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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김지성, 진정한 완생이 되어 꽃길을 걸어라

[인터뷰] 미생 김지성, 진정한 완생이 되어 꽃길을 걸어라

등록 2016.05.16 07:35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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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생 김지성, 진정한 완생이 되어 꽃길을 걸어라 기사의 사진

“요즘에는 가벼운 마음이에요. 고민거리도 많이 사라졌고. 조금은 스스로에게 자유로워지려고 해요.”

올해 상반기 최고의 화제를 모았던 케이블채널 Mnet ‘프로듀스 101’에서는 데뷔의 윤곽이 뚜렷해지기도 전, 몇몇 연습생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동안 화면에서 빠르게 사라져야 했던 이들도 있었다.

엔라이브 소속 연습생 김지성도 그랬다. 그는 소속사 대표와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친분으로 서포트를 받았고, 해피페이스 소속으로 방송에 출연했다. 당시 비주얼 톱 11 멤버로 꼽히고 ‘리틀 한가인’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주목을 받았지만, 오래 머무르지는 못했다.

이후 김지성이 연기자로 전향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김지성을 만났다. 시원시원한 키에 커다란 눈망울, 날씬한 몸매까지 지나가던 사람들도 휙 돌아볼 만한 비주얼이었다. 약간은 차가운 인상에 살짝 걱정했지만 웬걸, 조곤조곤 말투에 털털한 매력, 진중한 생각까지 지녀 인터뷰는 수월하게 진행됐다.

언니에게 고민상담을 하듯 덤덤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던 김지성은 자신에게 한없이 솔직했고 당당했다. ‘참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억지로 성숙한 척 꾸미지도 않았고 너무 많은 생각에 빠져 허우적대지도 않았다.

김지성은 그저 고민할 때 고민하고 결단을 내릴 땐 단호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지난해 여름에 ‘프로듀스 101’ 출연 제의를 받았어요. 다시 배우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직후여서 나가기가 부담스러웠어요. 제가 총 7년간 연습생 생활을 했거든요. 그걸 확인해보고 싶기도 하고, 보여주고도 싶었어요. 그래야 배우로서 살아갈 때 미련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미생 김지성, 진정한 완생이 되어 꽃길을 걸어라 기사의 사진

그렇게 김지성은 방송을 통해 보여준 미션 퍼포먼스를 통해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를 남겼다. 그에게는 더 없이 소중하고 애틋한 무대다.

“무대 오르는 걸 좋아했는데 연습생이다보니 그럴 기회가 없었거든요. 방송에서 미쓰에이(missA)의 ‘배드 걸 굿 걸(Bad girl good girl)’을 불렀는데, 날 바라봐주는 사람들 앞에서 예쁘게 노래하고 끼를 발산했던 무대였어요. 그 순간만큼은 무대가 내 것 같고 짜릿했고 좋았어요.”

7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만질 수도 없는 사막 위 오아시스 같은 꿈을 꾸며 죽기 살기로 노력하며 견뎌왔다.

“연습생 생활하면서 힘든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올해 안에 데뷔할 수 있다고 꼭 그러거든요. 아닌 것 알면서도 긴가민가해서 열심히 연습하고, 또 무산되고 반복이에요. 다른 회사에 가도 처음부터 시작을 해야 하니 절망스러웠죠.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다시 일어났던 덕분에 지금 나이에 비해 단단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동안 자신의 10대를 바쳤던 그 길을 벗어나게 됐다. 오랜 기간 고민하고 생각하며 내린 결정이겠지만 아무래도 아쉬움과 허무함이 존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좋은 성적으로 내려온 게 아니라서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어요. ‘내 매력을 더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싶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탈락을 한 게 연기자로서 시발점이 됐다고 생각해요. 지금 아이오아이(I.O.I)가 데뷔했는데 질투가 나기보다 서로 각자 방향이 다른 거니 나중에 방송국에서 만나면 신기할 것 같아요.”

‘프로듀스’ 이후 연기자 전향이 안 좋게 비춰질 수도 있지만 김지성은 자신의 선택을 믿었다. 자신의 꿈이 바뀌었다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만약 단순한 효율성과 이익만을 따져 이 같은 선택을 했다면, 부족한 실력과 열정에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미생 김지성, 진정한 완생이 되어 꽃길을 걸어라 기사의 사진

그렇지만 김지성과 대화하는 내내 연기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과 욕심을 엿볼 수 있었다. 진정성이 존재했기에 그가 또 다른 꽃을 피우려는 과정은 설득력이 있었다.

“목표가 생기거나 결정이 되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나중에 잘 안되더라도 실망이나 후회는 안 해요. 그게 저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연기도 그래요. 아이돌로서는 지금 나이가 적지는 않은데, 연기 시작하는 때는 없다고들 하잖아요. 많은 고민을 했지만 이제 첫 걸음을 내디뎠으니 뒤로 갈 일은 없고 앞으로만 가면 되는 거에요.”

그렇다면 어린 시절부터 아이돌을 꿈꾸던 그가 어떻게 연기에 빠지게 됐을까. “18살 때 처음으로 연기를 접했어요. 요즘엔 아이돌 지망생들도 연기수업을 받잖아요. 그때 연극영화과 진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입시준비를 했어요. 스트레스를 연기연습으로 풀 정도로 연기가 좋아졌고 욕심이 생겼어요. 회사에서도 저에게 연기 소질이 있다고 판단하고 믿어주셨어요.”

김지성은 현재도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연기 이야기를 할 때 그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이 났고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노래랑 춤은 좋아하는 것이고, 연기는 하고 싶은 것이었더라고요. 갈림길에 서 있는데 나중에 나이가 들어 돌아봤을 때 후회를 덜 할 것 같은 걸 선택하라는 조언을 들었어요. 바닥부터 해서 느낀 희열감이 더 클 것 같아요.”

김지성은 단순히 ‘아이돌에서 연기자로 전향한 배우’가 아닌 ‘진짜’ 배우가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작은 단역부터 소화하고 끊임없이 연기하며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그는 오지호-윤진서 주연 영화 ‘커피 메이트’에서 윤진서의 아역으로, 옴니버스 영화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범 씨의 첫사랑(가제)’에서는 김혜자의 아역으로 출연했다. 두 영화 모두 촬영을 마쳤고 현재 개봉을 앞두고 있다.

 미생 김지성, 진정한 완생이 되어 꽃길을 걸어라 기사의 사진

“‘커피 메이트’에서는 제 대사는 없지만, 발레를 하는 활발한 소녀 역할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범 씨의 첫사랑’에서는 1960년대가 배경인데, 옛날 교복도 입어봤어요. 당돌하면서도 새초롬한, 요조숙녀 느낌의 역할이에요. 두 캐릭터 다 제 성격이랑 비슷하고 재미있었어요.”

“배우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요. 렌즈에 대고 연기를 하고, 배우랑도 다시 호흡을 맞추고. 그런 게 어색하기도 해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선배님들이 격려를 해주셔서 힘이 됐어요. 전 몰랐는데 모니터를 하다 보니 대사를 할 때 눈을 많이 깜빡이더라고요. 그래서 거울을 보고 혼자 연습도 많이 했어요.”

작지만 첫 연기 도전에 떨림과 설렘이 가득했던 순간이다. 그 찰나에도 자신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연습에 연습도 거듭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배워나가는 것이 마냥 행복하다는 김지성이었다.

“평소에 엄청 털털한 편이고 자신을 잘 못 숨기는 편이에요. 솔직한 게 매력인데, 이게 배우로서 장점이 될 것 같아요. 무언가를 흉내 내는 게 아니라, 김지성스럽게 소화하는 거죠.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김지성은 넘치는 열정만큼, 벌써부터 연기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과 기준을 설립해나가고 있었다. 그는 “언젠가 한 번은 ‘한류스타가 되고 싶냐,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뭐가 되든 진정한 배우가 되면 어떤 모습이라도 대중들이 좋아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진정한 배우는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김지성은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고 답했다. 그래서 “연기를 잘 한다는 건 어떤 거냐”고 꼬리에 꼬리를 물었더니 앞서 말한 것처럼 캐릭터의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즉 인지도를 따지기 보다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

 미생 김지성, 진정한 완생이 되어 꽃길을 걸어라 기사의 사진

“‘연기 잘하는 배우 김지성이’라는 타이틀이 될 때까지 어떻게 해서든 꾸준히 나아갈 거에요. 한계에 부딪혀도 계속 할 거니까 발전하는 모습만 남을 것 같아요.”

‘프로듀스 101’이라는 산을 넘고 또 다른 거대한 산을 마주하고 있는 김지성, 마음 속 찌꺼기를 모두 비워내고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는 중이다. 홀가분한 그는 요즘 기분이 좋다고 한다. 평소 산책하기를 좋아하는데 최근 더욱 자주 다니고 친구들이랑 놀러 가기도 하며, 나홀로 여행도 가고 싶단다.

“멋지게,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행복이라는 게 여행을 가거나 맛있는 걸 먹는 데서도 온다고 생각해요. 돈보다 더욱 중요한 삶의 가치를 높이고 싶어요. 인생 1막을 화려하게 끝낸 건 아니라 좀 그렇긴 한데 (웃음) 새로운 시작을 한 만큼 초심의 자세로 열심히 할 거에요!”

인터뷰가 끝난 후 김지성의 모습은 어른스러움과 더불어 티없이 맑고 싱그러운 열정으로 가득한 꿈 많은 소녀로 다가왔다. “오늘 불금인데 뭐하냐”고 물었더니, 홍대 근처에 처음 와봐서 친구들이랑 놀기로 했다고.

시간이 흐르고, 진짜로 지하철역 근처에서 김지성을 우연히 만났다. 그는 편안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학교 과 점퍼까지 걸치고 있어 잠시 알아보지 못하는 웃픈 일이 있었지만 말이다.

여느 대학생 같았던 김지성은 “기자님!”이라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기자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앞으로 그에게 꽃길이 펼쳐지기를 더욱 바라게 됐다. [사진=이수길 기자]

이소희 기자 lshsh324@

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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