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31일 오후 법정관리 신청최대한 신속히 회생여부 결정될 듯국내경제 전반적으로 악영향 불가피대형선사 다시 키우려면 수십년 소요
한진해운은 31일 오전 여의도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법정관리 신청 안건을 의결하고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 사건을 파산수석부장이 이끄는 파산6부(김정만 파산수석부장판사)에 배당했다. 재판부는 이날 바로 한진해운 관계자들을 불러 회생 절차 진행방향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재판부는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비교해 최대한 신속하게 회생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해외 채권자들의 선박압류와 화물 운송계약 해지, 용선 선박 회수 등의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청산 절차가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설마 했던 국내 1위 선사의 법정관리로 국내 해운업계는 물론 경제 전반적으로 막대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를 향한 성토도 쏟아지고 있다. 채권단이 해운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원중단을 결정했다는 지적이다. 조선업에 10조원 이상을 쏟아 부은 정부가 해운업에 대해서는 인정을 베풀지 않았다며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한진해운이 퇴출되면 원양 서비스 노선이라는 국가 네트워크 자산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진해운은 세계 90개 항만을 연결하는 노선 74개를 운항하고 있다.
해운업에서 1개의 원양 서비스 노선을 구축하려면 통상 1~2조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한다. 한진해운이 무너지면 수십 조 원에 달하는 노선이 사라지는 셈이다.
한진해운의 퇴출은 국내 운임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수출기업이 입게 될 타격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중남미 항로에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철수하자 머스크와 MSC 등이 잇달아 운임을 인상한 바 있다.
한진해운은 세계 7위 선사지만 아시아~미주 노선 점유율은 7%로 세계 1~2위인 머스크(9%), MSC(7%) 등과 대등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미주와 구주 노선 등에서 운임이 2~4배 폭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반사이익은 국내 해운사가 아닌 대부분 외국 선사가 가져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물류 규모는 각각 60만TEU, 40만TEU 정도이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물량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주요 노선의 예약이 이미 120%까지 차 있는 상황이어서 한진해운의 물량을 넘겨받을 여력이 안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한진해운이 담당하던 물량 대부분이 외국 선사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른 운임 상승으로 국내 수출 가격도 0.7~1.2% 상승하면서 수출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
정부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알짜자산을 인수해 규모를 키운다는 방안도 내놨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단 한진해운은 알짜자산 대부분을 이미 한진그룹 측에 넘긴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계열사에 평택터미널 지분, 신항만 지분, 아시아 역내 일부 노선 영업권, 베트남 터미널법인 지분, 미국 및 EU 상품권 등을 차례로 팔았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에 알짜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남아있는지 모르겠다”며 “또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대부분의 노선도 겹치기 때문에 이미 지난해부터 합병설이 나왔을 때부터 시너지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었다”고 꼬집었다.
현대상선의 규모를 키워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타당성이 의심받고 있다.
또한 글로벌 대형 선사들의 합작은 우량 기업끼리 만났을 때 가능한 이야기이다. 현대상선이 빈껍데기만 남은 한진해운을 합병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다.
한진해운과 같은 대형 국적 선사가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글로벌 기업이 되기까지 걸렸던 수십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진해운은 청산 절차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내 대형 선사는 현대상선 정도만 남게 됐다”며 “국내 해운업의 몰락은 우리나라 수출 산업은 물론 조선업 등 연관 산업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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