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체계 점검 필요성 대두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실효성 도마기업 신뢰도·지배구조 영향 주목
HD현대오일뱅크가 유가 담합 의혹 수사에서 가격 결정 관련 부서의 현직 직원이 구속되며 법적 리스크를 안게 됐다. 이에 회사가 그동안 강조해 온 공정거래 준수와 내부통제 체계가 실제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는 혐의가 없다는 점을 법적 절차에서 적극 소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사 결과와 별개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신뢰도와 기업 평판에는 부담이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HD현대오일뱅크 가격 결정 관련 부서 직원 1명에 대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번 사건은 국내 정유사들의 유가 담합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유사 직원 신병이 처음 확보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검찰은 앞서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와 대한석유협회를 압수수색하며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수사당국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직후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빠르게 오른 배경에 가격 선반영이나 업체 간 공조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다만 현 단계에서 담합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구속은 수사 절차상 신병 확보 조치일 뿐 유죄 판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HD현대오일뱅크 측은 "향후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해 혐의가 없다는 점을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향후 쟁점은 가격 변동이 국제유가, 환율, 수급 불안, 재고비용 등 시장 요인에 따른 통상적 가격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경쟁사와의 사전 조율이 있었는지로 좁혀질 전망이다.
정유업계는 원유를 달러로 들여와 정제한 뒤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구조로 국제유가와 환율, 운송비, 재고 비용, 정제마진, 세금 등 복합적인 요소가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회사 측은 미국·이란 무력 충돌 이후 가격 변동이 이 같은 시장 변수에 따른 결과였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가 HD현대오일뱅크에 부담인 이유는 단순한 법적 리스크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는 그동안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공정거래 관련 법령 준수와 준법·윤리경영을 주요 경영 원칙으로 제시해 왔다.
독점이나 담합 등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점도 강조해 왔다. 가격결정 관련 부서 직원이 담합 의혹 수사의 대상이 된 만큼, 제도 자체보다 실제 운영의 실효성이 외부의 검증대에 오른 셈이다.
회사의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은 기업이 공정거래 관련 법규 위반을 사전에 막기 위해 교육, 점검, 모니터링, 내부 보고 체계를 갖추는 제도다. 그러나 제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리스크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가격결정처럼 경쟁 제한 리스크가 높은 업무에서 내부 통제 장치가 실제로 작동했는지, 위법 가능성을 사전에 걸러내는 절차가 있었는지, 관련 보고 체계가 제대로 유지됐는지가 더 중요하다.
ESG 관점에서도 이번 사안은 지배구조와 사회 영역에 걸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담합 의혹은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휘발유·경유 가격과 맞닿아 있어 일반적인 기업 내부 이슈보다 파장이 크다.
특히 정유사는 국가 에너지 공급망과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가격 결정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높다. 법적 판단이 남아 있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내부통제 미비 정황이 드러날 경우 ESG 평가와 평판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관건은 HD현대오일뱅크가 혐의 소명과 내부통제 보완을 어떻게 병행하는가이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법정에서 담합 혐의를 다투는 것과 별개로 가격 결정 체계, 공정거래 교육, 부서별 모니터링, 경쟁사 정보 취급 기준을 재점검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안을 두고 "구속이 유죄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사전에 파악되지 않고 불거졌다는 점에서 내부 통제 체계를 전반적으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준법경영은 형식적 장치를 갖췄는지가 아니라 실제 이행 의지와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체계가 있어도 시행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HD현대오일뱅크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과 가격결정 내부통제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했는지를 종합적으로 재점검하고, 신뢰 회복을 위한 책임 있는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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