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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최초’ 강조 땐 언제고···은근슬쩍 판매접는 보험사 급증

‘업계 최초’ 강조 땐 언제고···은근슬쩍 판매접는 보험사 급증

등록 2016.11.23 10:13

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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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최초’를 앞세운 손해보험사들의 보험 상품이 판매 중단되거나 보장이 축소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섣불리 상품만 출시했다가 손해율 급증으로 사업을 철수하거나 재출시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 ‘업계 최초’ 간판 건 상품 보험금 지급늘자 중단한다고? =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내년 1월부터 ‘굿샷골프보험’의 판매 중지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품은 골프 운동 시 발생하는 각종 용품 도난과 파손, 홀인원, 알바트로스 비용 등을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스크린골프장에서의 홀인원, 알바트로스 비용까지 보장하는 게 특징으로 걷어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이 높아지면서 사업 중단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중단 검토에 앞서 한화손보는 ‘골프존 스크린골프장 홀인원비용’, ‘골프존 스크린골프장 알바트로스비용’의 가입 한도를 기존 20만원에서 10만원까지 축소한 상태다.

당초 상품을 출시할 때 예상했던 것과 달리 스크린골프장에서의 홀인원, 알바스트로 발생 빈도가 높아 사업성이 악화돼 보장을 축소한 것이다.

손보사들의 이 같은 조치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현대해상은 지난 2007년 업계 최초로 애견보험 시장에 진출했다가 손해율 상승으로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애견보험이 중단된 이유는 보험료 산정 기준이 되는 보험요율 산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다.

상품을 출시할 시기 국내에는 반려견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고, 요율 산출의 기준이 될만한 데이터도 없어 해외의 사례를 그대로 도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견의 경우 식별이 어려워 보험 사기 우려도 발생되는 등 관리도 쉽지 않았다.

결국 손해율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오르면서 애견보험은 서둘러 철수됐고, 올해 10월 보험료를 적정 수준으로 인상해 재출시한 상태다.

현대해상의 관계자는 “출시 당시 요율 책정의 기본이 될 만한 데이터가 없고 관리도 쉽지 않았다”면서 “현재는 반려견 문화가 정착됐고 성장 가능성도 높아져 상품을 재출시 하게 됐다”고 밝혔다.

결국 성급한 판단으로 상품만 내놓다가 사업을 접고 있는 것인데, 골프보험이나 애견보험 같은 사례는 앞으로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 보험 자율화 ‘그 후’ 이색 상품 속속···당분간 손해 없어 괜찮아? =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보험 자율화를 시행한 뒤로 손보사들은 기존에 볼 수 없던 신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이 드론보험을 출시, 롯데손해보험은 제품보증연장보험 등을 시장에 내놨다.

문제는 이 상품들 또한 요율 산출의 근거가 될 만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이 출시, 가입자도 미미한 상태로 향후 연쇄 보상 발생 시 판매 중단과 상품 변경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드론보험의 경우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이 단체보험과 영업배상책임보험의 특약 형태로 판매 중에 있는데 예상보다 실적이 저조하다.

11월 기준 현대해상은 단 1건의 단체보험 계약이 체결됐고, KB손해보험의 드론 특약은 하루에 한 건씩 계약이 진행되는 걸로 확인됐다.

가입자가 적은 만큼 보상 청구도 드물어 손해율은 적은 상태인데, 이 중 현대해상은 단 한 건도 책임이 개시되지 않아 추후 연쇄 사고 발생 시 손해율 상승이 우려된다.

롯데손해보험이 출시한 제품보증연장보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제품보증연장보험은 올해 9월 말 기준 총 3990건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품은 국내에서 볼 수 없던 이색보험으로 롯데하이마트에서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기존 가전제품 A/S 기간인 1년에 4년을 추가 보증해 총 5년 간 제품의 실제 수리비를 보장해준다.

최근 가전제품의 교체주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지만, 세탁기와 에어컨, TV 등의 내용연수(수명)가 5년 이상인 걸 감안하면 수리비 부담을 덜어주는 유용한 상품이다.

그러나 사용자의 부주의로 파손이 될 경우를 제외한 원인불명의 고장 시 향후 보험사기로도 악용될 소지가 높아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가전제품에 고압전류를 흐르게 해 부품을 고장내는 수법으로 6억원을 편취한 사기꾼 일당을 적발한 바 있다.

여기에 이 상품 또한 11월 기준 단 한 건의 책임도 개시되지 않은 상태로 롯데손보 측은 무상 A/S 기간이 끝나는 내년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손보의 관계자는 “상품 개발 단계에서 적정한 요율 산출이 이뤄졌고, 그 기준은 밝힐 수 없다”면서 “내년이 돼야 사업 손실 여부를 따져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보험 자율화 이후 업계간 신상품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다양화 된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출시 직후 적정보험료 산출해 실패한 보험이 늘면서 상품이 중단되는 조치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보험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금융개혁 이후 보험사들의 상품 개발 의지가 강해졌지만 리스크가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채 상품이 출시 돼 판매 중단 조치가 빚어지는 것 같다”며 “중단 이유에는 보험 사기와 같은 문제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보험사가 상품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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