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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보호무역 강화와 권오준 회장의 발언

[데스크칼럼]철강 보호무역 강화와 권오준 회장의 발언

등록 2016.09.13 09:57

수정 2016.09.13 10:25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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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보호무역 강화와 권오준 회장의 발언 기사의 사진

권오준 회장은 국내 최대 철강업계 포스코 회장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철강협회 수장이기도 하다.

대내외적으로 철강업계를 다독여야 할 그가 공급 과잉에 대한 공식적인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그 원인을 현대제철 탓으로 돌리는 웃지 못 할 상황을 만들었다. 업계 내부에서는 전세계 철강업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빌미를 제공하는 우를 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권오준 회장은 지난달 31일 태국 방콕 콘래드호텔서 열린 CEO기자간담회에서 공급과잉 책임 문제를 언급한 발언을 했다.

권 회장은 업계 구조조정과 관련해 “과거 압연업체, 전기로업체가 나름의 역할을 하며 자라왔고 포스코도 고로업체로서 성장을 해왔다”며 “이후 고로업체가 한 곳 더 생기면서 변수가 발생했고 우리나라 철강산업에 심각한 공급과잉 문제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권 회장은 새로운 고로업체가 현대제철이라고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국내에 포스코를 제외한 고로 업체는 현대제철 밖에 없기에 당연히 현대제철을 지목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포스코 고로만으로 국내 열연 제품 생산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데 현대제철이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면서 공급과잉을 초래했다는 의미다.

현대제철은 국내 철강 시장의 공급과잉이 현대제철의 고로 진출로 비롯됐다는 권 회장의 발언에 대해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2004년 현대제철이 고로 투자를 발표할 당시 한국은 연간 1063만톤의 열연, 후판, 슬래브 등 철강소재(제품 제외)를 수입하고 있어 생산능력 증대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고로 투자가 이뤄져도 당시 국내 시장은 공급과잉이 아니었고 오히려 수입 대체 효과가 기대됐다는 설명이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대제철이 고로 진출을 확정한 후 포스코는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483만톤의 설비 증설을 단행해 총 4237만톤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공급과잉이 단순히 현대제철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셈이다.

철강업계가 권 회장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주요국에서 공급과잉의 주범으로 한국을 몰면서 한국기업을 견제하는 철강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한국 철강기업들의 설비공급 과잉이 저가수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공식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외에도 세계 각국은 한국 철강업계의 공급과잉을 문제 삼아 집중 공격하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의 발언은 철강 공급과잉이 국내 기업들간 불필요한 경쟁과 이에 따른 저가 수출에 따른 것이라는 세계 각국의 주장을 인정한 셈”이라며 “수출 대상국들의 통상 규제 움직임을 합리화하게 되는 빌미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인도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발 공급과잉 위기에 이어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면서 “국내기업 간 공동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국내 최대 철강기업 수장이자 철강단체 회장의 지위에 있는 분이 위기를 더 초래시켰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조선 등 수요 산업의 부진과 중국산 철강재 수입 확대 등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이다. 권오준 회장의 발언에 따른 철강업계에 미칠 파장이 걱정된다.

윤경현 기자 squashkh@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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