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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퓰리즘에 기업 근간 흔들린다

경제 포퓰리즘에 기업 근간 흔들린다

등록 2016.07.05 15:34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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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실현 가능성 불투명 법안들여야, 앞다퉈 기업 겨냥한 인기영합 정책 기업 투자환경 개선·일자리 창출 유도해야

20대 국회에 포퓰리즘 광풍이 불고 있다. 보통은 선거 전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횡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특이하게도 선거가 끝난 뒤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여소야대 구도 속에 여야 3당 모두 여론을 의식해 인기영합적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 정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현 가능성? 판 치는 ‘묻지마 법안’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퇴근 후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퇴근 후 업무카톡 금지법’으로 명명된 해당 법안은 야간과 휴일에 직장에 나오거나 집에서도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 등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실제 많은 직장인들이 퇴근 이후에도 메신저 등을 통해 업무를 지시 받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큰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법안이 처리되더라도 실효성 있는 집행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업무 지시의 기준이 모호한 데다 꼭 메신저가 아니더라도 이를 우회해 지시를 하달하는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순히 무 자르듯 업무적 연락을 차단할 것이 아니라 업무 시간 준수 혹은 업무에 따른 보상을 논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같은 당 양승조 의원은 어버이날과 스승의날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자녀들의 효 의식을 고취하고 교권 존중의 풍토 조성을 위한 취지가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는 만큼 명분은 충분하다.

그러나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양 의원은 지난 19대에도 같은 법안을 제출한 바 있으나 재계의 극심한 반대와 여야 간 공방 끝에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의지는 강하지만 이번 역시 뾰족한 방안이 없는 터라 과거와 같은 공방이 반복될 공산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이들 법안은 기업들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고 논쟁이 확산되면 기업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역차별 논란도 야기될 수 있다.

이처럼 포퓰리즘 색채가 짙은 법안은 야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전업주부의 국민연금 가입 유도와 난임시술 비용에 대한 지원, 벤처기업의 창업 투자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소득세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3건을 각각 발의했다.

전국 약 700만명에 이르는 전업주부를 대상으로 3%에 불과한 국민연금 가입률을 높여 재정안정성을 확보하고 미래에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복지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민연금 가입을 강제할 방안이 없다는 점과 배우자 공제 등의 ‘당근’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 지적된다.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등 난임 시술비용에 대한 의료비 특별 세액공제, 창업 투자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등의 경우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다. 당장 필요한 복지 예산도 모자라 허덕이는 상황에서 정부 재정에 더욱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당 모두 인기영합 경쟁···골병드는 기업들
여야의 이 같은 ‘포퓰리즘 경쟁’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20대 국회 첫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가진 3당 대표자들은 한 목소리로 기업을 질타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에 대해 “기업의 탐욕을 막지 못한 정치의 문제”라고 지적했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재벌대기업은 하청업체에 대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천민자본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례적으로 기업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일부 대기업으로의 부의 집중과 불공정한 갑을 관계는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일부 대기업은 우리 경제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 어종 ‘배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상황이 이처럼 흐르면서 여야에서 위와 같은 법안들이 속속 발의됐다. 이는 1년 반 앞으로 다가온 대선 국면에까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대 국회 초반의 이 같은 분위기는 총선 결과로 인한 여소야대 3당 구도에서 기인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벌 대기업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야당이 의회 내 다수를 점했고 거대 여당은 과반 의석이 무너지며 이제는 여론의 눈치를 살피게 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추락과 반등의 기로에 선 경제가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계속 휘청일 경우 좋지 못한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기업에 대한 규제 등 ‘채찍’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동시에 기업 투자환경 개선과 함께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창희 기자 allnewone@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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