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뇌물공여·횡령·위증 혐의 등 적용본질엔 접근 못한 특검의 조바심 아닌가도주·증거인멸 우려 없는데 구속 지나쳐영장 발부되면 경제에 막대한 피해 우려“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본말전도 판단”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죄를 적용하면서 정작 뇌물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미진하기 때문이다.
또한 영장이 기각될 것을 우려하면서 오랜 고민 끝에 영장을 청구한 특검이 결국은 보여주기식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6일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특경법상 횡령, 위증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최순실씨 측에 다방면의 금전 지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뇌물공여액이 총 430억원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이 부회장을 상대로 22시간에 걸친 밤샘조사 후 사흘 만에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확정했다.
당초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가 끝난 뒤 15일까지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초 예정보다 하루 늦은 16일에 방침이 확정됐다.
특검 측은 “그동안 이 부회장에게 적용할 혐의에 대한 이견은 없었지만 신병처리 관련한 부분을 결정하는데 다소 시간이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면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상황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를 주저한 것만으로도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특검이 결국은 영장 청구를 강행한 것은 이번 수사에 있어서 삼성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한 보여주기식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이 부회장이 실제로 뇌물을 건넸다고 하더라도 뇌물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미비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부터 구속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제기된다.
검찰 특수본에서는 대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출연을 강압에 못이긴 것으로 보고 최순실씨 등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하지만 특검은 이를 모두 뇌물죄로 판단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가 결정된 이후 특검이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 경우 대부분 비슷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될 수 있다.
국내 10대그룹 대부분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상황에서 대기업 총수가 줄줄이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이 구속의 필요성인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부회장은 이미 출국금지까지 당하면서 글로벌 경영활동에도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공을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오는 18일까지 구속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부회장에 구속 영장이 발부돼 실제 구속으로 이어지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삼성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 다수 국가에서 도입 중인 해외부패방지법(FCPA)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로써 삼성 관련 제품이 미국 조달시장에서 퇴출되고 해외 인수합병(M&A)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전장업체 하만 인수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경영계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국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건희 회장이 3년째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마저 구속된다면 삼성그룹은 심각한 경영공백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 기업인들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꺾지 않도록 사법당국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기업들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피해자로 규정했다”며 “특검에서 가해자에 대한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피해자를 가해자로 인식한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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