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이요원이 낯을 많이 가려 친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윤상현은 제작발표회 당시 이요원의 차가운 첫 인상에 ‘여자가 제일 무섭다’는 걸 이제 알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은 수다도 잘 떨고 웃긴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처음에는 인사를 건네기도 어려웠어요. 여배우 울렁증이 있어서 다른 드라마 찍을 때도 일부러 말을 많이 시키거든요. 그런데 친해지고 나니 웃음도 많아요. 한 번 웃음이 터지면 테이크가 많이 갈 정도에요.”

윤상현은 16부작이 아닌, 120부작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란다.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 짧은 회차분으로 10% 정도 밖에 못 보여준 것 같다는 아쉬움도 한 몫 했다.

JTBC ‘욱씨남정기’ 윤상현 인터뷰.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JTBC ‘욱씨남정기’ 윤상현 인터뷰.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그래도 ‘욱씨남정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강타하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때로는 청량한 사이다 같은 속 시원함을, 때로는 가슴 뭉클해지는 눈물을 선사했다.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캐릭터와 에피소드들은 대중과 배우의 뇌리에 남기 충분했다.

“김 상무(손종학 분)에게 물병을 던지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옥다정처럼 시원하게 욱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거든요. (웃음) 대사로는 “책임이 많은 자리는 부담도 크다”는 게 인상 깊어요. 결혼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이 책임감이었거든요. 드라마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공감이 갔어요.”

‘욱씨남정기’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남녀주인공의 별다른 로맨스가 없다는 것이다. 최종회에서 서로 “좋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긴 했지만, 직장동료 혹은 사람으로서인지 이성으로서인지는 알 수 없는 열린 결말이다.

이는 오히려 호평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밸런스 좋은 전개로 극을 이끌어 오다가 되도 않는 로맨스를 급하게 집어 넣어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욱씨남정기’는 그런 욕심을 버리고 말하고자 하는 바에 집중했다.

“결말이요? 어우, 마음에 들죠. 처음에도 로맨스가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마지막에 조금 들어갔긴 했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는 이성간의 사랑이 아닌 것 같아요. 서로 표정 없이 살벌하게 지냈다면, 이제는 직장 동료로서 사람으로서 편한 사이가 되는 그런 정도?”

윤상현의 말에 따르면 이 장면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옥다정 네 불이 켜져 있고 남정기 네는 불이 꺼져있다든가, 옥다정 집 불 꺼진 방에서 스탠드 하나만 켜 놓고 두 사람이 서 있는 그림자를 비춘다든가.

어쨌든 모두가 해석하기 나름인 결말이 나왔고, 이를 연기한 배우 윤상현은 흡족함을 드러냈다. 처음부터 끝까지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빙의했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이소희 기자 lshsh324@

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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