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좌절’···각계 반응은

기업·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소비자 보호 의견 여전히 팽팽

통신사업자 1위와 방송사업자 1위의 결합이 결룩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해 12월부터 시작된 인수합병 추진이 마지막 단계에서 없었던 일이 됐다.

인수합병과 관련한 논란은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찬반 논란이 격렬했던 만큼 결정이 난 후에도 산업구조와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둘러싸고 격론이 예상된다.

19일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금지 결정을 두고 기업 및 산업의 경쟁력을 앞세운 찬성 의견과 소비자 보호라는 반대 의견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산업 경쟁력 치명타”...케이블업계는 ‘한숨’=이번 인수합병을 찬성해온 쪽에서는 기업과 산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제고에 제동이 걸렸다는 반응이다.

이해당사자 기업들은 전반적인 사업 구상도 다시 해야 한다.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SK텔레콤은 ICT 산업 인프라 강화를 통해 통신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CJ는 콘텐츠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케이블TV 업계의 표정이 가장 어둡다. 케이블TV 산업의 한계가 명확해지는 상황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했던 노력이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알겠지만 선제적 구조조정 노력이 좌절 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후에 진행될 인수합병에 좋지 않은 전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재계 내 M&A 활동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이어진다. 이번 인수합병은 이종 사업간 자발적 기업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SK텔레콤은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로서 성장하기 위한 비전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더 좋은 품질의 재화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선제적 구조조정과 산업의 재구조화를 이야기하면서 이번 인수합병을 막은 것은 모순”이라면서 “다른 업종에서의 인수합병도 위축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LG유플러스·지상파 등 시민단체서도 ‘환영’=공정위 최종 결정이 발표되자 그간 인수합병에 반대해왔던 KT와 LG유플러스, 지상파 등은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소비자들의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판단”이라며 공정위 결정을 반겼다.

통신업계에서 경쟁위치에 있는 KT와 LG유플러스는 “앞으로 KT와 LG유플러스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방송통신 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은 “이번 인수합병 시도는 과거 SKT의 신세기통신 인수합병과 같은 시나리오를 반복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면서 “인수합병이 허가 됐다면 유료방송시장의 공정 경쟁과 소비자 편익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등은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합리적인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기업 봐주기식의 평가가 아닌 제대로 된 잣대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통신시장 독과점을 방지하고 방송의 다양성 등을 위한 당연한 조처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공정위의 결정에 반색하면서도 자중하는 분위기다. 인수합병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지상파 역시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반겼다. 시민단체 역시 정당한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이해당사자 기업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공정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씁쓸한 분위기다. 양사는 “내부 경영 정상화가 먼저”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재희 기자 han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