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계획 수립 사실상 全無올해 수준서 투자·고용 진행인사 폭 줄여 변동성 최소화
21일 재계에 따르면 다수의 기업들은 새해 신규 사업 추진 계획은 물론 투자와 고용 등 새해 경영에 대한 계획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매년 9월 말부터 각 계열사별로 올해 사업을 결산하고 새해 계획 논의에 착수한 뒤 이를 그룹 차원에서 취합해 11월 초순께 전체적인 윤곽을 드러낸다. 그리고 11월 말이나 12월 초 계열사 임원 인사 발표와 더불어서 새해 사업계획을 공개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들어서 이와 같은 모습은 사실상 사라졌고 올해는 사업계획에 대한 논의마저도 매우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부분의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짜겠다는 방향성만 갖췄을 뿐 세부적 내용 채우기에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윗선은 윗선대로 검찰 수사 준비 탓에 바쁘고 실무진은 실무진대로 새해 계획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계획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다고 마냥 새로운 계획을 기다릴 수는 없다. 그래서 일단 임시방편으로 보수적 기조의 계획을 세우는 기업들이 많다.
현재 국내 대부분 기업들의 내년 투자 계획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올해보다 줄이는 방향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여러모로 국내외의 상황이 좋지 않기에 보수적인 기조로 새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선 국내 시장에서는 고착화 국면으로 접어든 내수 부진과 수출 부진, 대내 정세 불안 심화 등이 악재로 꼽힌다. 더구나 해외 시장에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일성으로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됐기에 이에 대한 대안도 세워야 한다.
이 때문에 추가적인 투자는 되도록 줄이면서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주도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고용 문제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의 성장세가 사실상 꺾인 만큼 채용 규모를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줄이고 비용 절감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불필요한 인원과 자산을 최대한 줄여가면서 ‘생존경영’에 나설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회사를 움직여야 할 인사와 조직 개편에 대해서도 대안을 내놓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사업 계획의 전체적인 틀이 보수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조직에 대한 대안 역시 올해와 비교할 때 큰 변화가 없이 보수적인 기조로 꾸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수 기업은 최근 들어서 능력이 출중한 전문경영인들을 각 계열사 경영의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의 전진 배치는 기업의 체질을 강화시키려는 표면적 목적이 강하지만 혹시나 있을 총수들의 부재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연말에 단행될 기업별 인사 규모도 최대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실적 악화에 대한 문책 가능성도 있지만 안팎의 위기 상황에서 무리하게 임원을 교체할 경우 자칫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인사 태풍’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재 30~40대 연령대에 있는 오너 3·4세 인사들의 승진 사례는 올해 찾아보기 힘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승진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인물들은 지난해까지 모두 승진을 마친데다 현재 시국에서 ‘승진 잔치’를 벌일 경우 사회적인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그야말로 ‘불확실성과의 전쟁’”이라면서 “대내외 상황이 여전히 불안한 만큼 기업별로 입게 될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역대 경영 계획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기조로 새해 밑그림이 짜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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