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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巨野’사사건건 독기···국민들만 골탕

[한국경제 10대 과제 ①정치]‘靑-巨野’사사건건 독기···국민들만 골탕

등록 2016.10.04 08:26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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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줄고 경제 성장률 떨어지고민생 거덜나도 정국 주도권 다툼만정치권 마음은 이미 내년 대선에

사진=연합뉴스 제공사진=연합뉴스 제공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그나마 남은 희망마저 절망으로 뒤바뀌고 있고 그 후폭풍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져간다. 그럼에도 대책을 찾고 탈출구를 모색해야 하는 정치권은 여전히 밥그릇 싸움에만 골몰한다. 저마다 명분은 있지만 민생을 위해 움직이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19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성장률은 곤두박질
2000년대 이래 ‘먹고 살 만 하다’는 말은 좀처럼 듣기 어려웠지만 최근 들어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각종 경제 관련 수치가 이를 나타내준다.

우선 경제의 두 축인 수출과 소비가 벼랑 끝에 직면했다.

대한민국의 수출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무려 19개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이어왔다. 지난 2001~2002년에 있었던 13개월 이후 무역 역사상 최장기간이다. 특히 이번 수출 급감은 4년연속 무역 1조달러 달성을 기록한 2014년 이후 불과 1년 만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가장 큰 이유는 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이었고 세계 경기의 전반적인 둔화와 중국 수입구조의 변화 등도 한 몫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세계 경제성장률 대비 교역성장률의 하락과 각국의 보호주의 확산, 중국 경제성장세 둔화 등을 수출 하락의 이유로 꼽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에 비해 0.8% 올랐다. 하지만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교역조건이 악화되고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줄면서 전기보다 0.4% 감소한 391조7000억원을 기록, 1년 9개월 만에 감소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달 28일 일본 경제연구센터는 2030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2.8%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6.9%와 비교해 가파른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과잉 채무 압박에 따른 투자 모멘텀의 실종과 생산인구의 감소 등이 그 원인으로 분석됐다.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최근 올 세계무역규모가 1.7%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2008년 이래 최저치이자 지난 4월 전망치 2.8%를 크게 밑도는 예상치다. 여기 또한 중국을 비롯한 주요 개발도상국들의 저성장이 핵심적인 이유로 제시됐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2%로 내다 본 WTO의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15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아래에 위치하게 되고, 이는 우리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청vs거야’ 난타전···뇌관은 김재수 해임건의안
이처럼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5월 출범한 20대 국회와 내년이면 임기가 종료되는 박근혜 정부는 정국 주도권 다툼에 여념이 없다.

최근 여야는 김재수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둘러싸고 극심한 공방을 벌였다. 의석수를 앞세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이를 주도했고 새누리당은 이에 강력 반발하며 이정현 대표가 단식 투쟁에 나서는 등 총력전으로 맞섰다.

결국 야당들의 공조 속에 해임건의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 처리됐고 여당은 ‘폭거’라고 주장하며 국정감사 보이콧으로 맞불을 놨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공식 거부했다. 나라가 위기에 놓여있는 비상시국에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는 반응도 함께 내놨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해임건의안이지만 이를 대통령이 거부한 것은 헌정 사상 최초다.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이 여전한 상황에서 최근 불거진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까지 터져나오면서 위기에 처한 청와대가 정면 승부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정부에서 청와대에 몸담았던 야당의 한 의원은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가 앞으로도 강경 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의 거부로 인해 정국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청와대를 대리한 여당과 주도권을 쥔 야당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고 ‘정기국회의 꽃’인 국감은 시작부터 파행됐다.

앞서 국회가 여소야대로 재편되면서 청와대와 야당의 힘겨루기는 20대 국회 초반부터 격화됐다. 총선이 끝난 5월 ‘상시 청문회’를 가능케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시킨 바 있다.

◇재창출이냐 교체냐 사활···대권 앞길엔 경제도 없다
청와대와 야당 간의 이 같은 첨예한 대립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과도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여권에서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정우택 전 충북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등 친박계와 비박계는 물론이고 광역단체장까지 사실상 대권 준비에 나섰다. 최근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초 귀국을 선언하면서 대권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인적 자원이 풍부한 야권에서도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를 비롯해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이 저마다 대선 준비에 돌입했다.

이들은 공개 강연 혹은 민심탐방 등을 통해 유권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포럼과 시민단체 등 싱크탱크를 준비하면서 지지그룹 구축에 한창이다.

여기에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등 외곽의 거물들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론이 부상하면서 대선으로 가는 시계는 가속도가 붙은 상태다.

하지만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여당과 정권 교체를 꾀하는 야당, 양측 진영의 많은 대권주자들은 경제와 관련한 입장 표명에 상당히 인색하다. 각자 경제 현안을 공부하고 전문가그룹을 초청해 ‘내공’을 기른다고 하면서도 정작 당면한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간단한 대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단시간에 호황기로 전환될 가능성이 전무한 상황에서 차기 대선 역시 최대 화두는 경제와 민생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타이밍’과 ‘임팩트’를 고민하고 있는 정당과 대권주자들에게 당장 이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세법·경제법안·예산안 ‘풍전등화’
여야의 대결구도가 장기화·고착화 될 것으로 보이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뤄야 할 현안들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9월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여야가 논의하기로 했던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아예 테이블에 올려놓지도 못한 상태다. 지난 7월 당시 새누리당은 개정안에 대해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을 줄이고 신성장 산업 지원을 늘리는 동시에 투자와 고용이 촉진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낸 반면 더민주는 “재벌 대기업 밀어주기”, 국민의당은 “만성적 세입 부족과 양극화 심화를 해결할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더민주는 자체 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법인세 인상과 고소득자 증세, 탈세 관련 ‘우병우 방지법’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에 대해 같은 야당인 국민의당이 ‘수권정당 코스프레’라며 비판하고 나서면서 여야 3당 간 세법 개정안 논의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감부터 발목이 잡히면서 앞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 관련 법안들도 마찬가지다.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로 갈린 여야의 경제 법안들은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정국 주도권 다툼에 골몰하고 있는 양측에 이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여야의 이 같은 공방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도 예산안 처리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처럼 크게 쟁점이 없었을 당시에도 법정 기한을 하루 넘겨 처리할 만큼 밀고 당기기가 치열한 작업인데 다른 현안들이 무더기로 산재해 있을 경우 기일을 넘기거나 졸속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해를 넘겨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고 박근혜 정부 임기가 막판으로 치닫게 되면 해당 현안들의 논의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희 기자 allnewone@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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