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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 단절 본격화

[2017 경제전망]‘정경유착’ 단절 본격화

등록 2016.12.13 09:53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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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관련 기업 총수 노심초사최고 의사결정 구조에도 큰 변화 있을듯삼성·현대차·롯데 지배구조 개편 주목

2017년의 재계를 전망하는 키워드는 ‘과거와의 단절’이다. 과거 경영의 구태를 벗고 새로운 내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안팎에서 우세하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는 오랫동안 지속돼왔던 재계들의 집합체가 사실상 해체되고 각 기업별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핵심 조직의 변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울러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는 각 기업들의 움직임도 더욱 빠르고 확실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경련 해체 가속화? = 올해 하반기 재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의 존폐 문제였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이후 전경련은 정경유착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국민의 분노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지난 6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진상규명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전경련을 그대로 존치하면서도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국민이 전경련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차갑고 기업들도 이참에 전경련에서 발을 빼자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솔솔 나오고 있는 만큼 새해 들어서는 전경련의 해체 작업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조직이 완전 와해되기보다는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처럼 발전적 혁신을 거듭하는 형태로 전경련이 대대적인 개편에 나설 확률이 더 높게 점쳐지고 있다.

◇‘기조실 시대’의 종말 = 새해 들어서는 각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스스로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점진적 해체를 언급한 것이 이른바 ‘기획조정실(기조실)’ 시대 종말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다.

그동안 재계 내 여러 기업에서는 회장 직속으로 미래전략실, 전략기획실, 전략경영팀, 기획조정실 등의 별도 조직을 만들어 그룹 계열사 전체의 업무를 조율해왔다. 효과적인 업무 조정 면에서는 숱한 장점을 나타내왔지만 ‘밀실 경영’ 등의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 때문에 새해부터는 경영 현안 결정 과정에서 내부 조직의 입김보다 외부 인사와의 결합체인 이사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이사회 의장 자리를 사내이사에 국한하지 않고 사외이사에도 개방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윤곽 드러낼 삼성 지주회사 = 개별 기업 중에서는 삼성그룹의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크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한 뒤 삼성전자 투자회사와 삼성물산을 합병시키는 형태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지주회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11월 29일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 여부를 오는 5월까지 검토한 뒤 세부 계획을 내놓겠다고 이미 밝혔다. 재계 안팎에서는 지주회사 전환의 명분이 확실히 생긴 만큼 삼성이 결단을 내릴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대내 정세 안정과 관련법 입법 여부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삼성이 안팎에서 받은 상처가 큰 만큼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확정됐다고 하더라도 최순실 게이트 관련 수사와 후속 처리가 끝나지 않는 한 지주회사 전환 추진은 보류될 가능성이 높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의 도입도 변수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도입된다면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두면서 그룹 전체를 효율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기반이 열리게 된다. 다만 이 법안의 입법 가능성이 미지수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한다면 아직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지 못한 현대차그룹이나 롯데그룹 등 다른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롯데의 경우 한 차례 제동이 걸렸던 호텔롯데의 상장 여부가 여전히 큰 관심거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우리 기업들이 투명하지 못한 경영 사례로 지탄을 받아왔던 만큼 새해는 어두운 과거를 씻어내고 새로운 방향으로 재계가 발전하는 해가 돼야 할 것”이라며 “그나마 긍정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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