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조건부 컨소시엄 허용 등 기존 입장 고수 박삼구 회장,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안 할 가능성 높아져금호타이어 매각 절차상 하자 이유로 소송 제기할 수도‘금호’ 브랜드·소송 등 시간차 압박으로 매각 장기화 시도
17일 오후 산업은행은 앞서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에서 내린 결정을 토대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오는 19일까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와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이는 지난 12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산업은행에 그동안 요구했던 컨소시엄 허용과 더블스타와의 매매조건 확정에 대해 통보할 것을 요구하자 회신한 내용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컨소시엄 허용 등은 산업은행이 단독으로 정한 것이 아닌 주주협의회 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기존 입장과 달라질 게 없다”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정해진 기한이 지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기업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매각 관련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으로부터 회신을 받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입장 표명에 조심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소송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뒀다.
업계에선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 장기화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 전망했다. 매각이 장기화 될 경우 박삼구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매각이 6개월 이상 걸릴 경우 더블스타가 보유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는 사라진다. 반면 현 시점에서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하더라도 6개월 후엔 다시 회복된다.
앞서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 대해 ‘불공정’하다며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포기 가능성을 거론했다. 산업은행이 기존 입장을 고수한 만큼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협상에 돌입한다.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과 더블스타간의 협상 진행을 손 놓고 바라볼 가능성은 낮다. 박삼구 회장 측은 이르면 18일께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법원에 금호타이어 매각중지 가처분 신청을 낼 전망이다. 법적 다툼이 진행되면 금호타이어 매각은 채권단이 계획한 일정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박삼구 회장 측이 절차상 하자라고 지적하는 부분은 입찰자들에게 보낸 확약서와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서(SPA) 미송부이다.
박 회장 측은 지난달 15일 산은이 우선매수권 행사 관련 공문을 보내온 이후 채권단이 더블스타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서를 보내오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또한 우선매수권 행사와 관련한 별도의 확약서도 송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채권단 측은 5일이 지난 지난달 20일 SPA를 전달했지만 확약서는 송부를 거부했다. 박 회장 측이 요구하고 있는 확약서는 금호타이어 매각 입찰 당시 제시한 조건이 담겨져 있다. 또한 산업은행이 단독으로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와 관련해 ‘컨소시엄 구성이 불가하다’라는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 측은 지난 2010년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당시 채권단으로부터 받은 약정서 상 '우선매수권자의 우선매수권은 주주협의회 사전 서면 승인이 없는 한 제3자에 양도할 수 없다'라는 문구를 사전 승인이 있다며 컨소시엄 구성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때문에 산업은행이 확약서에 기재한 내용은 향후 법정 다툼에서 주요 쟁점 사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컨소시엄 결성에 대한 더블스타와의 형평성으로 이어진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에 아무런 기여도 없었던 더블스타에게는 컨소시엄을 허용(6개사)해줬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정상화에 기여가 인정돼 우선매수청구권이 확정된 금호아시아나그룹에게는 컨소시엄을 허용해 주지 않는 것은 명백히 불공정하며 이율배반적인 행위”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책은행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란 분석도 잇따른다. 또한 법적 다툼의 효과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산업은행의 금호타이어 매각에 대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주요 대선 후보들이 해외 매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한 여론에서는 졸속 매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해선 현 시점에서 매각을 강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매각의 경우 이번과 같은 흥행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법적 다툼의 효과가 미비하다고 판단될 경우 박 회장은 더블스타의 ‘금호’ 상표권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채권단과 더블스타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13일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와 SPA 체결하며 ‘5+15년 금호타이어 상표권 동일 보장’ 등의 선행조건에 합의했다.
문제는 ‘금호’ 상표권 사용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호’ 상표권은 현재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으며 금호산업의 최대주주는 금호홀딩스이다. 금호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박 회장으로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가 강한 박 회장은 ‘금호’브랜드 사용을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산업은행은 선행조건을 위반하게 된다.
또한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매수 의지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더블스타가 1조원 가량의 금액을 배팅한 이유는 ‘금호’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더블스타가 중국 공장 몇 개를 사기 위해 컨소시엄을 형성하고 1조원의 돈을 배팅 했을리 없다”며 “그러기엔 금호타이어의 중국 공장 매출과 영업이익이 매력적이 지 않다. 더블스타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높이기 위해 ‘금호’ 브랜드를 사기 위해 거액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상표권 불허용이 채권단과 더블스타에게 가장 치명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매각 의지가 강한 만큼 상표권을 포기하고 매각가를 낮추는 방안을 더블스타와 협상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박 회장 측은 시기상 늦더라도 소송 가처분 신청을 통해 시간차 공격을 단행, 금호타이어 매각 장기화 가능성도 농후하다.
금호아시아나관계자는 “무조건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것은 아니나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며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곧바로 소송을 내는 것은 아니다. 두 사안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이 채권단이 정한 마감 시한까지 조건부 컨소시엄을 형성해 채권단에 제출할 가능성도 제기되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조건부 컨소시엄을 형성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동안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던 채권단의 거래 방식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법적 다툼도 포기해야 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지난 12일 보낸 공문 회신이 왔으며 현재 답변서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당장 입장을 밝히긴 어렵고 내일 쯤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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